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어두운 밤이었다
무거운 어둠이 조용히 내려와 앉았다
무서웠다
마음이 먼저 얼어붙어 몸은 따라오지 못했다
풀숲에서 이름 모를 벌레가 울었고
저수지 건너편 개 짖는 소리가 늦게 도착했다
나는 그 안에 서 있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모든 것이 조용히 사라졌다
거친 것들은 연기처럼 흩어지고
빛이 천천히 들어왔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둑길 가장자리 개망초들이
새벽 이슬을 품은 채 서 있었다
바람은 나를 지나가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감나무 그림자 사이로
늦은 달빛이 동전처럼 흩어지고
세상은 너무나 조용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밤새 떨어진 살구 하나를
나는 흙을 털어 주머니에 넣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몰랐다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는
한 여름 밤 꿈길 같은 것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