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제 해결, 일본 활동지원제도에 답 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1-18 11:46:10
중증 장애인들의 활동지원 서비스 양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의 예산이 차지하는 장애인 복지 예산 비율이 높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1998년도에 처음으로 일본의 활동지원 제도를 보고 장애인들이 정부에 활동지원 제도 도입을 요구하였다. 그 당시에는 정부는 처음 접하는 활동지원 서비스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가졌었다. 장애인 개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개인 비서를 두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외국의 먼 나라 이야기라고 했었다.
활동지원 서비스 제도를 시범적으로 시작한 것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복권기금이었다. 당시에 일본의 제도를 주장하기에는 일본 유학한 교수가 없었고, 대부분 장애인복지 관련 전문가는 미국의 유학파들이었으므로 시범사업의 예산이 크지 않아 서비스 양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였고, 전문가들이 정부에 자문하는 경우도 미국의 제도였던 것이다.
미국의 활동지원 서비스만 참고하다 보니 서비스 양이 미국도 많지 않다고 전문가들이 주장하였다. 그러나 미국재활법에 의해 이미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고, 우리는 활동지원 서비스 평가도구만 참고하다 보니 미국도 서비스 양이 많지 않다고 한 것이다. 미국은 활동지원 서비스가 서비스의 하나이지만, 우리는 바우처 서비스의 전부다.
시각장애인의 예를 들면, 보행 안내나 의사소통, 점자 서비스, 시각정보 제동 등 시각장애인의 서비스는 별도의 장으로 다루고 있으므로, 활동지원 제도만으로 보면 서비스 양이 장애인들의 요구에 충분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단지 미네소타 활동지원 서비스 사정 도구를 번역하여 한국형을 만들고 보니 서비스 양이 한계를 가졌다.
한국의 법들은 상당 부분 일본의 법체계와 유사하게 되어 있다. 장애인복지법도 일본의 법과 상당히 유사하게 되어 있었다. 지금은 많은 개정으로 차이를 가지게 되었고, 일본은 차별금지해소법과 장애인기본법의 통합으로 인하여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활동지원서비스가 전파되었고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전파된 것이지만, 제도를 마련하면서 미국의 법을 참고하여 만들었다. 때문에 활동지원서비스가 거의 대부분의 현물 서비스를 대표하여 정착, 서비스의 양이 충분하지 못하게 되었다.
미국은 다른 서비스가 별도로 있어 활동지원 서비스만 있는 것은 아님에도 우리는 최근에 와서 발달장애인 방과 후 돌봄이나 주간활동 서비스만 추가되었고, 다른 유형의 장애인의 서비스는 활동지원 서비스만 있고 다른 서비스는 없어 불만을 갖게 된 것이다.
활동지원 서비스는 주로 일상생활을 위한 도움 정도를 측정하여 서비스 양을 정하는데, 청각 장애인의 의사소통이나 시각장애인의 안내와 정보제공을 위한 서비스 시간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못한다. 그리고 발달장애인 역시 동작성 도움의 정도만 고려하여 활동지원 서비스가 형평에 맞지 않다고 말한다. 일본의 활동지원 제도를 우리가 도입할 당시 명칭과 서비스 유무만 영향을 미침으로써 일본의 발전과정을 참고하지 못했다.
그럼 일본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 먼저 일본은 활동지원사가 1급과 2급으로 구분된다. 2급은 발달장애인의 지켜보기 서비스다. 시급은 우리의 두 배 정도다. 최대한 스스로 활동하도록 하면서 위험이나 지켜봄으로써 안전과 결정권을 보장한다. 우리에게는 지켜보기 서비스는 없다.
중증 장애인의 일상생활, 식사준비, 가사일 등의 수단적 일상생활, 외출하기 등의 활동지원 서비스는 1급 활동지원사의 서비스가 제공되며, 시급은 우리의 5배 정도이다. 우리는 중개기관에서 25%의 수수료를 공제하지만, 일본은 50% 정도를 공제한다.
그러면 일본의 중개기관은 폭리를 취하는 것일까? 활동지원사 관리와 고용부담 외에 활동지원사의 직접 서비스와 더불어 이용자의 상담이나 자립지원, 동료상담 등의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중개기관의 직원 수가 우리의 몇 배이며, 중개기관의 역할이 더 많다. 실질적인 자립지원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체계다.
일본은 의사소통 지원을 서비스 평가에 포함한다. 그리고 시청각 장애인 등 중복 장애인은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는 65세가 지나면 노인요양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여 활동지원 서비스는 졸업을 하게 된다. 최근 노인 요양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나 장애인이 희망하는 경우 택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시도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은 택일이나 다른 서비스로 넘어가 졸업을 하는 제도가 아니다.
일본은 노인요양 서비스가 아니라 수발보험이다. 일본도 활동지원 서비스 외에 다양한 바우처 서비스와 공적 보험이 개발되어 제공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연금도 거의 우리의 10배 수준이다. 일본에 장기 체류하는 장애인에게도 장애인연금을 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 4등급의 활동지원 서비스 등급제를 운영하다가(실제로는 1급을 둘로 나누어 독거특급이 있어 5등급이었다) 지금은 15등급의 서비스 제도를 가지고 있다. 한 등급 당 30시간의 차이가 난다. 일본은 개인마다 각자 다른 서비스의 양을 정한다. 등급제가 아닌 것이다.
활동지원 서비스 평가를 하는 종합조사표의 점수로 등급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지원 서비스가 필요한 시간을 사정 도구의 측정 각 항목마다 정하여 그 시간을 모두 더하여 서비스 시간을 정한다. 그런데 다른 서비스를 받을 경우 총 시간 수에서 중복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활동지원 서비스 양을 정한다.
우리는 활동지원 서비스가 주간이냐, 야간이냐, 공휴일이냐 등에 따라 시급이 다르므로, 시간을 정할 경우 시급이 높은 시간대에 이용하게 되어 지출이 늘어날 수 있어 긴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평소의 주중 낮에 주로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시간에 해당하는 금액제로 운영한다. 즉 시급이 높은 시간대에 이용하면 시간이 줄어든다.
일본은 활동지원 서비스 사용 계획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고 그 이용 시간의 결정은 중개기관과 이용자의 결정사항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필요한 서비스의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에서 각 항목마다 서비스 필요 시간을 측정하여 각 항목의 시간을 모두 더하면 이용자의 서비스 총 시간이 된다.
그 시간에서 다른 바우처나 복지 서비스, 공적보험을 이용하는 경우 이용하는 만큼 활동지원 서비스의 양을 삭감한다. 즉 활동지원 시간은 줄어도 전체 서비스 총 시간은 변동이 없다. 그리고 장애 유형의 욕구를 감안하여 장애유형별 불균형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
우리는 장애 유형별로 필요한 서비스 총량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다. 종전 서비스 사정도구에서 장애 유형별 욕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여서 대안으로 시각장애인 등은 가산점을 부여하였다. 그러다가 새로 개정한 종합조사표에서는 의사소통 등을 사정 도구의 항목으로 추가한 다음 가산점을 삭제하였다. 그런데 의사소통의 항목은 점수가 그리 높지 않아서 정보제공이나 의사소통 지원 등의 서비스의 충분한 서비스 양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활동지원 서비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외국의 해결방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외국도 사정도구가 우리와 비슷하다면 외국에서는 다른 장애 유형을 위한 다른 서비스가 별도로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일본의 제도 안에 우리의 문제 해결의 답이 들어 있다.
당사자들이 필요한 제도개선을 주장하면 외국의 사례를 가져오라고 하는데, 정부도 정부가 만든 각종 규제나 관리체계에 있어 외국의 사례를 들어 당사자를 설득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