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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이론의 심오한 면 가운데 하나는, 개별적인 환자들의 정신세계를 통찰하는데 그치고만 것이 아니라, 태곳적부터 문화를 형성해온 인류의 보편적 정신세계의 비밀에 가 닿고 있다는 점이다. 토템숭배의 발생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추적하는 인류학적 연구서인 [토템과 터부], 그리고 유대교와 기독교의 발생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한 말년의 [인간 모세와 일신교]가 바로 인류 보편의 정신세계의 비밀을 열어보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이런 작업에서도 트라우마론에서 보았던 ‘사후성의 논리’, ‘연기됨의 논리’는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토템, 유대교, 기독교의 발생을 기술하는 프로이트의 작업을 한마디로 요악하면, 그것은 ‘사후적 복종(nachträglichen Gehorsams)’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이다. 증오의 대상인 원초적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살해되며, 이 사건은 잠복기를 거친 후, 아버지 숭배라는 형태로 현실화된다는 것이 사후적 복종의 골자를 이룬다.
[토템과 터부(1913)]는 태고 적에 있었던, 원초적 아버지 살해라는 가설로부터 출발한다. 아들들은 아버지에 대해 ‘양면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씨족의 모든 여자들을 독점한 아버지에 대한 증오의 감정과 그런 아버지를 모범으로 삼는 찬미의 감정이 그것이다. 이 살해된 아버지는 잠재되어 있다가 어느 시점에 아버지를 죽인 아들들의 죄의식과 더불어 부활하는데, 이 되살아난 아버지는 이제 숭배의 대상이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아버지를 살해하게끔 부추긴 분노는 줄어들고, 아버지에 대한 동경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 숭배의 대상인 아버지를 구체적으로 가시적인 대상에, 바로 동물에 옮겨 놓은 것이 바로 토템신앙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