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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itive Teachings vs Negative Developments" 유교의 반인권성을 비판하는...

작성자손님|작성시간06.04.14|조회수99 목록 댓글 0
 "Positive Teachings vs Negative Developments"


Julia Ching, "Human Rights : A Valid Chinese Concept?"
Chung-ying Cheng, "Transforming Confucian Virtues Into Human Rights."
Ron Guey Chu, "Rites and Rights in Ming China"
Irene Bloom, "Mencius and Human Rights"


정부와 민간 차원 모두에서 이루어지는 '인권'의 담론과 실천은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을 중심으로 서양이 주도하고 있다. 이런 서양 중심의 인권 사상과 실천에서 보면 아시아 국가들은 심각한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는 인권후진국이다. 특히 현대 중국의 경우 인권을 둘러싼 국제적 압박과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인권 현실에 대한 논의는 유교 사상과의 밀접한 관련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 성격은 크게 다음의 세가지이다.

첫째, 유교의 反 인권성을 공격하는 적극적인 비판

흔히 유교의 신분제적이고 위계적인 정치사상은 개인의 인권과 양립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중국은 극히 수동적인 복종만을 강요하는 잔혹한 정치 문화를 수 천년 동안 가져왔으므로 인권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서구적 인권 개념의 도입에 대한 반대

한편 만족스러운 인간적 가치와 사회적 조화를 가지고 있는 중국의 사회와 문화에 '인권' 개념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불필요한 침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줄리아 칭에 의해 분류된 위의 두 입장은 극과 극에 놓여 있는 상반된 태도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현대 유교 사상가들은 보다 온건하고 객관적인 입장에 서려고 한다.

셋째, 反 인권 현실을 인정하면서 유교의 인간존중 사상을 복원하는 것

이것은 전통 유교의 인간 존중 사상을 현대 인권 사상과 연결하는 것이다. 즉 서구적 의미의 인권 개념이 유교사상에 '용어상으로는' 없었지만, 인간존중과 평등을 가르친 사상적 토양은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현실 역사에서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거나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이 줄리아 칭의 '긍정적 가르침과 부정적 발전'이라는 개념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성을 제시한 유교의 긍정적 가르침

줄리아 칭에 따르면, 공자는 인간본성 실현의 평등성을 가르쳤고, 통합적 인격으로 사심없이 인민에게 헌신하는 군주의 길을 가르쳤다. 물론 공자는 도덕적 관계의 수직적, 위계적 형식을 가르쳤지만 이 역시 책임성과 상호의존성을 보다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맹자는 모든 인간은 성인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고, 군주 문제에 있어서는 '폭군'을 죽이는 것은 '왕'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고 하여 民本의 급진적 정치성을 표현했다. 또한 충성스런 군주권의 방어자인 한비자 조차도 군주를 만드는 것은 인민임을 강조했다.

Chung-ying Cheng도 상호존중과 상호협조의 '수평적 평등성'이 중국 사상안에는 내재해 있고, 그것이 인권 수립을 위한 기초로 연결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특히 그는 공자의 도덕적 인본주의와, 그것을 보다 발전시킨 맹자의 四端의 덕이 내적, 외적으로 실천되고 제도화하는 것이 유교의 중심적 관심임을 밝혔다. 이것은 공동체의 조화와 그것에 대한 개인의 책임성을 가져오는 도덕을 의미한다.

한편 아이린 블룸도 맹자의 인성론을 다루면서, 언어와 상황이 다르므로 현대인들이 말하는 인권, 평등, 존엄과 같은 '용어'는 맹자에게 없지만, '깊은 의미에서' 보면 인간 존엄성의 사상이 들어있다고 강조한다. 즉 모든 인간존재에게 도덕적 능력(잠재력)이 존재한다는 것, 인간의 선천적인 숭고함, 그리고 인민의 복지를 위한 지배자의 책임성과 권력 제한에 대한 가르침들은 현대 인권 사상과 충분히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의 논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유교-특히 원시유교-의 인간존중 사상은 서구의 인권사상과 충분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원시유교 사상가들이 활동하던 시대의 세계현실에서 공자나 맹자의 인간존중 사상은 훨씬 더 급진적이었다. 줄리아 칭의 논문 중에 '처형 당한' 소크라테스와 '자연적 수명을 다한' 공자의 비교는 고대 중국의 인권상황이 서양보다 앞섰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한편 블룸이 '축의 시대'에 존재했던 인도의 '카스트'와 플라톤주의의 '영혼의 질적 차별'이라는 가르침과 공자의 평등주의를 대비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가르침의 유산은 중국의 역사 속에서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채 왜곡의 길을 걷게 된다.

民本으로부터 벗어나 군주 중심의 정치이념으로 전유되는 부정적 발전

줄리아 칭은 중국의 법이 지배자의 권력을 보호하기 위한 독단적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인민은 법에 대해 공포감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독단에 맞서서 싸워야 할 유자들도 실제 역사에서는 권력 비판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이처럼 인간존엄성과 평등성의 이상이 중국 역사에서 정치적 체제로 확립하지 못한 이유는 봉건제에서 중앙집권화로 향한 것과 교육체계를 정부가 통제한 것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개인의 인권보다는 '위계적 조화'를 보다 강조하게 된 것이다.

이런 역사적 변천과 부정적 발전을 Ron Guey Chu의 논문의 '행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행간에서 찾는다는 것은 그가 내린 결론과는 다른 결론을 그의 논거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명나라 때의 제사 논쟁이 '왕권제한'과 '입헌주의',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성과로 남겼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그러나 그 투쟁의 어디에서도 인민의 권리는 찾아볼 수 없다. Ron Guey Chu의 주장대로 황제의 독주를 견제한 것은 의미있는 저항이지만, 공자와 맹자의 민본사상과 같은 인민 중심의 인권사상은 논쟁 과정에서 찾아볼 수 없다. 즉, 황제들과 신하들의 갈등은 황권과 신권의 권력다툼일 뿐이다. 공자와 맹자의 제사를 놓고 폐지, 개혁, 복원을 혼란하게 다투며 제기하는 논리는 철저히 제안자들의 기득권과 관계된 것이었다. 民本의 맥락이 없는 신하들의 견제도 分有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Ron Guey Chu의 논지에서 역설적으로 찾아지는 것은 유교의 인간존중사상, 공,맹의 정신이 후대 지배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되었다는 사실이다.

현대 인권문제에 대한 유교사상의 기여 가능성과 과제

인권을 지지하는 개념이 유교 사상 내부에 있다고 하는 학자들의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것은 서구 인권 사상이 가지고 있는 한계성을 보완해주는 의미이다. Chung-ying Cheng이 강조한 중국의 '덕의 인본주의 전통'과 서양의 '인권의 합리주의 전통'이 협력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유교 사상의 기여 면에서 본다면 공동체적 조화의 차원이다.

<기여 - 공동체적 조화에 기초한 인간존엄성의 실현>

서구 사회의 인권은 개인주의의 맥락에 강하게 기초해 있다. 개인으로 파편화된 서구 사회는 인간의 마음에 의한 협력보다는 '계약'에 의해 지탱되는 차가운 사회이다. 개인의 인권을 잘 보호하고 있다고 하지만, 많은 개인들이 법과 계약의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 소외되거나 버려진 채 존재하는 비정함이 서양인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처럼 개인주의의 부정적 측면을 심각하게 경험한 서양인들은 공동체적 조화, 가족의 가치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이런 변화의 요청에 효과적으로 답할 수 있는 것은 Chung-ying Cheng이 말한대로, 가족, 집단, 국가에 대한 책임성과 의무를 보다 강조했던 유교 사상의 '공동체 지향성'이다.

<과제 - 원시유교 民本思想의 복원>

유교 사상이 인권 문제에 있어서 '공동체적 조화'의 차원을 보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유교적 전통이 현대 유교 문화권 나라들의 민주적 실천과 인권에 유익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줄리아 칭의 희망은 그 자체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희망이 현실로 되기 위해서는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현대 유교 담론과 실천이 후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담론과 실천은 현대 유교가 새로이 만들거나 수입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원시유교를 태동시킨 공자, 맹자의 민본사상에서 이미 풍부하게 제시된 바 있다. 그러므로 특정 엘리트집단의 전유물이 된 유교사상의 위계적, 신분주의적 왜곡을 정정하고, 원시유교의 民本의 이상을 실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  (2000,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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