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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문을 동시에 통과하다? 1.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

작성자한누리|작성시간13.09.25|조회수1,530 목록 댓글 0

두 문을 동시에 통과하다?

1.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

 

현대과학에서는 물질이 붕괴되지 않고, 안정된 상태의 원자로 유지될 수 있는 이유를 양자역학에서 나타나는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는 불확정성의 원리는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이는 20세기 초에 가정된 입자와 파동의 양면성에 의해 이해될 수 있다.

우리는 입자와 파동은 완전히 서로 다른 존재로서 인식하고 있지만, 19세기 말부터 알려진 실험적 결과를 설명하려면 입자와 파동의 두 특성을 물질이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처음으로 확인해준 현상이 1905년 아인슈타인에 의해 설명된 광전효과이다.

광전효과는 금속판에 빛을 쪼여줄 때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빛의 파장(색깔)을 바꿔줌에 따라 전자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튀어나오지 않기도 하며, 전자가 튀어나오는 경우 동일한 색(같은 파장)에서는 빛의 세기에 따라 전자가 많이 혹은 적게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전자의 운동에너지는 모두 같았다. 전자가 튀어나오지 않는 파장의 경우 아무리 빛의 세기를 강해게 하더라도 전자가 튀어나오지 않았다.

 

    

 

예컨대 어떤 특정한 금속판의 경우, 빨간 빛의 경우에는 전자가 튀어나오지 않았지만 파란 빛의 경우에는 전자가 튀어나오고, 나오는 전자의 수는 파란 빛의 세기에 비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19세기 말에 확인되었지만 그때까지 확립된 고전물리학 이론으로는 설명되지가 않았다. 한편, 그때까지 알려진 바로는 빛은 파동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연못에 돌을 던졌을 때 물결이 생기는 것은 볼 수 있다. 여기서 아래 그림과 같이 두 개의 구멍이 뚫린 벽으로 한쪽을 막으면 두 개의 구멍에서부터 다시 새로운 두 물결파동이 생겨나서 두 파동이 서로 상쇄되거나 더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빛의 경우에도 우리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비슷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한 구멍에서 나온 빛이 두 개의 구멍(슬릿)을 통과하여 서로 만나서 상쇄되거나 합해져서 어두워지거나 밝아지는 소위 `간섭현상을 일으킨다.

 

 

                           

   

 

 

그러나 입자의 경우에는 두 개의 구멍()중 하나만 통과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빛의 파동성은 19세기 초인 1802년 영국의 의사였던 영(Young)이 위에서 언급한 이중 슬릿을 사용하여 빛의 간섭실험을 하기 전까지는 확립되지 않았었다. 그때까지 빛이 파동인지 입자인지 그 정체성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17세기에 뉴턴(Newton)은 빛의 입자성을 주장하였고, 라이브니쯔(Leibniz)는 빛의 파동설을 주장하였는데, 그 이후 그 누구도 확실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와중에 영(Young)의 간섭실험은 빛이 파동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하게 하였다. 따라서 뉴톤의 입자설은 그 힘을 잃게 되었다.

하지만 19세기 말 실험적으로 관찰된 광전효과 때문에 다시 한 번 반전이 있게 된다. 광전효과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은 아인슈타인에 의하여 1905년에야 비로소 이루어졌는데, 이에 따르면 빛은 입자(알갱이)이어야만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이미 기술하였듯이 광전효과에서는 금속판에 빛을 쪼였을 때 전자가 튀어나오거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빛의 파장에 의해 결정됐다. 대체로 쪼여준 빛의 파장이 짧아지면(진동수가 높아지면) 전자가 튀어나왔고 쪼여준 빛의 파장이 길어지면(진동수가 낮아지면) 전자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또한 빛을 쪼여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경우에는 빛의 세기를 강하게 할수록 많은 수의 전자가, 약하게 할수록 적은 수의 전자가 나왔다. (참고로 진동수는 파장의 역수에 비례한다.) 이를 바탕으로 아인슈타인은 빛이 알갱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빛 알갱이(광자 photon)들의 개수는 빛의 세기에 비례하고, 각 빛 알갱이의 에너지 E 는 그 빛의 진동수 ν 에 비례 (즉 파장에 반비례)한다고 가정하였다.

 

     E  =  h ν    ( 여기서 h 는 비례상수로서 플랑크 상수라고 부른다. )

 

그러므로 주어진 금속판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데 필요한 최소 에너지를 Ф 라고 하면(우리는 이 최소에너지 Ф 를 그 금속판의 일함수라고 부른다), 전자가 금속판에서 나올 때의 운동에너지는 빛 알갱이의 에너지에서 이 일함수를 뺀 양이 될 것이다. ,

 

튀어나온 전자의 운동에너지 =  h ν Ф

 

이 식에서 우리는 빛의 파장이 길어져서 진동수가 작아지게 되어 빛 알갱이의 에너지가 일함수보다 작아지게 되면 전자의 운동에너지가 0보다 작게 되어 전자가 튀어나올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공식은 광전효과의 실험 측정치와 정확하게 일치하였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물리학자들)은 빛이 알갱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예컨대 전하의 기본단위를 측정하여 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미국의 실험 물리학자 밀리칸(Millikan) 1915년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 공식이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들어맞음을 실험으로 확인한 후에도 “아인슈타인의 광자 가설은 전혀 유지될 수 없으며 무모한 가정이다”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다가 18년이 흐른 1923, 역시 미국의 실험 물리학자인 컴프턴(Compton)은 빛의 일종인 X-레이가 전자에 부딪혔을 때 부딪힌 빛의 진동수가 변하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이 결과는 빛이 알갱이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파동은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거나 진로를 바꿀 때 진동수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첫째 이 실험에서 빛이 가진 특성은 파동과 다르다는 점이다. 둘째, 이 충돌 실험의 측정 결과는 빛이 에너지 hν를 갖는 알갱이(입자)로서 전자와 충돌하였다고 가정하였을 때만 그 분석 결과가 실험치와 완벽하게 일치하였다. 이로써 빛은 알갱이(광자)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파동과 입자의 성질이 서로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예컨대 앞에서 보았듯이 총알(입자)은 하나의 문(구멍)으로만 통과하지만, 파동은 두 개의 문(슬릿)을 동시에 통과할 수 있다. 때문에 입자성과 파동성이라는 상식적으로 완전히 서로 배치되는 두 가지 성질이 함께 공존할 수 없음을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컴프턴의 새로운 실험결과가 예전 빛의 파동성을 입증한 영의 간섭실험이 잘못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의 간섭실험 결과는 여전히 유효하며 이 실험 결과는 빛이 파동임을 우리에게 너무나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광전효과와 컴프턴의 실험 결과는 빛이 입자임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준다. , 이러한 실험 결과들은 서로 완전히 배치되는 파동성과 입자성이라는 두 가지 성질을 빛이 다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함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우리가 여태껏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굳게 믿어온 일반적인 상식이 실제 자연현상과는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영과 컴프턴의 두 실험 결과에 따라 사람들은 별수 없이 빛이 입자성과 파동성을 모두 가지는 것으로 생각하게끔 되었다. 그렇지만 빛(광자)은 질량이 없는 입자이므로 질량이 있는 보통의 입자들과는 달리 이처럼 파동성도 함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그 뒤에는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컴프턴의 실험결과가 발표된 바로 다음 해인 1924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드브로이(de Broglie)는 이러한 생각의 틀을 깨고, 빛의 이중성에서 힌트를 얻어 질량이 있는 입자들도 빛과 마찬가지로 입자성에 더하여 파동성을 갖는다는 물질파 가설(matter wave hypothesis)을 박사학위 논문으로 발표하게 된다. 즉 모든 입자는 질량이 있든 없든 파동의 특성을 가지며 그 물질파동(물질파)의 파장 λ 는 입자의 운동량 p 에 반비례하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λ = h/p  ( 여기서 h는 앞의 광전효과에서 나온 것과 동일한 플랑크 상수이다. )

 

이러한 물질파동(물질파)의 파장을 우리는 드브로이 파장(de Broglie wavelength)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빛의 입자성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누구도 이러한 물질파 개념을 선뜻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였던 당시 프랑스의 유명한 물리학자 랑제방( Lengevin)은 이 논문이 하등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내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왕족인 드브로이의 체면을 고려하여 이를 이미 학계의 권위자가 된 아인슈타인에게 보내 그의 부정적인 검증을 얻어서 끝내고자 하였다. 그렇지만 아인슈타인은 드브로이의 제안을 “낡은 것을 가리고 있던 장막의 한 자락을 젖혀 올린 획기적인 제안“으로 평가하였으며, 드브로이의 박사학위 논문은 통과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드브로이의 물질파 가설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그러다가 3년 뒤인 1927, 미국의 실험 물리학자 데이비슨(Davisson)과 거머(Germer)에 의하여 물질파 가설이 실험적으로 입증되게 된다. 이 두 사람은 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결정화된 닉켈 금속판에 전자빔이 쪼여지자 전자들이 마치 파동처럼 회절(diffraction) 현상을 보이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회절현상은 파동에서 일어나는데, 이 실험의 측정결과는 전자들이 드브로이 파장을 갖는 파동이라고 가정하였을 때의 해석과 정확하게 일치하였고 이로써 물질(입자)이 파동성을 가짐이 확인되었다.

드브로이의 물질파 가설은 모든 물질이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을 가져야 함을 뜻하며, 이는 양자역학의 바탕 개념이 된다. 이러한 물질파 개념에 바탕하여 슈뢰딩거(Schrödinger) 1926년 물질파의 파동방정식을 발표한다. 슈뢰딩거가 제안한 이 물질파의 파동방정식이 곧 우리가 오늘날 슈뢰딩거 방정식이라 부르는 양자역학의 기본방정식이다. 한편, 이보다 약간 앞선 1925, 하이젠베르크(Heisenberg)는 이후 슈뢰딩거 방정식과 동등함이 알려진 행렬역학을 발표하였으며, 이 행렬역학의 틀에서 위치와 운동량 사이의 불확정성 관계를 발견하여 1927년에는 불확정성 원리를 발표하게 된다. 이러한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에 바탕한 물질파 개념과 불확정성의 원리는 양자역학 이론의 뼈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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