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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 / 강신구

작성자조인혜(홍보국장)|작성시간26.06.09|조회수133 목록 댓글 0

고니 /강신구


논바닥 크기의 여러 뙈기 연밭에 커다란 새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무리 지어 노니는 게 한 집안처럼 보였다. 새끼들은 잇달아 자맥질하며 버둥버둥 먹이를 더듬는다. 긴 목이 바닥에 닿지 않는가 발길질하며 허우적거린다. 엄마 아빠는 옆에서 다른 새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지키고 섰다.

어쩌다 눈치 없이 낯선 것이 지나치려면 득돌같이 긴 날개를 펄럭이며 ‘꼬이 꼬이’소리친다. 이리 오지 말라는 소리다. 그러다 어미도 머리를 처박는다. 배고픈가 보다. 덩치가 커서 바닥을 헤집고 나면 긴 모가지가 펄이 묻어 거무스레하다. 그래도 배가 안 차는지 잇달아 바둥바둥 집어넣는다.

아빠도 시장할 텐데 지켜 돌보느라 저리 꼬장꼬장하다. 거위처럼 큼직하고 하얗게 생겨서 가까이 가면 달려들어 물어뜯을 것 같다. 어떤 건 뭍으로 기어 나와 아장아장 걷기도 한다. 곁으로 가 보고 싶어도 후루루 달아날까 차 안에서만 지켜보고 있다. 바짝 바로 옆이다. 이것들이 설설 조금씩 움직이는 차는 거슬리지 않는가 지나쳐본다.

어떤 건 꼿꼿이 이쪽을 쳐다보며 뭣인가 갸우뚱하는 것 같다. 덩치 큰 게 꾸물꾸물 움직이니 흰곰 검은 곰으로 여기는가. 그냥 지나가는 거겠지 대수롭지 않게 보아넘기는 것 같다. 한 컷 찍으려는 사람이 나무 뒤에서 가까이 가려는 사람들을 일일이 조용조용 새들을 놀라게 하지 말라고 타 이른다.

저쪽 한 떼거리는 긴 머리를 등에다 눕히고선 곤히 잠들었다. 고것 참 맹랑하다. 이 벌건 대낮에 잠이 오는가. 그러니 웅성거리면서 가까이 가면 되겠나. 가만가만 이렇게 지나면서 살피는 게 좋다. 꽤 길쭉해서 한참 주춤주춤 올랐다. 저쪽으로 몰리지 않고 이쪽으로 다닥다닥 붙어 보라는 듯 어울렸다. 유유히 흰 구름 흘러가듯 떠다닌다.

내려앉을 때는 하늘에서 스르르 미끄러지면서 사뿐히 닿고 오를 때는 뒤뚱뒤뚱 뛰다가 파닥파닥 날아오른다. 어지간히 파먹었는가 배가 불러서 쉬 날지 못한다. 날개가 부러지도록 휘저어 물 위를 한참 뛰어가다 겨우 난다. 어디 다른 곳으로 갈 곳이 있는가 보다. 가마득히 사라져 간다.

백조라 했다가 요즘은 고니라 부른다. 하얀 새로 알았는데 흑조가 있어서 어울리지 않는 말이란다. 섣달과 정이월에 머물다가 우수 경칩 때면 떠난다. 몽골과 러시아의 흡수굴이나 바이칼 호수, 연해주 바닷가가 얼면 먹이 찾아 내려왔다 풀리면 그들 살던 고향으로 떼 지어 올라간다. 여러 나라를 어디든 거칠 것 없이 아무 데나 다니는 게 부럽다.

그곳에서 알 낳고 새끼 키우다가 추워지면 남녘을 찾아온다. 그 멀고 먼 곳인데도 용케 알아낸다. 지난해 오글보글 있었던 곳을 어김없이 날아내린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뫼와 가람, 마을, 들판이 고만고만해서 연뿌리 캐던 곳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날짐승은 작은 머리에 내비게이션이 달렸는가 보다.

제비도 봄이면 작년 새끼 키우던 집을 찾아와 ‘재잘재잘 저 왔어요’ 인사한다.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월남, 태국 등 아세안 강남이 얼마나 먼가. 날 파리 먹이를 찾아오는데 요즘은 뜸하다. 그 많던 정든 새가 보이지 않는다. 엉겁결에 자취를 감춰서 그리움으로 남는다. 농약으로 하루살이와 모기, 나방 등 벌레가 줄어들어서이다. 고니도 요렇게 올 때 잘 떠받들고 반겨야 한다. 멀찍이서 보고 얼른 가는 게 도와주는 일이다.

잠깐 머물다가 떠나는 손님이다. 어쩌면 이리도 많을까. 눈 내린 듯 하얗다. 낙동강 하구 맥도생태공원이다. 공항로로 가다가 둑을 넘으면 넓은 늪으로 강 따라서 곧은 길이 쭉 이어졌다. 명지에서 구포까지 기다랗게 난 길로 좌우 가로수가 그림처럼 곧게 자라 가지런한 게 멋지다.

둑길도 잘 다듬어서 봄날 벚꽃길로 고목 나무에 하얀 꽃이 덕지덕지 피어나 장관이다. 때맞춰 축제가 열린다. 살랑살랑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이 마치 함박눈 쏟아지듯 지나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길이가 삼십 리로 다 걸어보기는 힘에 부친다. 바다로 들어가는 강과 어우러져서 그저 그만이다.

나무에 기대어 시화도 걸어놔 오며 가며 읽느라 더디기만 하다. 때마침 노란 유채도 피어나 발길을 사로잡는 바람에 북새통을 이룬다. 시끌벅적 음악과 함께 먹거리 장터엔 국밥 냄새가 울려 퍼진다. 다들 바쁠 게 없는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으로 여기가 바로 얻다 비할 데 없는 낙원이 아닐까.

벚꽃에 이어 대저 토마토와 명지 전어도 축제장이 열린다. 가을엔 붉고 노랗고 하얀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나 강가를 더 아름답게 수놓는다. 여름엔 연꽃이 피어나 흐드러졌다. 크고 작은 갖가지 꽃들이 물 위에 주르르 펼쳐져서 가로지른 꼬불꼬불 다리를 걸으며 어루만져 볼 수 있다. 노란 호박과 해바라기, 붉은 모란, 하얀 목련꽃이 크다지만 연꽃 또한 시원하게 커다랗다.

찬찬히 살핀다. 물에 떠 있는 꽃과 치솟은 줄기, 넓은 잎 사이를 무엇이 헤집고 다닌다. 물방개가 반짝이며 빙빙 돌아치고 소금쟁이가 팍팍 물 위를 뛰어다닌다. 청개구리가 이리저리 다리를 벌렸다 오므렸다 개 헤엄친다. 남생이가 엉금엉금 뭣이 있나 고개를 내밀었다간 잠긴다. 수달이 헐레벌떡 누가 부르는지 가로질러 곧바로 달려간다.

그렇게 해마다 안 보곤 못 배기는 여러 축제와 연꽃 피는 이곳을 다녀갔다. 드넓은 낙동강 늪지대 맥도에 겨울 고니가 오는 줄은 감쪽같이 몰랐다. 강수와 해수가 어울리는 저 멀리 기수 숲 갈대를 훑는 걸 봐 왔다. 천연기념물이고 멸종위기야생동물이다. 난데없는 곳에서 연뿌리를 먹으려 기웃거리다니, 하나하나 보느라 엉거주춤 지나칠 줄 모른다. 마냥 어리대며 머뭇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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