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깊고, 바람 많은 영험한 고산(1561m) 가리왕산으로 향합니다. 1~2년에 한 번씩은 찾는 산인데 주로 혹독한 계절인 겨울에 많이 찾곤 했습니다. 한겨울에는 워낙 눈이 많이 허벅지까지 쌓이는 경우가 태반인데 고도를 1200m 높여야 정상에 다다를 수 있는 급경사이기 때문에 선두로 러쎌을 해가며 오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어느해 겨울 눈이 허리 언저리까지 내려 정상을 포기하고 임도에 주저앉아 밤을 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넓디 넓은 정상에는 눈이 쌓이질 않습니다. 왜냐하면 정상에는 강풍이 부는 경우가 많아 눈이 쌓일 틈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겨울철 기온도 무지 낮아 어느해 온도계가 영하30도를 가르키고, 체감온도 영하 40도에서 밤을 보낸 적도 있는데 하도 추워 가져간 철제 미니 식탁에 손에 쩍쩍 달라 붙을 정도였습니다. 같이간 후배는 결국 탈이 나서 무지 고생을 한 기억도 납니다.
그런 산을 오늘은 신록으로 뒤덮힌 오월의 어느 날 찾아봅니다. 체력을 고려하여 발심사를 들머리로 마항치를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를 선택합니다. 정상에 올라서니 낮선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돌탑 옆에 있던 기존의 정상석이 사라지고 중앙 부근에 산림청에서 새로이 정상석을 세워 놓았습니다. 최소 20년 이상은 서 있던 정상석인데 사라지고 나니 그간의 추억들이 흩어지는 것 같은 감정이 생겨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정상석 부근에서 바라보는 첩첩산중 산그리메 전경과 주변에 시야를 가리는 고봉이 없어 평창, 정선, 영월의 명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장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바람은 여전 했지만 밤하늘 쏟아지는 은하수도 여전합니다. 은하수를 바라보며 소중한 사람에게 왜 별을 따서 준다고 이야기들을 했을까에 대한 답을 얻었습니다.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는 비현실적인 불빛들의 향연이 무수히 펼쳐지고 이렇게 아름다운 상황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고픈 마음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분명 이런 장관을 본 사람만이 그말을 할 자격이 있는게 분명합니다.
밤새 바람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고 새벽녘 눈을 떠보니 선명한 일출이 장관을 이루고 일출 직후 산 골짜기 마다 가득한 운해는 비현실적인 고산의 생동감을 더해 줍니다.
스승의 날을 전후 하여 한 학생이 책을 선물하였습니다. ‘어른의 감정을 돌보는 100일 필사노트(저자/김종원)’ 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집에 와서 책을 펼쳤더니, “지친 감정을 회복하려면 혼자 있어야 한다” 라는 구절이 나오고 다시 한번 책장을 넘겼더니 “때로는 공기처럼 가벼워져야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다” 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지금 이시간 혼자 공기처럼 가벼워지기 위해 또다시 산짐을 꾸려 봅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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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8 감사합니다.
가리왕산은 1561m의 고산이라 주변에 높은 산이 없고 정상이 넓어 360도 산그리메가 거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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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꽃담 작성시간 26.06.02 정상이 참으로 넓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8 감사합니다.
멋지고 영험한 곳입니다. -
작성자[태경] 작성시간 26.06.05 오랫만에 보네요 잘계시죠 여기
경남 창원 입니다.
예전 같이 한번 고헌산 비박 같이
간 기억이 나네요 ... -
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8 아 울산 고헌산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