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른 새벽....살방살방 길을 떠나봅니다.
일요일 오후 비예보가 있으니
가볍게...놀박모드로
이곳 설악의 어느 계곡중에서
최고의 경치라는 저 '연'을 찾아..... 유랑길을 떠납니다.
시간 여유도 있고, 많은 비가 온 뒤라
매번 지나치기만 했던
영산담도 둘러보고, 황장폭포도 둘러봅니다.
담은 맑고 깊으며, 수량 많은 와폭은 우렁찹니다.
흙길을 걷다가 돌길을 걷다가
어느덧
목적지 언저리에 다가갑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유랑객의 시장한 주린 배를 채워봅니다.
이곳 들머리는 들때마다
매번....험난합니다.
오늘도 작은 사연을 안고 넘어 듭니다.
살짝
유랑길을 이탈하였는데... 산양의 마지막을 스칩니다.
한겨울 먹이를 찾아 내려왔다 변을 당한건지, 사연은 알길이 없습니다.
드뎌 계곡 초입에 도착했습니다.
에머랄드빛 물색과 장쾌한 물소리가 유랑객을 맞이 합니다.
초입부터 탄성이 절로 나오는
이곳
설악의 어느 계곡은
변함 없이 아름답고
변함없이 신비롭습니다.
유랑을 떠난 이들의 몫은
오로지
즐기는 것입니다.
적절한 타이밍에만 더 많은 것을 선사하는
자연앞에서
우리는 우리의 몫을 다하며
한발 한발 나아갑니다.
유랑길 주변에 안보이던 박스가 있어 다가가니
완도산 미역이 한박스 떨어져 있습니다.
아마도 근처 암자에서 점심공양에 쓸 요량으로 헬기로 공수하던 것이
박스채 낙하하였나 봅니다.
돌고 돌아 드니.... 어느새
경외스러운 바위 절벽과 너럭바위가.... 유랑객을 맞이합니다.
장마의 사이에 이곳을 찾은지라 조금 걱정을 하였으나
수량도 날씨도...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
물 넘고 바위 건너
한발 한발 다가가..... 그곳에 이릅니다.
이 바위 저 물속....곳곳에 옛 추억이 묻어있습니다.
배낭을 기대고 드러누워 법상치않은 바위들과
또 그런 바위들과 절대궁합을 자랑하는 물줄기를 한참을 바라봅니다.
우리같은 유랑객에겐 손에 꼽히는 인기가 있고,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의 향연을..... 여러번 누렸기에
오늘은.... 다른 객들에게 양보하기로 하고
잠시 쉬어만 갑니다.
이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마음을 다잡고 일어섭니다.
우리에겐
아직
우리의 유랑길이 남아있습니다.
그곳을 향해...우리가 갈 곳을 바라보며
길 떠날 채비를 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옛날의 추억이 이곳에 있듯이
지금의 유량도 또 한페이지의 추억으로 남게 됨을 알기에
그 추억을 담아보고자.... 쉬이 발길을 떼지 못합니다.
다시.... 한시간여
때론 흙길로, 때론 바위길로, 때론 물길로....계곡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드디어
용이 누워있는 형상이라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거대한 암반과.... 곳곳에 적절히 배치되어 있는 담과
그곳을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가.... 한폭의 멋스럽게 기획된 산수화입니다.
그 황홀함이... 유랑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쉬기로 합니다.
내내 느끼는 것이지만
물색이 좋고 산색이 좋으면
아무렇게나 찍어도 작품이고 예술입니다.
그 자연을 폰카로 담는 이를.... 또 다른 폰카로 담아봅니다.
자리를 잡고 쉬며, 마시며, 채우고 있는차에
갑자기
왁자지껄해집니다.
한무리의 어려보이는 산객들이
공룡능선 언저리에서 지계곡을 따라 내려오며
당일 유랑을 온 듯합니다.
물이 너무 차가운 나머지....소심하게 물놀이도 해봅니다.
어찌나 차가운지
배꼽 이상은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이제 저 지계곡의 뒷편에서 몸을 정갈히 하고
저 바위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하룻밤 유할 준비를 마칩니다.
오늘의 유랑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산 얘기, 사람 얘기, 삶 얘기를 하며
좋은 이들과 좋아하는 것을 마시며,
즐기며,
좋아하는 곳에서 잠이 듭니다.
다음날 아침 살짝 깃든 운해와 함께 아침을 맞이합니다.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이 열렸다가 닫혔다가, 시커먼 구름이 덮었다가를... 반복합니다.
오늘 운해가 장난이 아니겠다 생각해 봅니다.
이제 비소식이 있으니 아침 요기후
더 머물지를 못하고
아니온 듯 떠나갑니다.
유랑길이라는 것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기약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만날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그 '님의 침묵' 만해님이 출가하고, 수도했다는 암자에 들러
오늘도 배풀어주신 모든 물질과 정신에 대해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계곡을 떠나자마자 이곳 암자에 이르기까지
가랑비가 쉼없이 내렸지만
감사의 기도를 드린 덕인지
암자를 벗어나니.... 더이상 비는 내리지 않습니다.
이제 오늘의 소중한 추억을 한아름 안고
유랑길의 마무리에.... 접어듭니다.
산속에 들어
.
.
.
물 흐르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산새소리 지져기는 대로
햇살 반짝이는 대로
이 봉우리, 저 골짜기
넘실 넘실 유랑하며 살기를 바라며
.
.
.
.
만해 한용운님이 불도(
오도송(悟
오늘의 유랑을 정리합니다.
사나이 이르는 곳 어디나 고향인데
그 누가 오랫동안 나그네 시름에 잠겼었나
한소리 크게 질러 삼천세계 깨뜨리니
눈속에 복사꽃이 조각조각 붉었구나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식스 작성시간 20.07.23 다부 흠.....
-
답댓글 작성자다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7.24 식스 ㅎ...농담을 진담으로 받으시먼...ㅠ
잘 아시듯이...
저는 산행할때마다 후기를 쓰지는 못합니다!
마치 물이 고여 넘치면... 봇물이 터지듯이...여러 산행이 쌓이고 쌓이고..누적되다보면....
무언가 그 기운이 넘칠땐...그냥 막 써 집니다~
그저...저만의 만족적인 글에...지나친 과찬이네요. -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진만 볼 수 있습니다.
-
작성자딤플 작성시간 20.08.02 멋찐 글과 이쁜 배경이 그대로의 댓낄이 입니다..
-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진만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