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도시
몇 개의 달이 으스러져 풀숲에 눕던 날
한적한 바람은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지 않기로 했어
지하철은 붐벼서 싫어
한강대교를 걷는 수족관의 뒷모습을 쫒는 것도 좋을 거야
내 무릎까지 올라오는 빨강구두가 또각또각 걷고 있지
수직으로 선 팽팽한 그림자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교각 끝에 매달린 강물이 물어 오네
빨강구두는 어디를 가고 있나요
대교 난간은 물속으로 이어져있지
손잡이를 잡은 채 미끄러져 걷고 있는 자동차들
추월해 앞으로 달려 나가는 지느러미들이 거칠어
스치기만 해도 살갗에서 피가 흘러 나올 거야
빨강구두는 그 피로 색칠했을까
물고기들이 서로 노려보고 있어
한바탕 싸움이 벌어질지도 몰라
빨간 구두는 싸움 구경을 할까
빌딩들이 물속에서 불꽃축제를 하고 있어
펑-
펑-
유리창을 깨고 나오는 불꽃들
사람들이 유리조각 하나씩 들고 춤을 추나봐
날카롭게 베어지는 불꽃들이 빨간 피를 흘리고 있다
핏물을 머금은 강물이 교각을 뛰어 넘어
달려가고 있다
빨강구두도 저곳으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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