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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펌다산연구소] 다산의 뉘우침/ 박석무 이사장

작성자이장희|작성시간14.10.29|조회수7 목록 댓글 0

다산의 뉘우침

  우리는 흔히 다산 정약용이야말로 가장 완벽하고 빈틈없는 인생을 살았던 학자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다산 자신의 글이나 했던 말들을 살펴보면 많은 과실(過失)을 저질렀노라고 후회하고 반성하는 대목들이 곧잘 발견됩니다. “우리 할아버지나 아버지께서는 효자(孝子)분들과 깊은 사귐을 가져 평생 동안 좋은 사이로 지내셨다. 나에게 이르러서는 벗을 고르는 일이 바르지 못하여 화살 끝을 갈고 칼날을 벼리며 서로 시기하는 사람들이 모두 내가 옛날 친하게 사귀던 사람들이었기에 그 점을 반성하고 있다.”(示學淵家誡)라는 내용이 바로 대표적인 반성의 글입니다.

  큰아들 학연에게 내려주는 교훈적인 편지에서 했던 말이니 진정성이 담긴 내용임에 분명합니다. 화살 끝을 갈고 칼날을 벼리면서 다산을 끝까지 죽음에 몰아넣으려던 이기경(李基慶:1756-1819)은 다산의 옛날 친구였습니다. 같은 남인의 당색(黨色)인데다 함께 과거공부에 힘써 문과에 급제한 동방(同榜)이어서 가까울 수밖에 없던 처지였으나, 신유(辛酉:1801)년 옥사(獄事)에서 다산을 죽이려는 주모자(主謀者)였다고 다산은 밝히고 있습니다.(俟庵年譜 30세 조항) 이기경의 귀양살이 시절에도 다산은 그가 풀려나도록 노력해서 이기경은 해배되었고, 다시 조정에서 벼슬할 때에도 아무도 그와 말도 걸어주지 않았지만 다산만은 옛 친구로서 평소처럼 안부도 살피며 다정하게 지내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다산은 친구관계에 대한 옛날 고경(古經)의 교훈을 내세웠습니다. “옛 친구란 옛날에 친구 삼았던 것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故者 毋失其爲故也:『예기(禮記)』「檀弓」下)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옛날의 우정까지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우정을 잊고 자신을 죽이려고 온갖 모함과 비방을 일삼던 친구 때문에 친구를 제대로 골라서 사귀지 못한 잘못을 뉘우치고 있음을 알게 해줍니다. 1801년 신유년에 일어난 신유옥사는 참으로 고약하고 무서운 사건이었습니다. 같은 남인에서 신서파(信西派)와 공서파(攻西派)로 갈리어 신서파를 함정에 빠뜨리고 몰락시키려는 사람들 중에는 다산이 옛날에 가까이 지냈던 선배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천주교 신자였다는 빌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때는 가까운 사이였는데 원수처럼 싸워야했던 비극은 어떻게 보더라고 큰 불행의 하나였습니다.

  1801년에서 올해, 200년이라는 많은 세월이 지났습니다.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의 계절이 오자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권력이라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인지 정당을 함께 하며 그처럼 가깝던 동지들이 어느 날 표변하여 반대당의 진영으로 들어가 옛날의 친정 정당을 맹공하는 것을 보노라면, 우정이나 동지가 얼마나 맹탕한 것인가를 실감나게 해줍니다. 다산의 뉘우침과 반성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도 느껴집니다. 같이 정치를 했고 국회의원도 지냈던 그들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벗이란 벗 삼았던 것까지를 놓쳐서는 안 된다’라고 했으니 다정하게 인사를 주고받아야 할 것인지, 마음이 내키지 않으니 어찌해야 할까요.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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