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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집

빛이 떠난 자리

작성자月影|작성시간26.06.11|조회수3 목록 댓글 0

빛이 떠난 자리

 

 

 

창문이 먼저 흐려진다

유리의 안쪽인지 바깥쪽인지

물기가 경계를 삼킨다

손바닥을 대어도

지문 하나 남지 않는다

 

골목 끝 간판이 버티다 꺼진다

빛은 잠시 머물렀다가

자리를 잃은 듯 스러진다

 

버려진 의자 위에

누군가 앉았던 체온의 흔적

그 자리만 식어간다

 

이름을 불러보면

입 안에서 먼저 지워진다

소리는 혀 아래에 갇혀

밖으로 새지 못한다

 

어제는 틈으로 별이 스며들었는데

틈이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손을 뻗으면

닿으려는 것들은 한 뼘 더 멀어진다

 

안개가 가까워진다

거리의 깊이가 지워지고

사물들이 서로를 밀치며 겹쳐든다

 

나는 서 있는 쪽인지 지워지는 쪽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조금씩 옅어진다

 

밤은 끝나지 않는다

계속해서 처음처럼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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