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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캠핑후기

한라산 관음사 야영장에서 생긴 작은 에피소드

작성자다부|작성시간10.11.25|조회수5,256 목록 댓글 75

 

 

 

한라산의 단풍이 보고 싶어 11월 초 가고자 했던 제주도를 일이 생겨 차일 피일 미루다

지난 11월 17일부터 2박 3일로 다녀왔다..

 

8시경 제주 공항에 도착하여 장보고, 다시 택시타고  관음사야영장에 도착하니 오후 9시 정도...

어둠이 짙게 깔린 야영장을 둘러보니

짐을 채 내리지 않은 자전거 한대와 작은 텐트만 있을 뿐 정적만이.....

 

저녁을 안 먹었기에 부랴부랴 텐트를 치고, 햇반을 데우고,

김치와 꽁치통조림을 붓고, 군침을 흘리는데

고요한 정적과 어둠을 깨는 택시의 불빛과 차 문닫는 소리... 그리고 해드랜턴의 빛...

 

내 사이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이트를 꾸리려고 준비하는 한 남자....

 

또다시 도진 오지랖병은 그를 불러 새벽 1시까지 주거니 받거니...술판이 벌어지고....

30대 중반의 그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한달여정으로 이곳 제주도를 찾았다는데...

 

산 이야기로 시작해서 세상 이야기, 여자 이야기로....

10살 정도 더 먹은 나는

20대에 앓아야 할 병을 조금 늦게 앓고 있을 뿐인 그에게 나름 조언을 한다. 

 

다음날 아침, 30대 중반의 그 남자는 커피한잔을 얻어마시고, 한달여정의 출발지인 한라산으로 향하고...

나는  나보다 먼저 온 '자전거와 텐트'의 고요함에 이상해 하며 아침을 먹는다... 

 

어차피 여유롭게 있다,

여유롭게 오르고,

여유롭게 쉬고자 한 난

게으름을 피우며 '자전거와 텐트'를 기웃거리는데....

 

자전거 핸들엔 채 내리지 않은 짐이 매달려 있고, 자전거는 매우 낡았다...

24인치 타이어가 맨들맨들하게 달아있고, 마치 우리 아파트 자전거보관소에 있는

오래 전  방치한 자전거같다. 

 

신발은 있되, 전혀 미동이 없는 텐트... 조금씩 더 이상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도 올라가야 하기에

내 텐트를 남겨둔채 오전 8시 30분 관음사지구에서 백록담으로 출발한다.

 

 

 

내가 보고자 했던 한라산의 단풍은 작은 여운만 남겨둔채 이미 저 멀리로 떨어져 나갔다. 


 

잎이 떨어진 나무엔 겨우살이가 자태를 뽑내고...

이렇게 많은 겨우살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것에 놀라며..

난 몇개나 있는지 세어가며 무료함을 달랜다.

한라산의 겨우살이는 건장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간밤에 영하 10도까지 내려갔다는 한라산 정상.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등산로 곳곳에 땅의 습기가 새어나오며 얼어버린 모습들이 새롭다. 

 

화산암지대라 토양의 통기성이 좋아 습기가 올라오면서 먼저 얼어 생겨난 모양이라 추측한다.


 

 

점점 고도를 더할 수록 활엽수는 보이지 않고, 이제 침엽수의 세상이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복륜무늬의 한라산 산죽이 이채롭다.

 

 

 

 

 

 

 

 

 

 

 

 

 

 

 

 

 

 

누군가 한라산 등산로의 화산암이  선지해장국 같다고 한 말을 생각하며 혼자 키득 웃어본다.

 

구멍이 숭숭 뚫린 '선지해장국' 등산로는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자연의 천이과정을 겪고있는 고사한 소나무도 한라산의 모습 그대로였다...

 

삼각봉 대피소에 다다르면서 어제 야영장에서 만난 그 30대 중반의 남자와 다시 만난다. 

 

그는 공항에서 수화물 중량 초과로 3만원을 더 냈단다. 배낭 무게가 32kg인데 30kg으로 계산하고 3만원만 더 내라했다며 투덜댔다.

 

32kg의 배낭을 매고 오르는 그의 뒷모습에서 왠지 그가 지닌 번뇌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나도 한땐 저런 배낭을 짊어지고, 지리산과 설악산을 헤맨적이 있지만 이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삼각봉대피소에서

어제 준비한 김밥과 아침에 준비한 보온병속의 커피로 간단히 요기를 하면서

그에게 다시 커피를 건낸다. 

 

따스한 커피 밖에 내가 나누어 줄 수 있는건 없다.

 

그가 다시 출발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천천히 자리를 뜨려는데

잘 생긴 외국인이 양지바른 한쪽에 자리를 펴고 있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간단히 웃음과 함께 눈인사를 한다.

 

 

 

 

 

 

 

 

 

 

대피소를 지나니 삼각봉과 고상돈 캐룬이라 불리는 곳이 눈에 들어오고....

 

 

 

 

 

 

 

 

 

장구목일대도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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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장구목일대 능선의 흐름을 좋아한다.

 

산줄기의 흘러가는 선이 마치 여인내의 가슴선 같아 좋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왠지 모를 힘이 생긴다.


 


 

 

 

 

 

 

 

 

 

 

 

 

 

 

 

 

 

 

 

 

 

 

자연이 만든 목부작과 석부작도 감상하며

천천히 여유있게

공간과 시간을 즐기는 것....

 

이것이 내 여행의 주제이다. 


 

 

 

바위위에 걸쳐 앉은 나무...

한뿌리에서 자라난 가지가 바람에 흔들려 연리지가 된 나무

 

죽어서도 아름다울 수 있는 주목의 자태를 감상한다..

 

 

 

 

 

 

 

 

수목한계선에 가까와질수록 한라산의

산죽은 더 겸손하려는 듯 키가 작아진다.


조금 더 올라서니 이제 북벽의 장관이 한눈에 들어오고, 자꾸만 더해가는 정상부의 운무가 왠지 모를 긴장감을 준다.


 

 

그렇게 운무속에서 백록담은 나에게 다가왔다. 

 

처음 이곳에 왔을땐 운무만 보고 내려갔고,

두번째 왔을때는 운무를 헤치며 올라왔다가, 운무가 사라지면서 장관을 보여주었고,

오늘은 화창하던 날씨에 운무가 생기려는 순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때 그때 달라요'라고 말하는 듯....

  

 

운무는 여백의 미를 살려주고, 마른 호수는 아쉬움을 살려준다.

  백록담은 말라있었지만, 그래도 그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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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엔 이미 50여명이 넘는 등산객이 있는데

그중 한사람이 눈에 띤다.

 

바로 삼각봉대피소에서 가볍게 눈인사만 한 외국인이다.

 

사진을 찍는 많은 사람들속에 홀로 있는 그를 발견하고

사진이나 찍어줄겸 말을 건내려는데 생각나는 게 없다.

그냥 "카메라!" 라고만 말한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짓는다.

아마도 내 카메라로 자신을 찍어도 좋다는 의사표시인것 같다.

그의 카메라로 찍어주려던 나는 머슥해져서 그냥 내 카메라로 찍는다.

 

 

  

다시 "유어 카메라?"라 하니 자신의 카메라를 건넨다.

난 그의 카메라로 그를 찍어주고

생각나는 말이라곤

"웨어 아 유 프럼?"밖에 없어서 그냥 물어본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왔단다.

 

가볍게 다시 눈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운무때문에 동서남북 모두 시야가 흐리고, 추워

난 더이상 지체하지 않고 성판악쪽으로 향한다.

 

 

진달래 대피소의 하늘은 맑다.

 

난 기념으로 컵라면을 먹는다. 

옆에 있는 연인들이 시간제한으로 못올라가게 한다며

백록담 사진 찍은 것 있으면 보여달랜다.

보여주니 고맙다며 귤을 두개 준다.


난 그 귤중 하나를

청바지에 겨울코트를 입고 와 

연신 한숨을 쉬며 힘들어하는  

옆의 젊은 여자에게 내민다.

그는 고맙다며 받는다. 

 

 

성판악으로 향하던 길에

최근에 새로 개방했다는 사라오름에 가본다.

물이 고인 멋진 사진을 보고 갔는데

물은 없다..

제주도는 비가 꽤 오랫동안 오지 않았단다.. 

 

사라오름의 전망대에 서니 수많은 작은 오름들이 보인다.

몇년전 내가 가 본 아부오름은 어디쯤일까 생각해 본다. 

전망대에선 저 멀리 한라산의 정상부위도 보인다. 


 

다시 성판악으로 향하는 길에

진달래대피소에서 내가 귤을 건냈던 청바지의 그녀가 보인다.

발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내가 사라오름을 다녀오려고 소요한 시간이 40분.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그녀는 지쳐있는게 분명했다...

 

힘드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나는 스틱잡는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이얘기 저애기 나누며 하산길을 동행한다.

 

그녀는 유럽배낭여행도 1달정도 다녀왔으며

제주도에 온지 12일째란다.

올레길도 가고, 그냥 여행중이란다.

공연기획등을 하는 프리랜서이며

여행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지적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게 느껴졌지만

그녀의 자유는 부러웠다.

 

떠들면서 하산하니 지루함도 없고

그녀도 잘 내려왔다.

 

그녀는 내가 주선하여 성산쪽으로 향하는 차를 얻어타고

난 다시 관음사로 가야하기에 공짜 차를 기웃거리지만 마땅치 않다.

포기하고 택시로 돌아온다.

 
관음사 야영장의 '자전거와 텐트' 생각이 난다.

어찌 되었을까? 


 

 

우려했던대로 그대로다...

 

모든 것이 아침과 똑같다.

신발은 있되 전혀 미동이 없는 텐트....

 

걱정이 앞선다...

 

난 핸드폰 충전도 부탁할겸 관리사무소로 향한다.

 

관리소 직원에게 말하니 가보잔다.

여러가지 상상과 함께

호기심과 긴장감이 몰려온다.


 관리소 직원이 '자전거와 텐트'앞에 가서

부르니

미동도 하지 않던 텐트가 움직이며

사람이 나온다.

 

아! 놔!

인터넷용 감탄사는 이럴때 쓰나보다.

 

거기서 나온 이는

놀랍게도

한라산에서 만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외국인이다.

 

세상이 좁은 건지, 한라산이 좁은 건지 모르겠다.

 

난 안도의 한숨과 함께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그를 쳐다본다.

그는 나와 다시 눈인사를 나누고

'쏙'

텐트안으로 들어간다.

 

순간 다시 '자전거와 텐트'주변은 정적만이 흐른다.

 

'저 인간 뭐야?'

'왜 계속 텐트안에만 있고 움직이지 않는거지?'

 

궁금해 미치겠다.

 

난 관음사휴게소에서 거금 6000원에

바가지를 쓰고 제주도쌀막걸리 2병을 사온다.

 

그리고 그의 텐트로 향한 후 그를 부른다.

'헬로우!'

그는 '예스'라고 대답만 할뿐 얼굴도 안내민다.

난 다시 되도 않는 영어로 말한다.

'두 유 잍 막! 걸! 리?'

그러자 그는

'오! 노! 노! 탱큐!'라고 한다.

 

아! 놔! 씹혔다.

 

내 텐트로 발걸음을 돌린다.

내가 잘못 말했나?

모르겠다.

 

난 저놈은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포기한다.

혼자서 막갈리를 한잔 한다.

맛있다.

 

내가 저녁 만찬을 준비하고 밥을 다먹을때까지

그 외국인 텐트는 여전히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아니 밤새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뭘 먹고 사는지, 오줌 똥은 싸는지, 텐트안에서 좌선이라도 하는지

궁금하지만

그냥 접는다.

 

 

 

난 야간 모드로 들어간다.

간혹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만 날뿐 적막하다.

외롭다.

 

두번씩이나 내가 연기하지 않았으면

같이 왔을 후배녀석을 생각한다.

사실 그 녀석 올 수도 있었는데 삐져서 안 온것 다 안다.

잘 해 줘야 겠다. 

 

누구는 홀로 여행하는 사람이 부럽다고도 하고

누구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난 지금 외롭다.

 

동행이 있는 여행이나 홀로 여행 모두 장단점은 있는 것 같다.

 

동행이 있으면 서로 많은 애기를 나누고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지만

새로운 사람을 사귀긴 어렵다.

상대방에게 집중하기 때문이다

 

반면 홀로 가는 여행은 집중해 주어야 할 상대가 없으니 자유롭고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니

새로운 사람과 쉽게 어울린다.

 

난 가끔 홀로 여행을 한다.

홀로여행이

엄두가 나지 않거나 두렵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나를 되돌아보게 하거나 나를 찾는 여행인것 같지는 않다.

 

그냥 혼자라도 즐길 뿐이며

주변의 사물과 사람에게 더 관심을 가질 뿐이다.

 

막걸리를 마시며 우드스토브로 불질을 하다보니

어린아이를 데려온 가족이 저쪽에 리빙쉘을 친다.

난 불질 놀이도 지겨워져

잠자리에 들려는데 전화가 온다.

 

내가 나와있으면 좀처럼 전화하지 않는 아내다.

장인어른이 작은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하셨단다.

내일 저녁때 찾아뵙자고 하니,

그냥 토요일날 가자며, 가벼운 출혈이니 걱정하지 말고 잘 있다 오란다.

 고맙다.

 

 

 

 

아침에 일어나 윗쪽 자크를 조금 내리고

담배도 피고, 커피도 마시고,

 바깥세상도 염탐하며, 상념에도 빠지며,

여유를 부려본다.

 

 

오후 5시 비행기이므로

서두를 일 전혀 없는 나른한 아침이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스삭~ 삭~ 스사삭~'

 

낙엽 밟는 소리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낙엽 떨어지는 소리는 처음 듣는 듯하다.

 

고요한 아침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난 밖으로 나와 관음사 야영장 주변의 숲길을 거닌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오는 상쾌한 아침이다.

 

 

 

어제 밤 오신 하얀 리빙쉘과 내 텐트, 외국인 텐트, 그리고 취사장 뒷편 한적한 곳에 오래전 쳐두었던 것으로 보이는 리빙쉘...이곳에 있는 사이트다.

 

모두 고요하고 한산한 풍경이다.

 

 

 

야영장 뒷쪽 한적한 곳에 있는 1970년대 세운 돌탑 비석.

모진 비바람에도 굳건히 자리를 키키고 있다.

'산이 너무 좋아서 대자연과 동화되어 하늘나라로 대원정을

 떠난 악우들의 넋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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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이 세계 유일의 자생지인

왕벗나무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햇살에 비치는 소나무의 등껍질마저

아름답다.

그 소나무의 밑둥에선 마삭줄이 힘겹게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주도의 상징인 돌담과

땅을 뒤덮고 있는 낙엽....

 

제주도의 돌담이

사시사철 제주도의 색이라면,

낙엽은

가을에만 볼수 있는

또 다른 제주도의 색이다.

 

 


아침식사 후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중년의 여성이 온다.

간밤에 춥지 않았냐고 물으며. 신기해 한다.

 

부럽단다.

난 뭐가 부러운지 모르겠다.

 

난 커피를 한잔 권한다.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커피값이라며 귤을 두개 주고 간다.

직접 농사지은 귤이란다.

난 신것을 싫어한다.

 

옷도 갈아입고 정리도 할겸 텐트안에 있는데

부스럭대는 소리가 오전의 나른함을 깬다.

 

슬며시 밖을 내다본다.

 

 

 

미동도 하지 않던 오스트레일리아인 그가 면도를 하고 있다.


 


텐트를 걷고 짐정리를 한다.

떠날 모양이다.

 

아침은 먹었는지 궁금하다.

 

난 중년의 그녀가 주고 간 귤을 들고 그에게로 간다.

'두 유 라이크, 귤?'하니

'오! 노! 노! 탱큐'라며 거절한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궁금증을 풀어야 한다.

 

 

 

자전거를 보니 타이어가 매우 낡았다.

난 그의 타이어를 만지며

'유아 바이크 타이어 이즈 베어리 올드!'라고 더듬 더듬 말한다.

그는 '노!노! 뉴우! 뉴우!'라고 한다.

 

나는 내친 김에 '랜탈'이냐 '바이'냐 물러보고

어디서 샀느냐, 어디 제이냐 마구 마구 물어본다.

놀랍게도

그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사서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가져온 거 라며

대만제란다.

 

또 마구 이것 저것 물어본다.

얘기가 잘 통한다.

내가 영어를 잘하는 건지, 그가 센스있게 알아듣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는 3달전에 한국에 왔으며

서울에서 살고 있단다.

영어 교사 일을 하고 있으며

2주동안 제주도에 머무를 계획이고

이제는 동쪽으로 갈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성산 쪽으로 갈 거냐니깐

성산은 모른단다.

난 오늘 집으로 돌아간다고 그에게 말한다.

 

'유아 바이크 이즈 베어리 원더풀'하며 카메라들 들이대니

사진을 찍어도 좋단다. 

 

더 이상 생각나는 말이 없어

'헤브 어 굿 타임, 인 제주!'하며 

악수를 청하자

'굿 럭'이라며 행운을 빌어준다.

 

뒤돌아서면서 생각하니

내가 진짜 궁금한걸 물어 보지 않았다.

'너! 아침에 뭐 먹었니?'

라고 물어봤어야 하는데

악수까지 하고 돌아선 마당에 다시

'왓 두 유 잍, 모닝?' 이라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난 궁금증을 체념한다.

 

텐트안에서 숨죽이 듯 지내는 것이 그들의 캠핑문화인지,

아니면 그의 성격인지,

아니면 한국사람한테 오지게 당해서 그런건지도

알 수 없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돌담길을 돌아

손을 흔들며

동쪽으로 떠나간다.

 

그의 자전거는 정말 매우 낡았다.

타이어는 마치 주부처럼 돌기가 전혀 없으며

짐을 실기 위해 만든 장치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우리네 로드용 타이어는 길게 줄이 가 있는데

그네들의 타이어는 원래 그런 것도 없는지는 몰라도

모든 것이 낡아 보인다.

 

24인치 휠을 보니 그가 어릴때부터 타던 자전거로 보인다.

그런 자전거를 한국까지 가져와 다시 제주도에서 '싸이클링'을 한다.

 

나도 종종 산악자전거를 타고 있으며

한때 제주도 자전거여행을 할까도 계획해 봤지만

비행기 수화물로 포장하는 문제,

배를 탄다면 항구까지 이동하는 문제 등으로

망설이다 포기했었다.

 

수백만원 하는 자전거를 가진 이들이 지천인 마당에

자신의 추억이 담긴 오래된 자전거를 타고

외국의 섬마을까지 '싸이클링' 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나도 미니타프를 벗겨내고 사이트 정리를 한다. 

오래된 알파인 텐트다.

12-3년 전에 구입한 텐트니, 신개념 알파인텐트중엔 고전이라고 할까.

거의 보기 힘들다.

 

처음 이 텐트를 사고, 쳐보고 싶은데 

 아내가 임신중이라 마땅한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동해안에 놀러갔다가  잠시 쉬자며 쳐보았는데

아내한테 엄청 구박 들었다.

'그 돈에 이런 덥고, 조그만 텐트를 왜 샀냐?'고.

 

하지만 이젠 추억이 있는 보물이다.

올해도 어린 아들과 함께 밤낚시의 추억을 담았으며,

아내와 단둘이 아침가리골에서의 달콤한 2박 3일을 담았다.

 

하지만 요즘엔 후라이 심실링 테이프가 자꾸 떨어져 나가, 마음 아프다.

이젠 미니타프와의 조합만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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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으로 점심을 떼우고 짐정리를 마저 한다.

야전 교범에 따라 몇장의 휴지로 깨끗하게(?) 설겆이를 마친다.

배낭을 꾸리고

떠나기 전 마실 맥주 한병과 귤을 남겨둔다.

 

 

 

야영장 앞 잔디광장에 한무리의 유치원 아이들이 몰려온다.

갑자기 싱그럽고 활기차 진다.

 

 


한쪽에선 나뭇잎 왕관을 만들고 있다.

사진을 찍어주겠다니

포즈를 잘 잡는다.

 

제주도의 순박한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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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맑은 아이들의 표정을 마지막으로 담고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간다.  여유롭고 나른하다.

 

 

 


 

 


 

 

 

 

  한라산 관음사 야영장에서의 작은 에피소드와 함께

  2박 3일간의 여정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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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찌이니 | 작성시간 11.01.07 올해 와이프와 한라산 등반 계획 있는데...좋은정보 감사 합니다.
    후기도 너무 재미있네요! 우리나라 사람의여행 의미를 새삼 돌아 보게 하네요!
    공항에서 관음사야영장 까지 택시비용 하고 시간은 어케 되나요??
  • 작성자푸른 하늘 | 작성시간 11.04.02 제주... 언제 가도 참 좋은 곳이지요...
    잼나게 보고 갑니다... 혼자서 호젓하게 떠나는 여행, 분명 그 나름의 맛이 있습니다...^^
  • 작성자소원 | 작성시간 11.04.12 너무 멋진 추억을 남기셨네요,,사진도 멋지구요,,
  • 작성자나희아빠 | 작성시간 11.05.09 후기 잘보고 갑니다....
  • 작성자둘리삼촌 | 작성시간 12.08.06 영화같기도 하고 다큐 같기도 하고 만화 같기도 하고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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