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 Whaling, "Theological Approach"
1. 요약
1) 훼일링의 의도와 방법
훼일링은 종교에 대한 신학적 접근을 설명하면서, 종교의 역사, 신학과 종교학의 학문적 성격과 그 변화, 지구적 상황의 새로운 전개 등을 종횡으로 엮어내면서 신학과 종교학의 상보적 발전 전망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의 키워드는 '변화'와 '지구화'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신학도 초월과 교리만을 강조하는데서 벗어나 종교의 다른 차원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종교학 역시 초월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며, 그러한 변화가 지구적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진단에서 그가 추구하는 것은 일반적 개요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신학의 모색을 총론적으로 시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2) 신학과 종교학에 대한 정의
어원상 신에 대한 이야기(theologia)라 할 수 있는 신학은 고대 그리스에서 세계이성, 존재, 신성, 신과 같은 철학적 신학으로 기원했고, 그리스도교로 계승되면서 그리스도교 신학이라는 독점적 성격을 갖게 되었다. 물론 성서 전통에서는 '신학'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으며, 신학은 초기 교리 변증가, 혹은 교부들에게서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도 신학은 성격을 달리하면서 발전해왔다. 한편 유대교 신학, 무슬림 신학, 힌두 신학, 시크 신학 등의 다른 종교들의 신학도 생겨났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 신학은 더 이상 신학의 총체가 아니라 신학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종교들에 대한 지구적 신학 범주의 개념화가 시도되고 있다. 훼일링은 이상의 고찰을 통해 신학은 신화적, 철학적, 혹은 교리적으로 신 혹은 초월에 관계된 것, 교리는 항상 신학의 의미에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신학은 신앙과 신앙의 해석으로부터 생겨나는 부차적인 행위라는 것을 추출해낸다.
한편 신학과 달리 종교학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관찰하는 대상 또한 폭이 넓다. 원리상으로는 세계의 모든 종교를 다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훼일링은 크게 다섯 범주로 종교학의 대상을 나눈다. 첫째, 불교,그리스도교,유교,힌두교,이슬람 등의 주요 전통, 둘째, 자이나교,시크교,도교,조로아스터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소수전통, 셋째, 영지주의,마니교 등 사라진 종교전통, 넷째, 신화,의례,상징 등의 구전 전승, 다섯째, 계속 생겨나고 있는 신종교가 그것이다. 니니안 스마트는 여기에 민족주의 맑시즘 등의 세속적 종교를 여섯 번째 범주로 넣기도 한다.
신학과 종교학의 차이는 신학이 주로 교리의 문제, 영적 문제에 집중하는 반면 종교학은 종교의 여러 가지 요소들을 동등하게 강조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실천, 의례, 수도주의, 영성, 신화, 윤리 등 모두를 중시하기 때문에 교리 혹은 특정 개념에 특별한 편애를 하지는 않는다. 또한 신학은 초월의 개념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반면, 종교학은 신자들과 그들의 경험, 신앙에 관심을 갖는다. 또한 신학은 초월 자체에 대한 확정된 관심을 갖지만 종교학은 더 넓고 포괄적인 종교 현상들에 관심을 갖는다.
3) 신학과 종교학의 관계에 대한 심층분석
훼일링은 서구 지성사의 모델을 인문학, 신학, 자연과학으로 구분하고, 현대는 과학이 지배적이며, 신학과 종교학도 '과학적' 태도를 취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현대에는 과학적 세계관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을 인식함에 따라 지식의 재통합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으며, 지구적 차원의 세계 지평에서 지식 모델의 상보성과 상호관련성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신학/종교학, 인문학, 자연과학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현대 상황에서 신학과 종교학 양자 역시 변화와, 통합을 위한 계기에 직면하고 있다. 즉 신학은 기존의 협소한 틀을 벗어나 종교의 다른 요소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종교학 역시 초월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서 양자의 상보성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훼일링은 종교의 8가지 요소를 공동체, 의례, 윤리, 사회적 정치적 차원, 경전, 교리, 미학, 영성으로 개괄하고, 모든 종교는 이 8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으나 각각의 비중은 전통에 다르다고 한다. 이 모델중 신학은 하나에만 집중적 관심을 갖는 반면, 종교학은 어떤 한 요소를 우월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신학에서의 관심이 의례, 공동체, 윤리로 넓혀지고 있는 점을 볼 때, 신학과 종교학의 경계와 분리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4) Theoligies of Religions
분리된 종교들의 분리된 신학은 '고백적' 신학이라 할 수 있다. 각 신학은 훼일링이 제시한 여덟가지 요소에서 중심점이 다르다. 하지만 신학적 체계와 개념적 양식은 진화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즉 전통은 어느정도 일정한 교리의 핵심에 기반하면서도 변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즉 각 전통들의 신학이 반드시 고정된 것은 아니다. 신학이란 반드시 교리적 공식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며, 다른 전통과의 내적 대화를 통해 다른 요소들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영성의 경우) 또한 각 전통 안의 신학에서도 다른 유형을 발견할 수 있고(현상학적 유형, 체계적 유형, 대화적 유형, 철학적 유형 등), 기존 전통안에서의 개혁과 분리(불교와 힌두교, 이슬람과 유대교,그리스도교,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등)를 통한 변화와 차이의 지속이 존재하며, 한 전통 안에서도 변화를 무시하는 소극적 전통주의, 전통의 창조적 회복을 꾀하는 관점, 변화하는 세계를 인정하면서 전통을 재해석하는 개혁, 조정의 관점, 급진적 재진술과 재해석을 시도하는 관점 등의 구분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신학들의 성격을 상정한다면, 종교학자는 다른 전통의 핵심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종교의 신학을 설명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5) Comparative Theologies of Religion
과거 종교의 역사를 검토해보면 '축의 시대'와 같은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새롭게 신학화하는 작업이 각각의 전통에서 비롯됨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현상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각 종교들이 생성했던 고대뿐만이 아니라, 현대에까지도 수렴의 진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키스 워드의 비교신학은 고백적 신학과 대조되는 특징을 갖는 것으로, 그 자신 그리스도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교의 실험관을 통해 타 종교를 이용, 해석하지 않는 방법을 시도했다. 이와 같은 방법은 '다원적', '변증법적', '자기비판적' 차원을 갖는 것으로, 계시가 여럿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비교신학은 파니카처럼 한 전통에서 출발해 보편주의로 나아가기도 하고, 캔트웰 스미스처럼 모든 신학과 전통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며 나아가기도 하는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6) Theologies of Religion
존 힉은 배타주의, 포용주의, 다원주의의 세가지 신학적 태도를 제안했는데, 훼일링은 그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이를 다시 일곱가지로 세분했다. 그것은 첫째, 자신의 입장만이 전적으로 옳고 타인의 입장은 전적으로 틀리다는 배타주의, 둘째, 한 종교의 입장과 다른 종교의 입장은 마치 어둔 밤에 서로를 지나는 배처럼 다른 종교와 무관하다는 불연속성의 입장, 셋째, 세속화와 영성화의 분리된 추구, 넷째, 모든 종교는 초월, 진리, 영적 통찰에 접근하고 있지만 그 자체로는 완전하지 못하므로 보다 완전한 전통에 의해 완성되어야 한다는 입장, 다섯째, 다른 전통을 완성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전통은 존재하지 않으며, 보다 보편적 구조에서 타자를 순수하게 포용하는 보편화의 신학적 범주, 여섯째, 대화적 태도, 일곱째, 종교들은 같은 궁극적 목표로 가는 다른 길이라는 상대주의가 그것이다. 이런 일곱가지 입장의 공통점은 한 전통에서 다른 종교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종교학은 특정 종교에 기반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신학자는 고백적, 실존적 차원이라 할 수 있고, 종교학자들은 현상학적 차원에서 작업한다고 볼 수 있다.
7) Theology of Religion
이 부분에서 훼일링은 신학과 종교학의 관계를 재평가한다. 그것은 기존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요인들을 규명하는 것이었다. 그는 우선 종교학과 신학의 불화는 과거의 일이라는 점, 종교에 대한 불신과 타종교 비난의 적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종교사학과 종교현상학이 신학, 종교학 사이의 가교를 제공했다는 점, 신학자들 스스로도 여러 학문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 종교학자들도 초월의 개념을 수용한다는 점, 신학자들은 고백적 신학 뿐 아니라 비교신학에도 개방적이라는 점, 지구적 환경에서 세 모델은 모두 총체적 지식에 관련된다는 점, 초월은 중요한 지구적 원형으로 남아있다는 점, 신앙인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중요한 지위를 획득했다는 점, 종교학이 신학이나 다른 학문으로 환원될 문제가 잠재한다는 점, 지구적 환경의 발전에 따라 신학, 종교학의 공통과제가 나타났다는 점, 신학과 종교학의 두 영역에는 상호반성적 영역이 약속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변화의 요인은 신학과 종교학의 상보성을 제고시키고 있으며, 특히 초월에 대한 측면에서 양자의 거리는 좁혀지고 있다. 초월이란 내재에 반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초월에 비슷하게 다가갈 뿐 그 자체에는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은 대화의 토대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초월의 망각으로 인한 폐해가 인간상황을 악화시키는 점에서 초월에 대한 관심은 현대에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신학의 윤곽은 신앙과 초월이 보편적 신학 범주라는 점, 종교 전통은 변화하고 있다는 점, 인간의 이기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점, 개인은 분리된 단자가 아니며, 공동체 안에서 살아간다는 점, 종교 전통은 보다 넓은 사회의 부분이라는 점, 개인적 윤리와 사회적 윤리가 공히 요청된다는 점, 생태계 문제에 대한 책임과 내적 영성이 중요하다는 점 등은 처녀지로서의 종교신학의 구축에 계기로서 작용할 것이다.
8) Global Theology of Religions
마지막으로 훼일링은 지구적 차원의 딜레마들이 - 생태 파괴, 자원 고갈, 인권과 가난, 도덕적, 영적 문제들 - 지구적 차원의 신학을 정초하도록 강제하는 요인이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지구윤리를 추구하는 한스 큉의 작업처럼 모든 종교가 구체적, 실용적 차원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으며, 평화, 생태, 인권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구윤리가 교리적 초월적 의미에서 직접적으로 하나의 신학적 모델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신학은 교리만이 아니라 윤리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관련성을 갖는 것이고, 이는 또한 학문의 영역을 뛰어넘어 실천으로 향하는 특징을 갖는 신학이라 할 수 있다.
2. 논평
훼일링이 제시하는 지구적 신학의 과제는 다원사회에서 요청되는 대화적 맥락과 실천적 맥락 양자를 기반으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비록 그는 신학과 종교학의 상보성을 제안했지만, '신학적 태도'에서 본다면 훼일링의 작업은 매우 적합한 의미성으로 작용하는 반면 '종교학적 태도'로 본다면 미진함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학의 차원에서 훼일링의 의도를 이론화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으며, 어쩌면 '신학으로의 환원'이라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즉, 훼일링의 주장대로라면 종교학은 초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신학은 그동안 종교학의 영역에서의 주제들은 신학 안에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변화속에서 양자의 상보성을 상정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신학의 외연'이 확장됨으로써 종교학이 그 안에 자리잡게 된다는 의미를 더 많이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신학이 넓혀졌다는 점, 특정 전통만의 협소한 시각을 벗어나 지구신학을 정초하기 위한 차원을 획득해가고 있다는 점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실제로 세계의 모든 신학'들'이 이런 입장을 '주류적' 흐름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훼일링이 변화의 동인으로 지적한 지구적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복적 배타주의와 종교간 갈등의 골은 민족주의와 결부되면서 더 깊어지고 있으며, 보수주의, 근본주의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또한 이 작업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신학의 내연이 여전히 그리스도교 중심적인 것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는 한 지구적 신학의 평등한 모색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물론 '신학'이라는 개념을 '초월학'이라는 개념으로 변경함으로써 그리스도교의 독점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초월에 대한 이해가 역사내적, 문화내적 맥락에서 전개된다고 할 때, 각 전통의 초월을 다시 번역해야하는 문제는 '신학들'의 그것과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초월의 추구는 영성적 맥락의 내적 대화로 향하며, 이는 하나의 신'학'적 통합모델로는 표현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적 대화는 지속되어야 하며, 신비 차원의 대화가 지구신학의 모색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아야 한다. 다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윤리'의 실천적 차원에서의 신학적 구상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다. 다양성으로부터 추론된 '일반적 합의'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 일반적 합의의 장에 세계 종교들의 지도자들, 대중이 직접 만나고 있다는 현상 자체가 희망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신학과 종교학이 지구신학이라는 이상적 모델로 통합될 국면은 아니다. 각 전통의 신학은 이웃전통의 신학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지평을 넓혀가는 갱신과 포용과 대화의 작업을 지속해야 하며, 종교학은 각 전통의 관용성 획득을 위한 전제로서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를 더욱 심층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본연의 과제를 더 지속해가야 할 것이다.
[종교학사연구](2000.12.7), 지도교수: 배국원, 제출 : 정경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