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는 것도 사랑이라면
몇 번의 계절을 플랫폼에 흘려보냈나
떠나지 못한 마음들 궤도 위에 쌓여
녹슬지 않는 비명으로 덜컹거린다
사랑은 떠난 열차의 꼬리를 놓아주는 일
내 안의 당신을 밖으로 흘려보내고
허기진 영혼을 소금물로 채웠다
문지를수록 짓물러 터지는 손등 위
서러움이 새살처럼 돋아나는데
이 비린 그리움은 어느 깊이로 고여 있는가
환승 통로의 소음 속을 걷는다
당신을 향하던 시간을 폐선하라는 말
나를 깎아 당신의 형상을 지우라는 형벌
온몸을 갈아 부드러운 먼지로 흩날리고 싶지만
지울수록 선명해지는 그 이름
비우려 할수록 차오르는 당신의 숨결
당신 쪽으로 기운 궤도를 바로잡지 못한 채
스스로 파 놓은 기억의 함정 속으로 가라앉는다
사랑은 마음속 폐역에 불을 켜두는 일
나는 이 늪의 밑바닥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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