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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비박/백패킹

진안 운장산 칠성대

작성자몰디브.|작성시간23.05.24|조회수1,060 목록 댓글 6

https://youtu.be/2HW_jB-OtvU

 

 

 

 

 

 

 

 

 

 

 

 

 

 

 

 

 

 

 

 

 

 

손을 놓을 수 없습니다. 꺼져가는 소중한 분의 손을. 사람은 위기가 닥치면 초인적인 힘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언젠간 올 수 있겠다고 두려워했던 일이 닥쳤는데 그렇게 묵묵히 그 일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탁트인 산정에 머물고 싶어 오랜만에 산을 찾습니다. 진안 운장산 칠성대로 향합니다. 30L 배낭에 드론 등 촬영 장비를 잔뜩 담아봅니다. 그래도 배낭이 여유롭습니다. 비워진 마음만큼이나 배낭의 크기도 많이 작아집니다.

 

오늘은 내처사주차장을 들머리로 동봉(삼장봉)과 운장산(운장대)를 지나 칠성대(서봉) 바위 끝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할목재, 독자동을 거쳐 내처사주차장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칠성대 정상에 도착하니 산 까마귀들이 저를 반겨 줍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곳은 까마귀들이 참 많습니다. 아마도 10년 전 개체들의 자손들일 것입니다.

 

봉우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어느 장소에서 보다 뚜렷한 북두칠성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따라 참 별이 많습니다.

 

오래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수도 없이 보았던 북두칠성과 수도 없이 들었던 까마귀 울음소리에 이곳이 생각날 정도였으니 이곳은 나에게 참으로 인상 깊은 장소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산정의 밤은 암연(黯然)입니다. 어둠의 깊이 만큼이나 고독의 깊이도 더욱더 깊어 집니다. 고독은 절망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지만 순수에 이르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산산이 부서진 내 자신을 온건히 회복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하산길 이것 저것 희미해 져가는 기억들을 더듬어 봅니다. 그리곤 곧 포기해버립니다. 잊혀진 것은 망각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묻어둬야 할 것 같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탱고의 전설이라고 불리우는 아스트로 피아졸라망각(Oblivion)’이라는 곡이 떠오릅니다. 상경길, 이 곡을 유튜브에서 찾아 반복 듣기를 합니다. 여러 버전이 있는데 박규희의 클래식 기타와 하모니카 연주 협연 버전으로 듣습니다. 그냥 슬픔도 아니고 절제된 슬픔을 표현한 곡이라고 합니다.

 

모든 인간의 행위에는 망각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살아 숨 쉬는 유기체의 생명에는 망각이 필요하다.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 기억 속에 묻혀 잊히는 것 뿐이다.

나를 기억에 묻고 너를 그 위에 다시 묻는다.

 

- 피아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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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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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5.25 감사합니다.
    그날 밤 바위에 한참을 누워 있었습니다.
  • 작성자오션블루(!) | 작성시간 23.05.25 영상이 너무 좋습니다. 나도 한 번쯤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나네요!
  • 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5.25 감사합니다.
    꼭 한번 다녀 가세요.
  • 작성자위스키[정유석] | 작성시간 23.05.25 다 가지셨네요^^
    멋집니다
  • 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5.25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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