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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비박/백패킹

설산 백운봉 / 부제 : 지난 여름 눈 오면 찾기로 약속한 그 곳

작성자몰디브.|작성시간22.12.26|조회수785 목록 댓글 10

https://youtu.be/OHH0c_Oxa9g

 

 

 

 

 

 

 

 

 

 

 

 

 

 

 

 

 

 

 

지난 초여름 영화 헤어질 결심과 그 엔딩 곡 안개에 흠뻑 빠져 있었습니다. 악보를 찾고 노래를 불러 보고 편곡도 해보고 급기야 노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럴 즈음 경기의 마테호른이라고 불리우는 양평 백운봉을 찾게 되었습니다. 용문산 종주를 위해 하룻밤 머물렀던 백운봉, 360도 멋진 조망에 공교롭게도 그날따라 안개와 파란 하늘이 묘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그곳에서의 하룻밤은 꿈만 같았고 종주를 위해 용문산으로 향하며 약속했습니다. 눈 내리는 겨울 꼭 다시 찾겠다고.

 

최근 일기가 심상치 않아 언제든 설산 백패킹을 떠날 수 있도록 애마 종봄이 트렁크에 동계 비박장비를 챙겨 놓았습니다. 우쿨렐레 수업을 하는데 창밖으로 눈이 펑펑 내립니다. 이미 내 맘은 백운봉에 가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금 일찍 수업을 끝냅니다. 백운봉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양평으로 향하는 길, 점점 눈발이 굵어집니다. 길이 미끄러워 들머리인 용문산 자연휴양림으로 올라가는 차들이 없습니다. 그래도 적토마 종봄이를 믿고 천천히 올라가 봅니다. 휴양림 주차장에 오후 4시가 다 되어서 도착을 합니다. 어둡기 전에 정상에 오르려면 5시 반까지는 올라야 하는데 맘이 급해집니다.

 

그래도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이 나이에 눈을 밟고, 보고, 만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산을 오를 수 있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작은 특권인 것 같습니다. 예상 기온이 영하 15도에 바람까지 거세 체감온도가 더 내려 간 것 같습니다. 코끝이 많이 시렵습니다.

 

오늘은 두리봉을 거치지 않고 백년약수터를 지나는 계곡길로 오릅니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눈발이 잦아 들기는 했지만 강한 바람과 안개가 계속됩니다. 겨울 산행은 혹독해야 제 맛인 것 같습니다. 정상에 도착을 하니 곧 어둠이 몰려 옵니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맘을 뿌듯하게 해 주는, 밀린 숙제를 해결하는 것과 같은 소중한 의식인 것 같습니다.

 

평온한 밤이 지납니다. 멋진 일출은 없지만 쨍한 하늘에 눈 부신 설산들이 환상적인 아침을 열어줍니다. 눈 아래 세상이 온통 눈입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평일에도 평소 아침 일찍 올라오는 등산객들도 오늘은 보이지 않습니다.

 

정상 벤치에 한참을 앉아 있습니다. ! 이곳은 눈부신 그리움입니다. 하얀 눈에 덮인 상실들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연들이 오고가는 바람결을 타고 속삭입니다. 이럴 때 늘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턱을 약간 들고 눈을 지그시 감고 심호흡을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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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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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2.26 저도 많이 반가웠습니다.
    남미의 추억도 생각나고요.
    반야님 만났습니다.
    나는 반야님을 볼 수 있어도
    반야님은 저를 못 보니 제가 한 수 위 인 것 같습니다. ㅋ
  • 작성자나무와나 | 작성시간 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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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2.26 감사합니다.
    한해 잘 마무리 하세요.
  • 작성자지리산노고단 | 작성시간 22.12.27 항상 영상에서 뭔가...느낌을받곤합니다
    묘하면서도 기분좋은느낌이죠
    구독자 한사람으로서 고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2.27 응원 감사합니다.
    저를 위로하는 일이
    남을 위로하는 일도
    된다는 것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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