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가 바빴습니다. 조금씩 학교 안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조심하는 중이었는데 선생님 중에서도 이번주에는 확진되어 격리생활을 하신 분이 생겼습니다. 남아있는 사람들과 함께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하는데 애를 좀 썼습니다.
이번주에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제일 중요했던 이벤트는 선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얼마전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이번 아이들의 선거를 지켜보면서 새삼 느껴지는 바가 많았습니다.
우리반에서는 민진이와 재우가 의장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의장후보는 상급반에서만, 부의장후보는 상급과 중1,2반에서 모두 후보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이번 7대 선거에서는 의장후보 민진이, 성훈이, 재우. 부의장 후보 예인이, 예슬이, 이진이가 출마했습니다. 의장은 한명, 부의장은 2명을 선출했고요. 예슬이가 후보등록을 하고 본격 선거운동을 해야하는 이번주에 격리로 등교하지 못해서 연설문을 영상으로 찍어 보내었고, 질의응답은 전화로 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많았습니다. 이 속에서 별것 아닌 것처럼 대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내면에 긴장과 걱정, 두려움과 동시에 기대와 의지를 발현하고 있는지를 매일매일 발견했습니다. 민진이는 내내 무심한 듯 굴면서도 주말에 포스터를 두 개가 만들어 무엇이 더 좋을지 물으며 다녔고, 재우는 어디 그런 세심한이 숨어있었는지 말하기 어려워하는 부끄러운 자들을 위한 섬세한 공약들을 꼼꼼히 준비해 왔습니다.
목요일 1차 연설회를 진행하는데, A4 한 장을 가득채운 연설문을 준비해온 민진이. 떨린다며 손을 잡는데,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하더라고요. 조금 떨리는 목소리지만 잘 발표를 마쳤고, 우리 재우는 여느때처럼 무심한 듯, 하지만 떨리는 손을 숨기지 못하고 발표를 했고요. 재우는 스크립트도 없이 가끔 까먹기는 해도 자신의 공약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작년보다 목소리도 훨씬 커지고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대답하더군요. 그리고 공약들도 세심해서,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따로 안건통을 만들거나, 매달 불편한 점을 앙케이트 조사를 해서 집중적으로 수정해보겠다는 등의 공약을 준비했어요. 이런 모습에 민진이가 좀 충격을 받았더라구요. 다른 후보들이 준비한 것에 비해 자신이 초라해보이기도 하고,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된다고. 재우는 연설 이후에 오히려 떨어질 것 같다고 포기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기도 하구요.
두 아이를 지켜보면서 참 고마웠습니다. 마음 속에 무엇이든 잘하고 싶은 의지가 살아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어서요. 평소에 늘 무심하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 속에서 고민은 하고 싶지 않을걸까, 아무래도 초등 때처럼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지는데 이 모든 것이 사실은 기우였다고 느껴졌어요. 아이들의 포현 이면을 잘 들여다 볼 수 있어야겠다 싶었습니다.
두 아이들에게 우리가 함께 읽었던 ‘작은 영혼과 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빛이고, 상대방이 빛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해서 내가 어두워지지는 않을 거라고. 너도 빛이고, 나도 빛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부탁했습니다.
오늘 개표 결과 이후에 재우가 많이 아쉬워했어요. 속상했겠지요. 같이 손잡고 속상해 했습니다. 그리고 재우가 보여준 멋진 모습들이 이번 기회에 잘 드러나진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습니다. 재우의 섬세한, 어려운 사람들을 헤아리는 마음, 꼼꼼하게 도울 수 있는 힘들이 더 잘 발휘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민진이는 손에 땀이 나게 개표 결과를 바라보았고, 오늘 첫 자치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긴장한 것이 보이는데, 그럼에도 차근차근 하나씩 안건을 잘 진행하고, 더 시간이 필요해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이야기 나누자 하는 등... 베테랑처럼 진행하더라구요. 한해가 아주 든든합니다.
집에서도 아이들이 어디에 의지를 발휘하고 있는지 보이시나요? 아이들 무신한 듯 아닌 듯, 숨기고 지내지만 백조의 발처럼 물 밑에서 아주 열심히 물장구 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정에서 발견되는 모습들이 있다면 또 알려주세요. 제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다음주 목요일에는 갈맷길 걸으러 갑니다. 9시에 학교 및 쌈지공원에서 출발해서 낙동강 하구둑까지 가보려고 합니다. 갈맷길 6-1코스 일부와 6-3코스입니다. 어느정도로 우리가 걸어질지 가늠해보는 첫 기회입니다. 날짜를 잘 잡아서 벚꽃이 한창일 때 예쁜 길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공지 드릴게요.
봄비가 내리는 주말이겠네요. 각 가정에서도 주말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