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烏飛兎走

작성자이주산|작성시간23.01.23|조회수496 목록 댓글 0

♡오비토주(烏飛兎走) 

 까마귀 날고 토끼 내달리다, 쏜살같이 빠른 세월
 
흘러가는 시간, 살아가는 세상 歲月 (세월)이 사람마다 같을 수
없다. 어린아이나 일상에 시달리는 일부 젊은층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월이 언제 지났는지 놀랄 때가 많다. 
새해가 다가왔다고 해돋이 명소를 찾으며 환호하다 어느새 다시 설날을 맞는다. 
세월이 빨리 지나는 것을 나타내는 멋진 표현이 많다.
 
물같이 빨리 흐른다고 하여 歲月流水 (세월유수)나 光陰如流(광음여류) , 흰 망아지가 문틈으로 스쳐 지나는 세월이라며 白駒隙隙 (백구과극) 하는 식이다. 
癸卯(계묘)년의 올해 토끼가 등장하는 같은 의미의 성어도 있다. 
까마귀가 날고(烏飛) 토끼가 달린다(兎走)는 말로 쏜살같이 빠른 세월을 비유했다. 兎走烏飛
(토주오비) 로 순서를 바꿔도 같다.
 
금빛 까마귀 金烏(금오)는 태양에 산다는 三足烏(삼족오)를 이른다. 
중국 전설에 10개나 됐던 해가 떠서 만물이 타고 마를 때 東夷(동이)족의 명궁 羿(예, 羿는 사람이름 예) 가 9개를 쏘아 유일의 태양이 됐다.
 떨어진 해가 발이 세 개인 까마귀로 고구려 고분에도 등장한다. 後漢
(후한)의 王充(왕충)은 ‘論衡(논형)’ 에서 달에는 두꺼비와 함께 토끼가 산다고 月中有兎蟾蜍 (월중유토섬서) 라 했다. 
蜍는 두꺼비 서.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를 찧는 우리의 옛이야기와 닮았다. 오늘날 어린이는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여하튼 金烏玉兎(금오옥토)라 하면 해와 달 日月(일월)을 함께 가리킨다.
 
해의 상징인 까마귀가 날고 달을 나타내는 토끼가 내달리듯 하다는 표현은 시 구절에서 사용되어 세월이 빨리 흘러가는 것을 나타냈다. 
唐(당) 초기의 시인 韓琮(한종) 은 ‘해는 멀리 날고 달마저 달려가니, 검은 수염이 오래도록 검을 수는 없구나(金烏長飛玉兎走 靑髥長靑古無有/ 금오장비옥토주 청염장청고무유)’라고 ‘春愁(춘수)’ 에서 노래했다. 
後唐(후당)의 莊南傑(장남걸)도 ‘傷歌行(상가행)’에서 읊는다.
‘달과 해가 달려도 마주칠 일
없네, 세상사 똑같이 번개처럼 빨리 변하는구나(兎走烏飛不相見 人事依稀速如電/ 토주오비불상견 인사의희속여전).’ 
태양 속의 까마귀와 달 속의 토끼가 밤낮으로 자리를 바꾸며 지나가는 것이 시간의 흐름으로 봤다.
 
새해가 밝았어도 국내외서 들리는 암담한 소식에는 더 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뿐이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에 관심이 없다고 하고, 무엇을 손꼽아 기다릴 때는 시간이 흐르지 않아 안타깝다. 
하지만 이처럼 좋지 않은 일만 겹쳐 닥칠 때에는 순식간에 세월이 지나가길 바란다. 교활한 토끼라 손가락질해도 어려움을 닥칠 때 은신처를 세 곳이나 마련한다는 狡兎三窟(교토삼굴)의 지혜는 얼마든지 배울 일이다. 
碧巖錄(벽암록)에서 선승 趙州 (조주) 가 ‘온 세상 온 천지 해와 달 가는 곳(南北東西 烏飛兎走/ 남북동서오비토주)’ 모두 道(도) 아닌 곳이 없다고 했으니 희망을 가져야겠다.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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