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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비박/백패킹

백아도 백패킹

작성자몰디브.|작성시간22.03.28|조회수1,170 목록 댓글 6

https://youtu.be/BQv6huTLKLA

두 달 전 산친구들과 약속한 백아도 백패킹을 위해 새벽길을 나섭니다.
어둠속에서 진눈개비가 흩날립니다. 강원도에 큰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습니다.

다른 산친구가 몇 일 전부터 강원도 북설악 신선봉에 같이 가자고 그럽니다. 제가 좋아하고 항상 가고픈 산이라서 가고 싶습니다. 큰 눈이면 정상까지 못 올라갈 수도 있지만 올 겨울 마지막 눈 속에 파묻히고 싶습니다.

하지만 먼저 한 약속을 깰 수는 없습니다. 오늘은 인천여객터미널이 아닌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으로 향합니다. 5~6년만에 완행 
선박을 타 보기로 합니다. 오랜만에 찾았지만 선착장은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함께 하는 일행들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역시 완행은 완행입니다. 목적지까지 승선 시간만 4시간이 걸립니다. 주말이라 백패커들이 객실에 가득입니다. 덕적도에서 백아도로 가는 환승 여객 객실은 아예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다행히 대부분 굴업도에서 하선을 해서 잠시나마 객실 바닥에 등을 댈 수 있습니다. 백아도에 우리와 또 다른 백패커 딱 두팀 만 내립니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이곳 섬은 너무나 한가롭습니다. 바람이 강한 것을 빼곤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 발전소마을에 들려 식수를 
보충하고 이곳 섬에서 가장 높은 남봉으로 향합니다. 정상 바로 아래 윗동네는 다른 팀에게 양보를 하고 우리는 산 중턱 전망 좋은 아랫동네에 자리를 잡습니다. 

윗동네 분들은 백발에 포스가 남다른 어르신들입니다. 텐트를 설치한 후 우리 친구들은 산행 말고도 줍고, 캐고, 따는 등의 또 다른 취미가 있어 하산을 합니다. 하지만 나는 남봉 정상으로 향합니다. 정상 인근에 도착을 하니 윗 동네 분들도 텐트를 설치하고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에 푹 빠져 있습니다. 

산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멋진 친구들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르신이 아니었습니다. 저 보다 한참 어린 
동생들입니다. 또 하나의 좋은 인연을 만듭니다. 한 친구는 이 멋진 장소에서 텐트를 설치하지 않고 침낭만 펴고 소위 ‘쌩박’을 
합니다. 아무래도 저도 평일날 혼자 이곳에 다시 와야 할 것 같습니다. 

둘째 날 아침, 우리 동네, 윗동네 친구들 모두 또 다른 취미 활동을 하러 전부 내려가고 산중에 홀로 남습니다. 이런 적막함이 또
 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함께여도 좋고 혼자여도 좋습니다. 이럴 때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있습니다. 고개를 약간 쳐 든 다음,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하는 것입니다. 

하산을 하여 선착장 까지는 약 3.5km 도로를 걸어야 합니다. 도로라 해야 차는 한 대도 지나가지 않습니다. 홀로 걷는 이 길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오른쪽은 바다 왼쪽은 산입니다. 햇살이 참 좋습니다. 음악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음악이 들어야 
할까요? 이 길에는 보사노바입니다. 

가는 도중 산친구들이 마중나와 있습니다. 고마운 친구들입니다. 마침 바람도 잦아 들어 드론을 날려 봅니다. 상쾌합니다. 

참 긴 시간 동안 스스로 내 자신을 통제 할 수 없는 삶 속에 빠져 있었습니다. 늘 걷고, 호흡하고, 명상하며 자연과 함께 하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 집니다. 스스로의 삶을 통제 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매 순간 순간, 무엇이든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할 운명입니다. 선택의 뒷면은 포기라는 명제가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하는 것 보다 무엇을 포기하느냐가 힘들고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톨스토이가 “자유롭게 살고 싶거든 없어도 살 수 있는 것을 멀리하라”고 한 것 같습니다. 

없어도 살 수 있는 것들... 돌이켜 보니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2022.3.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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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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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3.28 감사합니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이니
    한번 쉬어 가세요.
  • 작성자채은 | 작성시간 22.03.28 읽고싶은책 한권을 읽은 느낌입니다
    10년전에 다녀왔기에 더욱 공감하구요^^
    비진도는 함께 비박했던 기억도 생각 납니다~~^^
  • 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3.28 감사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 작성자위스키[정유석] | 작성시간 22.03.30 10년 전쯤 혼자가 1박2일동안 말한마디 않고 있다온 기억이 나네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3.30 봄, 여름 이었나 봅니다. 푸르렀네요.
    어느 위치 인지 알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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