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 조종사 구출 작전에서 우리 군을 돌아본다.
2차대전 당시 미군 수뇌부는 라이언 일병을 전장에서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네 형제 중 유일하게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식이기 때문이다. 밀러 대위 팀은 목숨을 걸고 그를 마침내 찾아내지만 대가는 컸다. 대원 2명이 죽고, 밀러 대위 역시 목숨을 잃고 만다. 한 사람을 구하려고 여럿이 죽는다는 것.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국가는 효율만 따지진 않는다. 한 어머니에게 자식 넷 모두의 전사 통지서를 안길 수 없다는 마음이 그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피격된 F-15E에서 비상 탈출하여 7,000피트 이란의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홀로 남겨진 공군 대령 무장 관제사(WSO) 구출 작전은 전 세계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36시간의 사투 끝에 구출한 그를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을 무사히 데려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우리가 그를 구했다(WE GOT HIM)!" 라 선언했다.
F-15E는복 좌석으로 앞좌석에 조종사, 뒷좌석에는 조종 임무와 무관하게 미사일·폭탄 등을 투하하는 임무를 전담하는 무기 체계 장교가 탑승한다. 이번에 이란 방공망에 격추된 뒤 사출(射出) 시스템이 작동해 비상 탈출한 앞 조종사는 현지 급파된 특수요원들에 의해 조기에 구출됐고, 무기 체계 장교는 36시간 만에 극적인 구출 작전으로 살아났다.
백악관 상황실에서는 대통령과 군 수뇌부가 실시간 영상을 지켜보며 작전의 모든 과정을 직접 지휘했다. 군 통수권자가 밤을 새우며 구출 작전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적진에 고립된 군인에게는 필사의 생존 의지를, 구조 대원들에게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불어넣는 최고의 정신, 전력이다.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은 호신용 권총 한 자루뿐이었다. 적군의 포상금 선동과 좁혀오는 포위망 속에서 그가 버틴 시간은 공포와의 처절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는 고립되었을지언정 버림받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한 명의 장교가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넘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가장 완벽한 해답이 되었다.
우리 공군에도 제6탐색구조비행전대(SART)가 있다. 이들은 "내 목숨 바쳐 남의 목숨을 살린다(That Others May Live)"라는 숭고한 슬로건 아래, 적진 한복판에 떨어진 조종사를 구출하는 최정예 부대다. 붉은 베레모를 쓴 항공구조사(Pararescue)들은 고도의 스쿠버 다이빙, 산악 등반, 응급 의료 기술을 갖춘 '특수부대 중의 특수부대'다.
야간 및 악천후에도 침투가 가능한 HH-47D, HH-60P 구조 헬기를 운용하며, 조종사의 생존 신호를 추적하는 정밀 시스템을 가동한다. 우리 조종사들 역시 적진 추락 상황을 가정한, SERE (Survival·Evasion· Resistance·Escape, 생존·도피·저항·탈출) 훈련을 이수하며, "국가가 반드시 나를 찾으러 온다"라는 신뢰 속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SERE 훈련의 뿌리는 6·25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로로 잡힌 미군들이 겪은 혹독한 시련을 계기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대통령은 군인 복무 신조를 수립했다. “생포될, 경우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저항하겠다”라는 의지가 훈련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미군 포로들은 적에게 이름과 계급, 생년월일, 군번 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도록 교육받는다.
훈련 과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혹독하다. 조종사들은 사막부터 북극까지 모든 극한 환경에 투입돼 선인장이나 딱정벌레를 먹으며 버티는 법을 배운다. 낙하산 탈출 후 부상을 스스로 치료하고 은신처를 만드는 법, 나뭇가지로 불을 피우는 법 등이 포함된다. 19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추락했던 스콧 오그래디 대위는 개미를 잡아먹으며 6일간 버틴 끝에 구조되었다.
생존만큼 중요한 것은 적의 눈을 피하는 회피 기술이다. 조종사들은 사전에 약속된 구조 지점으로 이동하며 적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 적에게 발각될, 경우 무술이나 소화기를 활용한 저항 수칙도 훈련은 받지만, 구체적인 기술은 기밀로 분류된다. 마지막 단계 탈출에서는 무전기와 신호탄 등을 활용해 아군 구조대와 접촉해 안전하게 복귀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번 작전도 완벽에 가까워 보이는 정밀한 시행 끝에 미군은 2,000m가 넘는 산등성이에 고립된 실종 장교를 미 CIA가 “유령의 속삭임(Ghost Murmur)”이라는 신형기기로 그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것은 사람의 심장 박동 소리로 위치를 찾는 신기술로 위치를 찾아내자, 특수부대가 투입하여 무사히 구출해 냈고 5일 새벽이 되기 전 접선 지로 향했다.
유령의 속삭임이란 ‘사라진 사람의 심장 박동 소리’라는 의미로 60 KM 밖에서도 인간의 심장 박동이 만들어 내는 전자기 신호를 AI가 특종 신호로 분리해 그 위치를 찾아내는 최첨단 기술이다. 록히드 마틴이 개발하여 실전에 참여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군은 블랙 호크 헬기에 탑재하였고 F-35에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를 구출하고 난 뒤 그들을 안전지대로 이송하기 위한 MC-130J 수송기에 문제가 발생했다. 두 대의 수송기 바퀴가 모래에 빠져 움직일 수 없자 실종된 장교뿐 아니라 수백 명의 특수부대원들마저 적진에 그대로 고립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미군 당국자는 이번 작전에서“큰일 났다 싶은 순간이 있었다면 바로 그때였다”라고 했다.
그러나 미군은 고심 끝에 극도로 위험한 추가 작전에 나섰다. 군 수뇌부의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고립된 장교와 특수부대원들을 수송하기 위해 소형이지만 기동성 높은 터보프롭 기종을 대체 투입했다. 미군은 터보프롭 3대를 추가 투입해 구출된 장교와 특수부대원들을 여러 차례로 나눠 안전하게 이송시켰다. 구조작업이 성공한 뒤 미군은 군사기밀이 담긴 수송기를 이란에 남겨놓지 않고 폭파했다.
미군이 세계 최강의 전투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복무 신조'가 결코 빈말이 아님을 행동으로 입증해 왔기 때문이다. 미 육군의 복무 신조는 "쓰러진 전우를 버리지 않는다(I will never leave a fallen comrade)"는 것이고 미 공군의 복무 신조는 "전우를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I will never leave an Airman behind)"는 것이다. 1999년 유고 공습 당시 적진에서 8시간 만에 스텔스기 조종사를 낚아채듯 구출한 사례나, 이번 이란 산악지대에서의 대담한 작전은 이 신조들이 단지 구호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작전도 비용만 따지면 극단적으로 비효율적인 작전으로 MC-130 수송기 2대, 헬기 4대가 파괴되었으니, 값만 해도 3억 5,000만 달러 약 5,250억 원에 달하지만 그래도 구조를 강행했다. '숭고한 비효율'이야말로 군인의 사기를 높이고 강한 군대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미국은 한명의 생명을 위해서도 국가 역량을 총동원한다. 100여 명이 넘는 구조대원의 위험을 무릅쓰고 라이언 일병을 구하듯이 그를 끝까지 챙기는 국가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군인을 존중하고 예우하는 문화다.
미국은 지금뿐만 아니라 과거 전쟁의 실종자나 전사자도 잊지 않는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의 유해를 실은 비행기가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뒤 북한이 미국에 보낸 유해, 대통령이 도착하는 야밤에, 공항에서 영접하면서 한 말이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소모품처럼 버려진다면, 국가를 위한 헌신도 공허한 구호가 될 겁니다.
우리 역사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642년 김유신 장군은 고구려에 갇힌 재상 김춘추를 구하기 위한 결사대에게 목숨 건 결단을 촉구한다. 나라를 위한 공로를 잊지 않는 정신이 삼국 통일을 이룬 주춧돌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동안 세 명의 대통령이 북한을 다녀왔는데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는 어찌 된 건가요? 지금 북한에 억울하게 구금된 우리 국민 4명에 대하여 처음 듣는다는 대통령의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직무 유기가 아닌가? 국가가 국민에게 희생을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버리는 권리까지 가지는 건 아니다.
군인은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하드웨어적인 강군을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