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창리라는 곳은 군필자 사이에서는 꽤 유명할 것이다.
악명 높은 이기자부대 27사단의 본거지가 바로 여기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주말만 되면 휴가나온 군인들도 발 디딜 틈이 없어지고, 소소한 잡화점이 마을 전체적으로 성행하는 곳이기도 하다.
조금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사창리가 클 수 있었던 것도 군부대 덕분이다.
원래 화천군에 예속된 조그만 분지의 산골마을에 불과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화천읍내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 제 2의 읍내로 발돋움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춘천행/서울행 버스터미널이 따로 존재했을 정도였다.
지금이야 통합이 되어서 한 곳에서 버스 이용이 가능했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엄격히 구분해야 할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사창리의 입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둘에서 하나로 혼자만의 세상이 되었지만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바빠진 곳이 아닐까 싶다.
화천읍내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사창리로 이동했다.
무려 카운티의 조그만 차에 거대한 몸을 싣고 강따라 왔던 길을 잠깐 되돌아갔다가,
고개를 이리저리 넘고 계곡도 지나가면서 장장 40분만에 사창리에 도착을 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반기는 것은 구름이 싹 걷힌 맑은 하늘과 여러 얼굴의 버스들이었다.
빗물이 듬성듬성 고인 주차장엔 강원고속 구형차, 신형차와 화천시내버스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도 많이 보고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는 처음 들어온 사창리터미널.
건물 모양도 생김새도 영락없는 시골터미널이지만 느낌이 남다르다.
일단 '터미널'보다 '군인 백화점'을 앞세운 독특한 마케팅 등등 전체적으로 화천읍내보다 최전방의 냄새가 더 많이 난다.
주요 사단의 거점답게 평일임에도 유독 군인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군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휴가철을 맞아 계곡으로 놀러온 커플도 있었고,
장보러 나가려는 노인과 아줌마분들 그리고 아이들 등등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좋은 차'를 넣어준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앉고 달려왔지만 전혀 반대의 의미로서 신기한 구경거리를 보았다.
화천군내를 쑤시고 다니는 버스가 무려 '카운티'로 운행되고 있었던 것.
노인 관광차, 학원버스같은 느낌의 초라한 차지만 관리가 무척 잘 되어있어 의외로 험한 산도 잘만 넘나든다.
매표소라고 칭하는 맞이방의 모습도 어느 시골터미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소소한 모습이다.
벽은 새로 덧칠을 해 낙서 하나 없이 깨끗하고 몇 년 전 통합 덕에 시간표도 다시 만들어 무척 깔끔하지만,
무더운 여름날 떡하니 놓인 난로와 천장에 붙은 파리딱지, 어디서 본 듯한 병원의자 등등 요샌 보기 힘든 물건들도 같이 섞여 있다.
땀에 젖은 몸과 옷을 잠깐 식히면서 다시 천천히 살펴본다.
버스터미널 맞이방이라기보단 조그만 슈퍼에 온 듯한 느낌이랄까.
아무튼 정겹게 푸근한 이런 분위기가 참 좋다.
다시 건물 바깥으로 나가 주변을 살펴본다.
시간때문에 읍내 곳곳을 둘러보는 것은 못 하지만 한 눈에 딱 봐도 터미널이 읍내와 가까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찾기는 살짝 까다로운 골목길쪽에 건물이 숨어 있어서 잘 눈에 띄지도 않는다.
터미널 건물 바로 앞은 이렇게 생겼다.
바로 앞에 있는 빵집, 분식집, 종묘사 등등 그냥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오히려 낯설기만 하다.
조금 더 들어가면 건물 너머에까지 눈에 잡히는 피자, 치킨, 군용잡화점 등이 최전방의 냄새를 물씬 풍겨오기도 한다.
사창리만큼 북적이면서도 평안해지는 버스터미널을 찾기가 힘들 것이다.
버스터미널 자체로는 크게 메리트라던지 특징을 찾기가 어렵지만 주변 분위기에서 묘한 냄새나 참 많이 나기 때문이다.
한창 비가 쏟아지고 난 하늘이 맑다고 했던가.
그렇게 맑아지기 직전에 산 허리춤을 부지런히 떠나는 구름의 향연이 마치 신선이 노는 듯한 화려함을 안겨준다.
바로 앞 도로 너머에도 이렇게 높은 산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고, 계곡과 펜션 그리고 공장 등이 한 눈에 쏙 들어온다.
이 곳을 종점으로 삼는 강원고속 두 차들은 맑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콧노래를 부른다.
또다른 구터미널의 흔적을 찾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조금은 다른 세계를 느껴보고 온 것 같다.
이 곳에서 군 생활을 한 군인들에게도, 처음 방문한 낯선 이방인에게도 평범한듯 하면서 즐거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이제는 혼자만의 세상이지만... 품고 난 후의 일상은 결코 혼자만의 세상이 아니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sejung kim 작성시간 11.08.19 역시 사창리터미널도 강원고속 사창리영업소가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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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시내버스조기사 작성시간 11.08.23 참... 그래도인거 같습니다. 정말로 늘 잘 보고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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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키큰사람 작성시간 11.08.24 밑에서 두번째 사진에 운무에 가리운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화악산이 보이네요 -----저산에 바람이 막혀 사창리가 춥기로 유명한곳이죠 80년대 중반에 사창리 바로옆 용담리에 동생 면회 하러 갔을때 자고나니 영하 26도 이었던거 기억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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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경북코치서비스 작성시간 13.08.24 스,포,츠,토,토 프~로~토 온ㄹㅏ인ㅂㅔ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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