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ms
벌레 취급해선 안 될 해양 벌레들
Text by David Behrens / Photos by Kevin Lee
글 데이비드 베렌스 / 사진 케빈 리 / 번역 편집부
벌레라면 많은 사람이 보거나 생각하기만 해도 혐오스러워 한다. 젊은 어부들은 처음으로 그러한 경험을 첫 그물을 끌 어올리면서 한다. 벌레를 생각하면 늘 나는 20세기에 어린 이들이 불렀던 섬뜩한 노래 소절이 생각난다. “벌레들이 기 어 들어오고, 기어 나가네, 벌레들이 네 코에서 카드놀이를 하 네, 그놈들이 네 눈을 파먹고, 네 코를 파먹고, 발가락 사이 말 랑말랑한 살을 파먹네.”
해양 생물학자들에게는 해양 벌레들의 분류가 끔찍한 일인데, 아 직도 1,000여종이 서술되어 있지 않거나 잘 이해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학자들이든 다이버들이든 해양 벌레들이 놀라울 정 도로 다양하고 많은 종의 경우에 정말로 아름답다는 점에는 의견 을 같이한다. 해양 벌레들은 많은 문(門)으로 분류된다. 편형동물문(flatworms, Platyhelminthes), 유형동물문(Ribbon worms, Nemertea), 지렁 이와 관련이 있는 환형동물문(Segmented worms, Annelida)으로 시작해 계속되다가 성구동물문(Peanut worms, Sipuncula)과 의 충동물문(Tongue worms, Echiura)으로 끝난다. 여기서 환형동물 문은 세분되어 다모류(Polychaetes) 및 다모강(Polychaeta), 비늘 갯지렁이류(Polynoid worms), 석회관갯지렁이류(Feather Duster worms, Serpulidae) 및 꽃갯지렁이류(Fan worms, Sabellidae), 그리고 양목갯지렁이류(Fire worms, Amphinomidae)로 나뉜다. 편형동물은 벌레류에서 가장 원시적인 동물이다. 이들은 몸의 등 과 배가 납작하고 섬모라는 세모가 수많이 나 있어 바닥을 따라 미 끄러져 간다. 대부분의 종이 우아하게 유영을 한다.
이들에게는 특별한 호흡기관도 체강도 없으며, 구멍이 하나 있어 입과 항문의 역할을 다 한다. 종들이 대부분 암수동체 라서 수컷 및 암컷 생식기관을 다 가지고 있다.
무체강 편형동물(acoel flatworms)은 매우 작으며 많은 산 호 및 말미잘 기질에서 발견된다. 이들은 숙주 조직의 점액 에 걸린 동식물군을 먹고사는 것으로 생각된다. 많은 종이 분절증식(fragmentation)이란 무성생식을 통해 번식한다. 다이버들은 이들을 그저 산호에 나 있는 점무늬 정도로 생 각하면서 지나친다.
다기장 편형동물(多岐腸 扁形動物, Polyclad flatworms)의 이름은 소화관이 “많은” 갈래로 갈라져 있다는 데서 유래한 다. 다기장 편형동물은 다양한 멍게 그리고 기타 편형동물 종을 포함한 작은 해양 동물을 먹이로 한다. 이들의 짝짓기 는 흔히 유영하면서 극적인 칼싸움으로 이루어지는데, 2개 의 개체가 음경을 칼처럼 사용하다가 상대 개체를 찌르면 수정이 완료된다.
이들은 머리에 수많은 눈이 있다. 머리에 한 쌍의 촉수가 있고 현란한 색깔을 한 종들은 흔히 바다 민달팽이와 혼동 된다. 사실 여러 종이 먹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어 전략 으로 도리드 나새류를 흉내 내는 것으로 생각된다. 포식자 들은 치명적인 산을 분비하는 나새류처럼 생긴 다기장 편형 동물을 물지 않는 법을 재빨리 배운다.
편형동물과 비슷한 해양 동물의 하나가 저서성 빗해파 리류(comb-jellies)로도 알려진 저서성 유즐동물(有櫛 動物, ctenophores)이다. 저서성 유즐동물은 편형동물 과 밀접한 관련이 없고 유즐동물문(Ctenophora)이란 나름의 문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흔한 편형동물들과 유사하기 때문에 거의 빗해파리류와 관련이 있다고 인 식되지 않는다.
편형동물과 달리 끈벌레(Ribbon worms)라고도 하는 유형동물 (紐形動物, Nemertea)은 길고 섬세하며 협소한 몸에 소화계와 함께 별도의 입과 항문을 모두 갖추고 있다. 모든 종이 포식성 이고 외번 가능한 구문(eversible proboscis, 外蕃 가능한 口吻; 밖으로 뒤집을 수 있는 주둥이)을 사용하여 먹이를 포획해 가둔 다. 주둥이는 먹이를 가두기 위해 끈적끈적하거나 날카로운 가 시가 나 있을 수도 있다
체절동물(Segmented worms)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환형동물에 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여러 부류가 있다. 첫 번째가 다모류(多毛 類, Polychaetes)다. 이들 벌레의 이름은 몸의 많은 체절 각각에 두 쌍의 측족(側足, parapodia)과 여기에서 돌출된 뻣뻣한 키틴질 털 인 강모(剛毛, setae)가 있는 해부구조를 하고 있는 데서 유래한 다. 이러한 강모가 있어 이들은 단단하거나 부드러운 기질에서 모 두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다. 일부 종은 유영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다. 또한 강모는 방어기능을 할 수도 있다. 왕털갯지렁이(Bobbit worm)처럼 일부 종에서는 턱 및 입 구조물이 잘 발달되어 있다.
환형동물에서 또 다른 체절동물인 폴리노이드(Polynoids)는 비늘갯 지렁이(Scale worms)라고 한다. 속에 따라 이들 생물의 등 표면에 는 일련의 돌기 또는 나란히 배열된 깃털 같은 일련의 비늘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종이 해삼 및 불가사리 위에서 공생한다.
스파게티웜(Spaghetti worms)은 환형 동물 벌레류들의 하나로 섭식에 사용하 는 긴 촉수들이 스파게티를 연상시킨다. 호흡은 머리에 있는 일련의 짧은 아가미 로 한다. 몸의 대부분은 틈새 속과 바위 밑에 감춰져 있다. 점액으로 덮여 있는 긴 촉수들로 서식처 주위의 기질에서 미 립자 유기물질을 붙잡는다.
깃털 먼지떨이 벌레(feather duster worms)와 부채 벌레 (fan worms)로도 알려진 갯지렁이류의 공통점은 머리가 일련의 촉수 또는 아가미로 변형되어 있고 이들 기관이 원 형이면서 나선형 방식으로 배열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들 촉수는 섭식과 호흡에 사용한다. 깃털 먼지떨이 벌레인 석회관갯지렁이(Serpulids)는 점 액을 분비해 만든 석회관(calcareous tube) 속에서 산다. 부채 벌레인 꽃갯지렁이(Sabellids)는 기타 물질들로 만 든 관 속에서 사나, 절대 석회관은 아니다. 깃털 먼지떨이 벌레는 트럼펫처럼 생긴 촉수를 가지고 있는데, 관 덮개 (operculum)라고 하는 이 촉수는 이 동물이 관 속으로 후 퇴할 때 관을 밀폐할 수 있다.
이들 두 벌레류의 다양성은 놀라우며, 크기, 아가미 형태와 색깔에 걸쳐 고도로 다양하다. 아가미 촉수들이 일부에서는 나선형을 이루는 반면, 다른 일부에서는 말발굽형이다.
아마도 깃털 먼지떨이 벌레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종은 크리스마 스트리 웜(Spirobranchus giganteus)일 것이다. 이 종에서는 아가미 촉 수가 나선형으로 쌍을 이루고 관 덮개가 있다. 군체들 사이에 색깔 패턴은 한결같지 않고 아주 다양하다. 이 종은 산호 머리에서 수십 심지어 수백 개체가 군체를 이루는 모습으로 발견할 수 있다.
깃털 먼지떨이 및 부채 벌레와 닮은 한 부류의 해양생물이 추형동물 (箒形動物, Phoronids ; 비벌레라고도 함)이다. 별도로 나름의 문(추 형동물문)을 형성하는 이 동물에서 몸은 환형동물 벌레들처럼 체절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퇴적물 위에서 관을 만들지 않으나, 2개의 촉수 관(lophophore) 또는 나선형 아가미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흔히 관 속에서 사는 튜브 말미잘의 바닥에서 발견된다.
북서태평양에서 긴 관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군체들을 형 성하는 환형동물의 한 속으로 깃털 먼지떨이 벌레 2종 (Eudistylia polymorpha와 E. vancouverensis)이 있다. 이 들 벌레는 수 미터까지 이르고 37만5000∼50만 개체의 벌레를 포함하는 군체들을 형성한다. 직경이 약 1cm인 이들의 관은 길이가 40∼50cm가 될 수 있다.
주요 해양 벌레류들을 살펴보면서 마지막으로 두 부류를 알아 볼 차례가 되었는데, 땅콩벌레(Peanut worms)라고도 하는 성 구동물(星口動物, Sipuncula)과 혀벌레(Tongue worms)라고 도 하는 의충동물(蟻蟲動物, Echiura)이다. 이 두 부류는 서로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둘 다 체절이 없다. 땅콩벌레에서는 몸 이 몸통과 외번 가능한 부분(구문부[口吻部], proboscis)으로 나뉜다. 이 구문부에는 닫히지 않은 고리 모양으로 촉수들이 배 열되어 있어 섭식에 사용한다. 혀벌레도 변형된 입인 구문이 있 어 섭식에 사용한다. 이 기관은 2엽으로(bilobed)으로 나뉘거나 나뉘어져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두 벌레류는 모두 퇴적물 섭식동 물(deposit feeder)이다.
이상에서 주요 해양 벌레류들 가운데 보다 흔한 것들을 소개하 였으므로, 이제 흥미로운 벌레류를 얼마나 더 소개해야 할지 망 설여진다. 그러한 벌레류는 거의 무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두 벌레류는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기이하고 이상하게도 호저벌레 또는 고슴도치벌레(Porcupine worm, Euphrosine multibranchiata)는 표영기(유영 번식기)와 저 서기를 모두 가진다. 강모는 몸의 양옆으로만 나 있어, 등의 중앙 을 따라 척추 뼈와 비슷한 것들이 드러난다. 이 벌레는 무척추동 물이기 때문에, 이렇게 척추 뼈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 은 정확하지 않다. 이 종은 머리의 눈 바로 뒤에 흥미로운 기관 을 가지고 있다. 이 기관은 카룬클(caruncle, 돌출물)이라고 하 며 바다 민달팽이(Janolus)의 머리에 있는 기관과 비슷하다. 이 독특한 기관의 기능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화학감각기인 것으 로 생각되고 있다. 학명에서 “multibranchiata”는 많은 아가미를 말하며, 이들 아가미는 손가락 모양의 새엽(gill filament, 아가 미의 구성단위)이 많이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다음으로는 생물학자들이 퀼웜(Quillworms)이라고 부르는 벌 레류가 있다. 이러한 다모류의 일부 종은 다량의 점액을 분비 하여 진흙, 모래, 껍데기 및 해초의 조각들을 붙여 자신의 굴 혹은 관을 만든다.
그리고 새날개갯지렁이(Parchment tube worms, 양피지 튜브 웜)이를 빼면 아쉬울 텐데, 이들은 퇴적물에서 U자형 양피지 모양의 관에 숨어 사는 흔한 튜브웜이다. 이 벌레류가 만드는 섬세한 관은 퇴적물에서 장애물들을 피하는 가지들을 형성할 수 있다. 이들은 대량 산란 벌레류로 표영 유생기를 가진다. 성 체는 여과 섭식동물(filter feeder)이다.
이제 형태가 너무도 독특해 해양 벌레들이 얼마나 다양하고도 흥미로울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벌레를 소개 하면서 글을 마감하려 한다. 바로 풍차벌레(windmill worm) 는 해양 벌레들이 어느 정도까지 진화하였는지를 보여준다. 이 들은 거주할 관을 지어 체절로 이루어진 연약한 몸을 보호하면 서 표류하는 먹이를 포획하기 위한 구조물로 사용한다. 관의 꼭대기에는 바퀴살이 방사상으로 풍차처럼 펼쳐져 있어, 부유 물 섭식(suspension feeding)을 위한 그물망 역할을 한다. 망 이 가득차면 벌레는 관에서 나와 망에 걸린 먹이를 섭취한다.
정말로 대단하지 않은가? 이 벌레가 어찌 이렇게 놀랍고도 혁신적 인 디자인을 고안하였으며, 그것을 정교하게 가다듬는 데 얼마만한 세월이 흘렀을까? 해양 벌레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살펴보면, 서두에서 소개한 아이 들의 섬뜩한 노래를 만든 사람은 아마도 바다 밑에서 사는 놀라운 벌레들을 경험해보지 못하였으리란 짐작이 들 것이다.
출처
http://www.sdm.kr/bbs/board.php?bo_table=magazine_view&page=3&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