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하고 아름답고 영원한 퍼즐-앙코르문명>
오랫동안 앙코르문명을 앙코르와트로 알고 있었다. 여행상품에는 모두 ‘캄보디아 앙
코르 와트’ 라 나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앙코르 와트를 보고 왔다했다.
그러나 하롱베이를 가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던 중 깨워넣기처럼 선택한 씨엠립, 앙
코르유적은 여행가기 전 알아두어야 할 상식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나를 더 깊은
역사의 골짜기로 몰아넣었다.
일단 앙코르 문명이 앙코르와트가 아니라는 것. 엄청난 유적군이라는 것을 알게 되
었다.
그리고 힌두교가 인도의 신앙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인간의 종교라
는 것, 인간이 만든 예술품 중 이처럼 정교한 것이 있을까....하는 경이로움까지....
그들의 역사와 그들의 문명을 책으로 보면서 직접 보기도 전에 먼저 몸을 떨어야
했다.
앙코르 문명을 이룩한 앙코르 왕국(802-1431)의 정식명칭은 캄푸자데샤이다.
앙코르 왕국 이전에 캄보디아와 베트남 남부 지역에 부남이 있었으나 라오스 지역
크메르인이 메콩강을 따라 남하하면서 위축되기 시작하여 결국 크메르인들이 부남
을 멸망시키고 진랍을 세웠다.
진랍국때 이미 시바를 모시는 사원이 등장하고 앙코르왕조의 힌두문명이 피어나는
배경을 만들었다.
진랍은 자야바르만 1세가 죽자 북의 육진랍과 톤레삽 호수를 배경으로 한 수진랍으
로 분열되고 수진랍은 사일렌드라왕국(현재의 실론섬)에 의해 복속이 되며 왕족들
이 잡혀갔다.
그 후 802년 인질로 잡혀갔던 자야바르만 2세가 돌아와 캄푸자데샤 왕국을 건설하
고 힌두교의 시바와 크메르의 토착적인 조상숭배신앙을 융합하여 링가(남성의 심
볼)사상을 확립하면서 데바라자(신왕사상)의 통치철학을 발전시켰다.
링가는 왕과 신이 합일하는 장소인 사원 한가운데에 소중하게 모셔졌으며 링가를
보존하는 것은 왕의 커다란 임무 중의 하나였다.
자야바르만 2세에서부터 야소바르만 1세까지는 룰루지역에서 활동을 하였으며 그것
은 지금 룰루오스 유적지의 프레야 코, 바콩 등의 사원으로 남아있다.
이후 야소바르만 1세는 새로운 왕도로 앙코르지역을 선택하여 왕도를 이전하고 제
1차 앙코르왕도시대를 열었다. 100년이 지나면서 자야바르만 4세때 일시적으로
코케르 왕도시대를 열었다가(928년) 다시 라젠드라바르만 에 의해 앙코르로 옮겨왔
다(944)
라젠드라바르만은 대승불교를 중시했고 이때에 황금의 사원이라 불리는 피메아나카
스를 건립하고 그의 아들인 자야바르만 5세때에 반테이 스레이가 완공되었다.
그 이후 수리야바르만 2세는 35년에 걸쳐 앙코르 와트를 건립하였는데 이것은 비
슈누에게 바쳐진 사원이었다.
힌두교의 대표적인 신은 브라흐마(창조의 신), 비슈누(유지), 시바(파괴)이다. 대부
분의 왕들은 시바신과 자신을 동일시 하였다. 시바신은 파괴인 동시에 창조를 의미
하는 가장 강력한 신이었다. 왕권쟁탈에서 이기고 자신을 합리화시키는데 시바신이
가장 적당했으리라.
앙코르 왕국은 왕이 등극할 때마다 새로운 국가사원이 지어졌으며 사원의 구조는
힌두교의 우주원리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여러 겹의 회랑과 해자, 그리고 나
가(뱀)가 조각된 난간은 인간세계와 신의 세계를 분리시키고 이어주는 상징이며 피
라미드 형태의 탑 중앙의 가장 높은 탑은 신들이 산다는 메루산을 나타내는 것이
다.
프레아 코, 반테이 삼레, 반테이 크데이, 등 비교적 작은 규모의 사원에서부터 바
콩, 프놈바켕, 프레룹, 타케오 바푸온 등의 사원들이 지어졌으며 크메르인의 고대
건축문화가 빛을 발하는 그 정점에 앙코르 와트가 있다.
1177년 참파왕국의 침략을 받아 앙코르 왕국이 약탈당하고 수많은 사원이 파괴되
었는데 그 이후 자야바르만 7세가 나와 다시 왕국은 부활되었다.
자야바르만 7세는 건축광이라 불릴만큼 수많은 사원을 세웠다. 타프롬, 프레아 칸,
반테이 크데이, 바욘, 코끼리테라스, 스리스랑의 테라스, 그와 전국 도로망을 정비
하고 102개의 의료시설과 121개의 휴게소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상 여느 왕과 마찬가지로 무리한 토목사업은 국가를 피폐하게 만들어
왕국을 멸망으로 이끌고 말았다.
이렇게 왕국이 몰락한 이유 중에 미얀마를 거쳐 들어온 민주적, 개인적인 소승불교
의 대중화를 들 수 있다. 종교관의 차이는 백성과 지배층을 분리시키면서 백성들이
타이인들의 침략(아유타야왕국)과 그들의 종교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런 앙코르 왕국의 역사와 유적에 대한 이야기는 중국 원나라 무역사신으로 이곳
을 방문하였던 주달관이 쓴 <진랍풍토기> 라는 책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폐허가 된 앙코르의 수도는 사람들에게 잊혀져 갔지만 그래도 앙코르와트는 소승불
교 승려들에 의해 보존이 되고 불교순례지로서 중요한 지역이 되어 있었다.
앙코르 유적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은 19세기 캄보디아가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고
프랑스의 박물학자인 앙리 무오가 이곳을 방문하여 그 아름답고 장대한 유적지에
매혹되면서 기행문으로 소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 프랑스 극동학원 등이 앙코르 유적의 복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서 많
은 앙코르 유적들이 어느 정도 복원되었다.
어느 유적을 가보나 같은 모습인데 사원은 모두 미완성의 상태이다. 기본 골격 외
에 주변에는 여기저기 돌더미들이 널려있다. 모두 짜 맞추어야 완성해야 할 퍼즐
조각들이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아름다운 퍼즐의 세계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되어진 것들이지만 그것은 새로운 창조이다. 사원의 많은 부분들이 상상에 의
해 채워지고 비로소 형태가 되어 질 것이기 때문이다.
파괴는 일순간이었겠지만 창조의 과정은 참으로 길고 요원한 길이다. 저 많은 돌들
이 언제 어디에 제 자리를 찾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바라봐야 했다.
그래도 희망은 그것이 돌의 무덤은 아니라는 것이다. 각자 생명을 찾아 어디엔가
스스로의 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돌이던 사람이던 무너지는 것은 일순간이지만 다시 세워내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
래도 절망하지 않고 하나하나 자신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삶도 퍼즐이 아니겠는가? 하나하나 짜맞추면서 순간순간 느끼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그런 퍼즐의 세계.
<앙코르 유적지 안내서- 아래 쪽에 룰루오스 유적지 그리고 씨엠립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앙코르와트가 있고 그 위 쪽에 앙코르 톰, 앙코르 톰은 왕궁 도시이지만 그 안에 있는
모든 사원들이 한꺼번에 지어진 것은 아니다. 바욘사원에서부터 하나하나 지어진 것이고
담장은 가장 나중에 만들어 진 것이리라 추측한다. 앙코르톰에서 30킬로 정도 떨어진 곳
프놈쿨렌 산 아래에 반테이 스레이가 있다.>
<링가가 있던 곳- 위로 솟은 것이 남성을 의미하고 아래에 파인 돌이 여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링가를 변형시킨 석주들이 늘어선 반테이 스레이 입구>
< 난다(소)는 시바의 아바타라이다. 힌두의 신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요즘 많이
쓰는 '아바타'란 말도 이 아바타라에서 유래된 것이다.>
<멀리서 본 바콩사원 중앙에 우뚝 솟은 것이 신들이 사는 메루산을 상징하는 탑이다>
<나가 난간-나가는 힌두교와 불교에 나오는 신적 존재이다. 석가모니가 수행을 할때 비를
맞지 않도록 보호해준 무찰린다를 상징한다.
소승불교의 부처상에는 부처 뒤에 일곱개의 머리를 한 나가상이 광배처럼 장식되어 있다.
또한 부처좌상이 뱀또아리 위에 있는 것은 소승불교의 부처이고연꽃 좌대에 앉아 있는 것은
대승불교의 부처라 한다>
<싱하-푸들라이언이라고도 한다. 싱하는 비슈누의 제 4형상인데 대부분의 사원 계단과
난간, 테라스에 싱하가 있다. 악마를 물리치는 상징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의 위 상방을 린텔이라고 하는데 사원의 린텔에는 이렇게 화려한 조각이 장식되어 있는데
대부분 힌두신화를 형상화하고 있다>
<사원을 지키는 남신-데바>
<사원을 지키는 여신-데바타>
<무희 압살라의 조각- 압살라 춤은 바로 사원의 벽에 장식된 다양한 압살라의 자세를 춤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한 돌 조각과 기둥들>
<이렇게 번호를 매겨 제 자리를 찾아간 것 같다>
<타프롬의 동쪽 벽면의 복원 전과 복원 후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앙코르톰 문둥이왕 테라스의 아랫 부분- 이렇게 퍼즐 맞추기를 해 놓았다>
<그런가하면 이렇게 하나가 엉뚱하게 보이는 퍼즐 맞추기도 간혹 있었다. 뭐랄까..
정말 잘못해서 그럴까? 어쩌면 또 하나의 창조적 발상일까?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