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남는다
홍 문 표
바람이 분다.
천 년 이끼로 치장한
화강암 겨드랑을 파고드는
화창한 오후의 유혹이다
송화 가루 빗살무늬로
그리움을 찍어대는 메아리
고목나무의 흔들림
금년에도 기적을 선언하는
지층들의 뜨거운 반란이다
은사시나무 잔등에 내리는
새하얀 정념
고흐의 캔버스에 번지는
햇살들의 몽롱한 어지러움이다
잎들은 왕성한 식욕으로
여름을 분비하고
가지는 고독을 씹으며
바람이 분다.
은박의 겨울을 만든다
무수한 가버림의 껍질을 벗고
해마다 정절의 수액으로
제 몸을 지키는 산들의 결백
산은 늘
가버림과 만남의 길목에서
그냥 산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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