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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리뷰> 황금시대-관조적 서사로 드러낸 차가움 속의 들끓음

작성자김문홍|작성시간14.10.03|조회수21 목록 댓글 0

'황금시대' 리뷰- 관조적 서사로 드러낸 차가움 속의 들끓음

                                              (국제신문/ 10. 4)

 

 

 홍콩 '뉴웨이브'를 이끈 허안화는 역시 거장답다. 결코 흥분하거나 들뜸도 없이, 주먹을 쥐고 외치거나 내로라하고 뻐기지도 않은 채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물결을 관조적 시각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 현대사의 아픈 상처는 후경으로 밀어내고 그 속에 부침하는 인간들을 전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것도 가부장적인 남성의 권위보다는 인습과 전통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여성의 삶에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허안화의 '황금시대'는 현대 중국의 천재작가인 '샤오홍'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그녀가 작가로서 황금기를 누리던 1930년대 초에서 1940년대 초까지의 10여 년에 이르는 드라마틱한 삶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녀는 부유한 지주 집안의 딸로 태어나 격변기 속에서도 100여 편의 작품을 남기고 결국은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 우리나라의 신여성 나혜석처럼 영원한 자유인을 자처하며 오직 사랑과 창작에만 전념한다.

그러나 불온한 시대와 사회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샤오홍은 인간인 한 여성으로서는 실패한 삶을 살았지만, 작가로서는 하나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그녀는 이념에 휘둘리지도 않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패거리에도 속함이 없이 오로지 민중의 삶을 철저하게 그려낸 리얼리스트로 일관했다. 작중 인물인 한 여성이 그녀의 작품을 두고 '어쩌면 그렇게 몸서리치게 가난을 묘사할 수 있을까'하고 섬뜩한 표정을 짓는 대목에서 샤오홍 작품의 진면목이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3시간 가까이 되는 대하 서사이지만 시종일관 냉철하고 차가운 관조의 시선으로 역사의 흐름을 쫓고 있다. 이를 위해 연기, 음악, 영상의 톤과 리듬까지도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내레이션은 작품 속의 장면을 샤오홍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방식과 그녀의 관계망 속 작중 인물들이 들려주는 형식의 두 종류를 취하고 있다.

음악도 되도록 절제하고, 배우들의 연기 역시 관객들의 몰입을 유도하는 사실주의적 형태보다는, 관객이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한 채 성찰하도록 하는 서사극적 연기 메소드를 지향하고 있다. 영상의 톤 역시 주인공 샤오홍의 건조한 내면처럼 청회색이나 암청색의 톤에 가깝다. 샤오홍으로 분한 탕웨이의 연기 역시 얼음 속의 불덩이, 혹은 차가움 속의 들끓음처럼 긴장감이 있고 감정을 절제하듯 무표정의 절제된 연기로 일관하고 있다.

 

 허안화는 역시 거장답게 관객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 역시 대중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서사를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감독의 전작인 '심플라이프'(2012)처럼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런데도 뭔가 강한 힘이 느껴진다. 바늘로 찔렸을 때의 아릿한 아픔을 느끼게 하는 정서적 힘이 바로 그것이다. 마지막 시퀀스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그녀 집안의 풍요한 뜰의 풍경이 드러내는 유년의 아름다운 추억과 계절의 순환을 상징하는 내레이션이 맞물리는 대목이 바로 그렇다. 엔딩 크레딧이 끝나도 선뜻 자리를 뜨게 하지 못하는 묘한 정서적 이끌림이 느껴지는 그런 영화이다.

 

                                                                                                                      김문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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