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한 마당
네덜란드 문화인류학자 호이징하((Johan Huizinga,1872~1945)는 그의 역저 『호모 루덴스』에서 문화의 기원은 놀이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생로병사를 겪는 인간은 삶의 모든 통과의례에 음악, 춤 등이 등장합니다. 이것들은 인간의 몸과 영혼을 동원하여 상황과 사물을 표현하려는 욕구의 결과인데, 이것이 문화의 발생 원인이 된다고 본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놀이를 통해 새로운 삶의 창조적 원동력을 얻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리스 시대 디오니소스 축제와 로마 시대 사투르날리아 축제는 신을 섬기는 국가 행사로 거행되었습니다. 어느 것이나 이 행사는 현실로부터 이탈을 꿈꾸는 자유로운 인간 행동이 연출되었고, 잠재되었던 욕구가 분출되었고, 신에 대한 경배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술(포도주)의 신은 디오니소스(로마의 주신 바쿠스)입니다. 이 주신(酒神)을 섬기는 축제가 디오니소스 축제였습니다. 술이 있어 현실의 고난과 미래의 두려움을 한꺼번에 잊게 해준 주신께 감사드린다는 이 축제는 누구나 술에 취하고, 음악에 취하고, 행렬에 동참하고, 연극 공연에 감탄하는 국가 행사였습니다.
로마 시대엔 농업 신 사투르누스(그리스의 농업 신 크로노스)를 기리는 축제 사투르날리아가 열렸습니다. 풍년 들게 하고 곡식이 제대로 여물게 하는 농업 신을 찬양하는 축제입니다. 이 축제 동안은 노예에게도 자유가 허여되었고, 남녀노소가 분별없는 자유의 시간을 누렸습니다. 물론 이때의 필수품은 포도주였지요. 신을 찬미한다는 핑계로 남녀노소가 어울려 즐기는 행사였지요.
신을 위한 제사 행위가 없다 해도 집단 놀이는 축제라 불리어집니다.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Rio carnival)에서는 우스꽝스런 가면과 삼바춤이 등장합니다. 가면은 스스로를 위대한 인물 혹은 공포의 괴물 아니면 아예 우스꽝스럽고 못난이 행세의 가면으로 지금의 자신을 평가상승 혹은 절하하는 탈을 썼습니다. 신분의 상승이든 하강이든 현실로부터 유리된 새로운 자신의 탄생을 통해 순간이라도 다른 나이고 싶어 했고, 이것이 잠시 행복감을 느끼게 한 것입니다. 어느 축제든 축제엔 노래와 춤이 등장하고 술과 음식이 등장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금기로부터 해방되는 축제가 있는가 하면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를 재현하는 것 또한 현재 상황으로부터 이탈된 즐거움의 축제 한 마당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빠져들어 마음이 들뜨는 것도 축제입니다.
우리나라엔 봄에 축제가 많습니다. 벚꽃이나 진달래나 철쭉, 산수유꽃이 필 무렵, 이걸 즐기는 상춘객을 위한 축제가 여러 곳에서 열립니다. 남원 춘향제도 봄에 열립니다. 춘향이 뽑기 대회와 판소리 경창대회를 겸하는 행사입니다.
여름 축제에 보령의 머드 축제가 있습니다. 7월 무더운 여름날 대천 해수욕장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은 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온 몸에 뻘을 바르고 서로 뻘 장난으로 하루를 보내는 축제입니다. 뻘로 엉망이 된 자신과 타인의 모습을 보면서 한바탕 웃는 행사입니다. 무주에서는 반딧불이 축제가 열립니다. 여름밤을 수놓는 반딧불이의 불빛을 구경하는 축제입니다.
가을엔 억새 축제, 갈대 축제, 특히 진주의 유등 축제는 대단합니다. 고기를 맨 손으로 잡는 축제도 있습니다. 은어 잡기, 산천어 잡기, 송어 잡기 등이 곳곳에서 열립니다. 해운대 빛 축제처럼 하늘에 불꽃 잔치를 벌이는 행사도 있습니다.
겨울엔 빙어 낚시를 하면서 낚은 고기를 얼음판 위에서 요리하는 이것도 즐겁고 재미있는 축제입니다. 대관령 등 여러 곳에서 눈꽃 축제가 열리어 눈 속을 헤매며 한 순간 자연과 하나 되는 이것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영화제, 음악제, 연극제에 참석하는 것 또한 잠시 현실의 힘든 일들로부터 해방할 수 있으니 즐겁지요. 뭣보다 운동경기장 특히 야구장에서 음악에 맞추어 치어 걸(cheer girl)의 몸짓에 따라 응원가를 합창하며 집단 가무로 자기 편을 응원하는 것은 여기 동참하지 않고는 못 느끼는 즐거운 놀이마당입니다. 한국인들이 야구를 이렇게 즐기다니! 세계인들이 이런 진풍경을 보고 놀라지요.
한때 TV프로에 ‘웃으면 복이와요’같은 코미디안들이 관중을 웃기는 프로가 있어 고달픈 현실을 잊게 하였습니다. 장소팔과 고춘자의 만담 쇼가 있었고, 구봉서, 배삼룡, 서영춘, 남보원, 백남봉, 이주일 등이 관람객을 즐겁게 하였습니다. 이들이 기상천외한 행동과 말재간으로 관중을 웃겼지요.
코미디안들은 자신의 우매한 행동으로, 아니면 상대를 우스꽝스런 존재로 비하시켜 관중을 웃게 합니다. 누가 바보가 되든 관중은 바보 구경을 즐기는 놀이가 코미디입니다.
한참 잘 웃겨주던 이주일을 국회의원으로 등장시킨 적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코미디로 끝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