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聖子)
/ 김별
안개가 걷히는 벌판...
손에 손에 연장을 들고
머리에 수건을 쓰고
무리 지어 들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성자의 모습이다
순례자의 모습이다
발에 밟히는 감자 한 알과
비바람에 떨어진 사과 한 알에도
성경을 모르는 저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훤히 알리라
그리고 저들은 대지(大地)의 의사(醫士)
지상의 병들을 모두 알리라
화장한 얼굴과 깨끗한 손을 가진 자들만이 애써
외면 할 뿐...
멀리 보이는 공장의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탄광촌 같은 냇물이 흐르는
이 도시는 은혜의 땅이었다
흙먼지 자욱이 피어오르는 마른하늘을 날아가는
저 작은 새의 날갯짓은 힘차지 않은가
보라!
강바닥이 타들어 가던 긴긴 날
저들이 있어 결국
참았던 약비가 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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