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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비박/백패킹

한북정맥 1구간 종주 백패킹

작성자몰디브.|작성시간23.10.11|조회수565 목록 댓글 4

수피령~복주산~하오고개~회목봉~상해봉~화천조경철천문대~광덕산~광덕고개(23.1km)

https://youtu.be/1n4HWsjFOOA?si=f_gfz-u-y6ikmqrL 

 

 

 

 

 

 

 

 

 

 

 

 

 

 

 

 

 

 

 

 

 

 

 

 

 

요즘 새로운 일 때문에 바쁘기도 하고 잠시 짬이 나더라도 짧은 산행밖에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매년 하던 지리산 태극종주도 일이 있어 거르게 되어 답답하던 차에, 작년 9월 한북정맥 2구간(광덕고개~도성고개)을 먼저 진행한 후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한북정맥 1구간 종주 백패킹을 추석 연휴 마지막 날 하기로 합니다.

 

아침 일찍 수피령을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한북정맥 코스에서 빠져 있고, 올 2월 다녀온 복계산은 패스하기로 합니다. 정맥길이 거의 그렇듯 시원한 조망을 좀처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산행 내내 등산객이 없는 한적한 숲길 산행도 참 좋습니다. 간간히 반겨 주는 구절초와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수줍은 빨간 단풍잎...

 

복주산에 다다를 즈음 암릉을 올라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드니 처음으로 탁트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대성산과 복계산이 조망되고 지나온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파란 하늘 아래 화악산이 또렷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곧이어 이번 여정의 절반 지점인 복주산에 오릅니다.

 

정상에서 50m 정도 내려오자 우측에 포근하고 작은 박지가 나타납니다. 이곳에서 머물까 하다 내일 차량 회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조금 더 진행하기로 합니다. 하오고개까지 2km 급경사 내리막이 이어지고 다시 급경사 오르막을 500m 가량 오르자 텐트 30동도 설치 가능한 널찍한 헬기장이 나옵니다. 오늘은 이 곳에 머물기로 합니다.

 

이 주변에서 회목봉 정상까지는 6.25 전쟁 때 아군 사망자가 즐비했던 곳으로 얼마 전까지 6.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으로 수많은 시신이 발견되었던 장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편안한 밤을 지낸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할 때 사람들은 제가 평범하지 않다고들 합니다.

 

이른 아침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다 보니 어느새 회목봉입니다. 2km 정도 내려서니 천문대로 향하는 아스팔트길이 나옵니다. 길을 걷다 오른쪽으로 벗어나면 상해봉으로 향하는 길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멋진 암릉으로 이루어진 봉우리입니다. 이곳 정상에서 어제 오늘 걸어온 능선길을 조망해 보며 한참을 머물다 하산을 합니다.

 

하산 후 화천조경철천문대를 지나 광덕산에 오릅니다. 이 주변도 유해발굴로 많은 전사자를 발견한 곳입니다. 길이 험하지 않아 천문대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광덕산까지 오르는 등산객들이 간간히 보입니다. 추석연휴 마지막날 노인분들 몇몇이 내 뒤를 따라 힘겹게 광덕산에 오릅니다. 따라오며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에서 유해가 발견된 가족들인 듯 합니다. 자손들이나 형제들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짠해 집니다.

 

산행 후 일이 바빠 이제야 영상편집을 하고 있는데 속보에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전쟁 소식이 전해지고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다는 보도가 쏟아집니다. 종교가 뭔지, 이념이 뭔지, 결국은 이것들과 더불어 인간의 탐욕과 힘의 논리가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전쟁과 살육을 만들어 낸다는 생각을 합니다. 길지 않은 인간의 역사를 차분히 돌아보며 이런 일들이 옆은 못 보고 앞만 볼 수 있는 고정관념의 눈을 가진 인간의 슬픈 본연의 모습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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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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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나무와나 | 작성시간 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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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0.13 감사합니다.
  • 작성자모든(고명순) | 작성시간 23.10.15 드론까지....
    욕심을 버려야하는 장비들...
    대신 영상의 아름다움에 푹빠져봅니다.
  • 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0.15 감사합니다.
    가을 억새밭 깊어 가는 산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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