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태평양 건너 이스라엘에서 날아온 뉴스 한 토막이, 2026년 대한민국 과 국민들의 뺨을 아주 차갑고 경쾌하게 후려쳤다.
이란과의 살벌한 전쟁으로 선포됐던 이스라엘의 국가 비상사태가 해제됐다. 그리고 단 몇 시간 뒤, 이스라엘 법원은 아주 건조하게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부패 혐의 재판을 일요일부터 정상적으로 재개한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직접 나서서 사면을 촉구했지만, 이스라엘 대통령실은 원칙대로 사면 담당 부서와 법률 고문의 절차를 밟겠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 중인 현역 총리에게 예외는 없다는 뜻이다.
이제 곧 텔아비브의 낡은 법정. 미사일과 드론의 공습을 막아내며 중동의 거대한 전쟁을 지휘했던 일국의 현역 총리가, 사이렌이 멈추자마자 묵묵히 뇌물과 사기 혐의의 피고인석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는 자신의 재판을 멈추기 위해 이스라엘 의회를 장악하지도 않았고, 자신을 수사하는 검사를 탄핵하겠다고 윽박지르지도 않았다.
이제 카메라를 서울 여의도로 돌려보자. 여기, 전쟁은커녕 동네 골목길 싸움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일개 정치인이 있다. 그는 대장동과 대북송금이라는 자신의 개인적인 토착 비리 혐의를 방어하기 위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가.
법정에서 유동규의 증언 하나 깨지 못해 쩔쩔매던 자신의 낡은 변호사들을 각종 감투와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어 입법부를 장악했다. 자신을 수사한 검사를 국회로 불러들여 마이크를 빼앗고 윽박지른다.
전쟁을 치른 총리는 법의 저울 앞에 머리를 숙이는데, 삼청동 쫄보는 국회의원들 등 뒤에 숨어 법전 자체를 불태우고 있다.
이 지독한 엇박자를 보며 우리는 참담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책임질 일은 책임지는 리더라면 그도 그 지지자도 얼마나 자랑스럽겠는가.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국회가 마비되고, 국정원이 동원되며, 검찰이 조롱당하는 사이, 대한민국의 국격과 정치는 완벽하게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법치를 수호하는 것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다. 권력자라 할지라도 잘못을 저질렀다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법원 포토라인 앞에 서서 묵묵히 자신의 혐의를 소명하는 그 차가운 상식 하나면 족하다. 미사일이 멈춘 하늘 아래서 조용히 피고인석으로 향하는 이스라엘 총리의 뒷모습이, 거대 여당의 완장 뒤에 숨어 벌벌 떠는 누군가를 가장 잔인하게 조롱하고 있다.
박주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