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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비박/백패킹

정선 가리왕산 백패킹

작성자몰디브.|작성시간24.02.07|조회수1,261 목록 댓글 10

https://youtu.be/YAuXzOZx1Yc

 

 

 

 

 

 

 

 

 

 

 

 

 

 

 

 

 

 

 

 

 

 

 

 

 

 

 

 

 

 

 

 

나에게 가리왕산은 늘 하얀 겨울입니다. 오를수록 눈이 점점 더 깊어지는데 정작 정상에 이르면 강한 바람 때문에 오히려 눈이 얇아집니다. 사방이 탁트인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하얀 산그리메와 파란 하늘, 눈 부신 햇살은 희미해져 가는 나의 기억력에도 겨울을 생각하면 떠오를 정도로 강렬하게 각인 되어있습니다.

 

영하 30(체감온도 영하 40)에서 밤을 보낸 적도 있고 오를수록 쌓인 눈이 종아리에서 무릅, 그리고 허벅지,급기야는 허리춤까지 깊어져 러셀을 하다 결국 체력이 바닥나 정상을 포기하고 장구목이 임도에서 비박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오늘 바로 그곳 가리왕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장구목이에서 정상까지의 거리는 4.2km로 긴 거리는 아니지만 정상까지 고도를 1,000m 높여야 하기 때문에 땀을 좀 흘려야 오를 수 있는 그런 산입니다.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는 이끼 계곡도 요즈음 풀린 날씨 탓에 군데군데 입을 벌리고 속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엎드려 코를 파묻고 시원한 얼음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봅니다.

 

지금은 가리왕산 전 지역이 거의 인터넷이 터지고 통화도 잘 되는데 예전에는 전화가 잘 안 되어 정상 약 1km 전 지점에 통화 가능지역이라는 작은 안내판을 나무에 매달아 놓았는데 오르며 내리며 그곳에서 중요한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놀랍게도 아직도 그 안내판이 그대로 달려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붉은 주목이 예전처럼 늠름하게 서 있습니다. 다시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700m 전방 표지말뚝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비밀 샘물터가 있는데 들려 볼까 하다 이끼 계곡에서 날짐승 포즈로 물을 너무 많이 마셔 그냥 지나칩니다.

 

죽어서 1,000년을 간다는 정상 바로 아래 키 큰 고사목도 그대로입니다.

오늘은 하얀 옷을 벗어버리고 머리에 눈부신 둥근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내가 이 친구를 본지 불과 17년 밖에 되지 않았으니 내가 지워진 이후에도 한참을 그곳에 더 서 있을 겁니다.

 

역시 가리왕산 정상의 탁 트인 풍광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특히 오늘 같이 파란 하늘과 강렬한 태양 아래서는 더더욱입니다. 언제나 그랬듯 두팔을 벌리고 깊은 호흡을 가져가 봅니다. 이렇게 높고 깊은 산중에 오늘도 오롯이 혼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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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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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2.14 감사합니다.
    무슨 일을 하셨는지는 모르지만
    참 좋은 곳에서 근무를 하셨군요.
    아름다운 추억을 떠 올리게 했다면
    다행입니다.
  • 작성자카이트서퍼 작성시간 24.02.15 꾸밈없고 그냥 일기쓰듯 산행기를 올려주셨는데 많은 공감과 응원을 보내고 싶네요 멋진 삶 멋지네요
  • 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2.15 감사합니다.
    그저 즉흥적으로 그때의 감정을 담아내는 졸작입니다.
    산행을 하며 그때 그때의 생각을 핸드폰에 메모하기도 합니다
  • 작성자칼스마 작성시간 24.02.29 가고시퍼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몰디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3.09 감사합니다.
    가리왕산은 긴 세월 동안에도
    별로 변한게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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