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
병 속에 갇혀 있던 겨울이
내 장기를 빌려 탈옥했어
식도는 접힌 우산처럼 삐걱거리고
위장은 파업 공문을 물고 서성거렸지
아침은 내 몸 안에서 깨져 나왔어
한 잔은 날씨의 핑계였고
한 잔은 세상의 변명
나머지는 잔이 나를 비워 마신 기록들
어젯밤의 빈 병에 접혀서 잠들었을 때
등뼈는 라벨처럼 구겨지고
국물은 혀 위에서 사이렌을 울리고
마른 것들이 기억을 쿡쿡 찔러댔어
식탁 맞은편
두 개의 마음으로
두 개의 단속반이 앉아 있지
시간은 출근을 재촉하는데
내 걸음이 흔들려
바닥이 나를 붙잡고 놓지 않네
벌금 청구서들이 꼬불꼬불 웃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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