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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지역 소개방

동해가 품어낸 수중비경 - 왕돌초

작성자DH-OCEAN|작성시간21.01.20|조회수406 목록 댓글 0

버려진 돌에도 꽃이 피었다

한국에 코로나가 창궐한지 반년이 넘게 지났습니다. 2020년의 다 이버들은 상심이 큽니다. 해외여행이 불가한 것을 넘어 권역 간 이 동을 금하는 직장이 많고, 모임이 제한되다 보니 그룹투어나 수영 장 교육이 어렵습니다. 당연하게 떠나고, 당연하게 즐기던 우리의 여가가 이제는 오히려 비일상이 되었습니다. 김훈 작가의 유명 소 설 ‘칼의 노래’의 첫 문장은 “버려진 섬에도 꽃이 피었다.”입니다. 당시의 사람들은 임진왜란이라는 극한의 역사를 살아내지만 자연 과 시간은 이와 무관하고 무심하게도 흘러간다는 것을 표현한 것 입니다. 버려진 돌에도 꽃이 피었습니다. 6월 중순이 지나자 계절은 어김 없이 여름으로 접어들었고, 7월 초순부터는 유례없이 긴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장마의 한가운데에 짧게나마 맑은 날들이 있었다

 

높이 떨어지는 햇살은 왕돌에 닿아 꽃이 피듯 명멸했습니다.

자글거리는 물비늘들을 바라보며 왕돌로 향하는 뱃길은 코로나로 상심한 마음을 바닷바람으로 채워주었습니다.

세상에는 온갖 말들 이 넘쳐납니다. 왕돌까지의 뱃길은 멀어서, 엔진소리가 바닷바람을 가득 채웁니다. 대화가 불가능한 그 길은 오히려 고요하고 평화롭 습니다. 동해가 넓은 품으로 안고 있는 수중 비경, 온더코너(www. onthecornerdive.com) 회원들 20인과 함께 여름의 왕돌초에 방문 했습니다. 2020년 7월 초순과 8월 중순 2번의 왕돌투어를 진행했습니다. 25인승, 1200마력의 괴물급 보트로 울진 구산항에서 왕돌초까지 25km 이상의 뱃길을 20분 만에 주파하는 문희수 잠수교실(대표 문희수, 010-9299-4246, 울진군 기성면 구산길 94)을 통하였습 니다. 대단히 쾌적한 보트와 경이로운 운항실력, 상세한 브리핑을 접할 수 있습니다. 매번 2회의 연속다이빙을 하였습니다.

 

 

 

 

 

 

 

 

 

 

 

 

 

 

 

 

 

동해가 품어낸 수중비경, 왕돌초

왕돌초는 경북 울진군에서 동쪽으로 23km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 합니다. 망망대해에 있는 거대한 수중 암초입니다. 크게 3개의 봉 우리(맞잠, 중간잠, 샛잠)가 있고, 총 면적은 여의도의 2배에 달합 니다. 수심 얕은 곳은 5m, 깊은 곳은 50m 이상이며, 사방이 깊은 곳에서 갑자기 솟아오른 형태의 지형입니다. 상징과도 같은 등대 는 중간잠의 얕은 수심(5m)에 위치합니다. 보트를 타고 점점 멀어 지는 백두대간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사방이 수평선인 곳에 도착 하면 등대가 우뚝 서있습니다. 조류가 강한 곳이라 잔잔하고 호수 같은 수면 위로도 조류의 흐름에 따른 물결이 보입니다. 등대가 보 이는 곳에서 조류를 등지고 입수하여 드리프트 하다가 등대 주변 에 안착하는 형식으로 다이빙을 시작했습니다. 중간잠은 등대 주변으로 완만하게 수심이 깊어지며 큼직한 바위 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곳곳에 자리돔들이 흩날립니다. 등대 아래 에는 조류를 피하고 있는 대규모의 자리돔떼를 만날 수 있었습니 다. 등대에서 조류가 갈라지므로 등대 주변에서 조류를 타거나 피 하면서 유영을 즐기다가, 점차 그 주변을 넓게 둘러보았습니다. 작 은 빌딩만한 수중산도 넘고, 지하주차장 입구 같은 협곡에도 들어 가 보며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조류를 탔습니다. 어른 몸통만한 노 무라입깃해파리가 곳곳에서 두서없이 등장하여 놀라기도 했습니 다. 시야가 20~30m 이상 확보되어 오랜만에 더할나위 없는 청량 감을 만끽하였습니다. 원근감과 입체감을 가득 느낄 수 있습니다. 샛잠은 뾰족한 봉우리들이 줄지어서 수면을 향해 가파르게 찌르며 큼직한 산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흡사 개마고원 같은 인상입니 다. 봉우리들 사이로는 조류가 돌아 나가고, 방어 등 대형 어종들 도 갑자기 나타납니다. 동해 북부 고성의 낙산대기 포인트를 더 크 게 키우고, 맑고 푸른 물을 채운 다음 자리돔을 쏟아 부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아치지형, 협곡, 능선 등 다양한 지형들 덕에 시간가 는 줄 모르고 신나서 유영했던 곳입니다.

 

 

동해 수중에 펼쳐진 오로라의 춤사위

7월 중순의 왕돌초 수중에서 불가사의한 현상을 마주할 수 있었습 니다. 얕은 수심(수면~8m)에 황토색 안개가 조류를 타고 불규칙 적으로 넘실거렸습니다. 안개층 바로 밑으로는 푸르고 맑은 물이 펼쳐졌습니다. 단지 짙은 황토색 안개층이 얕은 수심에서 조류를 타고 춤사위를 펼치며 나아갔습니다. 그 밀도가 높은 지점에서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농도가 옅은 곳에서는 안개의 춤 사위 사이로 수면을 통해 하늘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동해 특유의 탁한 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조류에 따라 매순간 그 밀도가 달라지고, 굵은 실처럼 끝없이 이어가며 흘 러가는 형상이 연안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특히 입자가 밀가루처럼 고왔고, 빼곡한 곳에서는 시야가 30cm도 확보되지 않 을 정도였습니다. 이것이 중국홍수에서 유입된 황토가 해류를 타 고 올라온 것인지, 아니면 적조 현상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 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직접 경험한 바로는 플랑크톤의 증식 보다 는 황토물의 유입에 더욱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푸른 물과 는 전혀 섞이지 않은 체 얕은 수심에서 넘실대며 흘러갔습니다. 중간잠 입수직후 황토층을 보았을 때에는 최대한 탁한 시야를 피 하여 맑은 곳으로만 진행하였습니다. 이후 안전정지를 하며 황토층 한가운데에 들어가 보니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느꼈습 니다. 샛잠에서는 오히려 수중에 오로라가 피어난다는 인상을 받았 고, 버려진 돌에도 꽃이 핀다는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황토물의 넘 실거림을 왕돌초의 지형과 함께 담고자 하였고, 그 속에서 해파리 를 찍어보기도 하였습니다. 확인할 수 없고, 표현하기 힘든 불가사 의한 자연현상을 마주하는 경이로움은 코로나로 인해 고단하고 약 해진 마음에 큰 위로였습니다.

 

감추어진 섬, 허락받는 섬

왕돌초는 망망대해의 수중섬 포인트이므로 너울이나 바람을 피할 곳이 없습니다. 해무가 예고 없이 내려앉고, 조류도 그 강도와 시 점이 변화무쌍합니다. 따라서 많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비로소 갈 수 있는, 수중에 감추어진 섬이자 허락되어야 들어갈 수 있는 섬입 니다. 다이버들의 갈망이 오랜 세월 쌓인 곳이기에 신비로운 기운 이 감도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바다와 다이빙의 특성이지만, 왕돌초로 가는 뱃길 위에서는 예측불가의 수중환경을 기대하며 설렘이 가득합니다. 불명확성, 불 안정성이 당연하기에 여전히 다이빙은 우리에게 비일상입니다. 여 행을 마음껏 다니던 이전까지의 날들도 이제는 비일상이 되었기에,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버티며 계속하여 비일상을 그리워할 따름입 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계절은 흐르고, 이 또한 지나서 봄이 올 것 입니다. 곧 다시 왕돌초에 방문할 날을 고르고 있습니다.


출처

http://www.sdm.kr/bbs/board.php?bo_table=magazine_view&page=3&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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