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정권 때 거의 모든 면에서 바닥을 치던 나라 꼴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이 짧은 시간에 상전벽해급의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의 몇 가지 메시지가 민주진영 지지자들에게 희망을 준 부분도 있지만, 여러 우려와 의심을 낳은 부분도 있죠. 그리고 가장 최근의 트윗은 많은 분들을 확실히 실망시킨 것 같습니다. 저도 포함해서요. 지금 여당과 정부의 역할을 구분도 못하고 여당이 모든 국민을 품어야 된다는 둥 현실 인식의 문제만 드러내는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라, 민주당 코어지지층이 최근에 가져온 의문과 분노에 답을 해야 할 시점입니다.
- 인사문제
정성호. 검찰개혁을 적극 방해, 보완수사권 존치, 검찰개혁 모욕—검찰개혁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검찰을 옹호하며, 모든 검사가 나쁜 게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 따위의 국민 모욕을 아무렇지 않게 한 인간입니다.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고 심지어 일각에서는 총리후보라면서 띄우기도 했죠.
봉욱. 정부안 구상의 실체죠. 검찰개혁 정부안은 심지어 검찰수사권을 강화하고 꿈꾸던 중수부를 만들어내는 안이었으니 이건 국민들의 기대를 정면으로 배신한 거죠. 하지만 역시 아무런 문책도 조치도 취하지 않음.
김민석. 강득구 문자로 밝혀진 당청간 분란을 일으키고 대통령의 의지에 대한 가짜정보를 당에 전달한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검찰개혁 관련 총리실 날조 여론조사-명태균식 여론조사를 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습니다. 정부기관이 날조 여론조사를 하는 건 이명박 윤석열식 정치입니다. 이렇게 심각한 건에 대해 단 한 마디의 해명도차 없습니다. 김민석은 이전에도 노무현 관련 거짓말 민주당명 관련 거짓 전과가 많은 인간입니다.
이혜훈 등 내란당 떨거지들은 장관직 등 요직에 기용하려 하나, 반내란연합으로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세력은 완전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혜훈은 개인 비리가 너무 많아 낙마했죠.
이병태도 있습니다. 이 민족반역자 새끼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한국 역사의 정통성과 민주주의에 정면 배치되는 인간 쓰레기입니다만 역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당당하게 부총리급의 고위직에 가 있습니다.
자기가 청와대와 소통하며 인사청탁을 직접 한다고 떠드는 이동형의 비선실세 리스크도 완전히 무시하고 방치 중입니다. 이건 사실이 아니라 해도 청와대든 총리실이 정리를 해줘야 할 일이고, 사실이라면 정권에 치명타가 되고 이재명이 퇴임 후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준의 문제입니다. 이건 사실상 이동형이 스스로 자기가 최순실이라고 공개적으로 떠들고 다니는 꼴인데 어떤 대응도 하지 않는 게 맞는지 의문이죠.
덧붙여서, 오창석이 전문성이 전혀 없는 분야의 기관 사외이사직을 맡은 것은, 공공연하게 김민석계의 인사가, 문재인, 조국, 김어준, 정청래, 유시민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는 친석계 패거리에게 인사특혜를 준 것으로밖에 안 보이는 일입니다. 청년부를 신설하느니 하는 말같지도 않은 짓거리(그럼 노인부도 하나 만들고 4050부도 만들고 아동부도 학령전 초중고 구분해서 해보시지)를 하기 전에, 조치하고 해명해야 될 일입니다. 이 인사비리 특혜인사가 2030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이며, 내란세력에게 얼마나 좋은 먹이가 되겠습니까. 이에 대해서 역시 아무런 반응도 해명도 조치도 없는 무책임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 개혁에 대한 무책임하고 부주의한 발언
검찰개혁에 대한 미온적으로 애매한 발언의 연속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급변 (정치적 계산이 어쩌고 하는 희망회로는 가능성이 0은 아니나 무리가 많음)했는데, 아직 검찰개혁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자꾸만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식의 발언만 반복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회가 알아서 하라 한 점인데, 이에 대해 정작 정부의 담당자인 정성호는 ‘대안을 내놔라’하는 배째라는 식이니 이건 정성호를 욕받이로 세우고 책임 회피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선거에 대한 평가에서 김용남 두둔하는 듯한 발언 (너 배신할거지, 이러면서는 확장할 수 없다는 식의). 민주당 기준에 맞는, 일관성 있는 (조수진 후보의 사례 등) 검증과 내란당 빨갱이식의 사상검증을 동일시하는 발언이었습니다. 조수진 후보는 성범죄자 변호를 한 번 한 것 때문에 후보사퇴했는데 김용남은 수십 번을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변호사가 누구를 변호하든 상관이 없다고 보는데, 문제는 기준의 일관성입니다. 게다가 김용남은 여러 녹취를 통해 대부업을 불법적으로 차명 운영한 것이 분명한 걸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당원들의 문제제기를 사상검증 식으로 비난하는 건 오윤혜 같은 인간에게나 어울리는 언행입니다.
반면에 문조털래유 등 멸칭을 기획해서 조직적으로 하고 있는 과도한 당 내부 갈라치기에 대해서는 대통령으로서 완전 무반응입니다. 외연확장은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와 맞지 않는 천박한 인사라도 상관없지만, 오랫동안 기여해 온 당내 인사와 민주진영의 공로자들에 대한 모욕과 공격 갈라치기는 그냥 못 본 척하는 비겁한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내란 상황에서 제일 먼저 김어준을 찾은 건 이재명 본인이지 않습니까.
- 정치철학의 부재
저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문제가, 이재명 본인의 정치철학의 부재, 거시적 가치 체계의 부실로 인한 것으로 봅니다. 정권 초기부터 걱정스러웠던 부분인데, 행정적 능력은 매우 탁월하지만 대한민국 민주정치의 과거와 미래, 더 나은 민주정치의 방향과 형태 등에 대해 깊은 고민이 없어 보였습니다.
억강부약을 기치로 하는 실용주의적 정치의 한계와 위험성은 분명합니다. 한국 민주정치는 어떤 모양이어야 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해가야 하는가에 대한 리더로서의 고민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고민 없이 실용주의만을 노선으로 삼았던 정권이 이명박입니다. 이명박은 천성이 사기꾼 범죄자이고 이재명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한국 정치가 적어도 행정적으로는 매우 빠른 속도로 개선되었고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것만이 최고의 가치일까요.
여기에 더해 요즘 위험한 수준의 자기과신을 느낍니다. 노무현은 상대를 사람으로 취급한 게 문제였습니다. 대화도 하고 타협도 하고 정치를 같이 해보려고 했죠. 이재명은 누가 됐든 자기가 써먹을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게 실제로 가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용인술이 매우 뛰어난 건 맞습니다.우상호가 수구 내란당 인사를 과하게 들이는 것을 우려했을 때, ‘능력 있으면 쓰면 되는 거 아닌가요’ 라고 답한데서 알 수 있듯이, 능력이 되면 써먹으면 되고, 자기는 써먹을 수 있다고 보는 게 분명한 거 같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적 빈곤과 합쳐질 때입니다. 예를 들어 김민석이 총리로서 지금 일을 잘 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차기 지도자가 될 충분한 자격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이언주 김용남 등을 이용해서 민주세력을 분열시키고 거짓, 선동, 기만, 날조를 기본으로 정치를 하는 구태정치의 표본 같은 자가 차기 리더가 되는 경우 한국 민주주의에 끼칠 위험을 무시하는 겁니다. 내란당 놈들을 능력이 좀 있다고 지위에 앉혔을 때, 그 고위직에서의 권력을 휘둘러서 산하기관에 쓰레기들을 앉히고, 대통령 눈에 띄지 않는 데서 내란 반민족 세력에 힘을 실어줘서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장기적으로 도모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걸까요. 예를 들어 자기가 써먹을수만 있으면 이명박 같은 것들을 여기저기 요직에 앉혀도 되는걸까요? 자기가 써먹는 동안에는 뭐 그렇다 쳐도, 그게 가져올 더 많은 문제와 미래에 만들어질 과제에 대해 생각을 하긴 하는 걸까요? 지금 본인이 권력을 가졌으니 그 앞에서야 고개를 조아리겠지만, 그런 인간들을 요직에 앉힌 후과는 누가 책임지고 떠안아야 합니까. 능력은 있지만 도덕성이 결여된 인간들이 대통령 눈을 피해 하는 짓을 본인이 다 따라다니면서 일일이 감시할겁니까? 애초에 이언주 김용남같은것들을 보면 뭔 능력이라는게 있는지 알지도 못하겠지만요(법을 피해 추접게 돈벌이하는 능력 말하나).
반내란연합을 통해 이재명 본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한 민주주의 세력을 철저히 무시함으로써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미래에 또 다른 민주진영 연합의 가능성을 해치는 국정을 1년간 해 왔습니다. 작은 진보진영 정당들에는 “능력”을 기준으로 봤을 때 성에 차는 인간이 없었나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능력”만 있어보이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지지 못한 뉴라이트 반민족세력을 고위직에 앉히는 게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정당의 역할과 정체성, 대통령이 여당 총재이던 당정일체의 시기를 거쳐 왜 당정분리로 이행해 왔는지, 당정분리의 원칙 하에서 정부와 여당은 어떻게 같이 일하되 동시에 각자의 역할을 통해 견제해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한 고민도 없이 베버를 몇 줄 인용하는 걸 보면서 ‘역시 정치철학의 깊이가 없구나’하고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여당은 편의상 집권당이라고 부르지만, 특정 정치적 방향성과 가치, 정체성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집합입니다. 여당은 “정부 그 자체”가 아닙니다. 애초에 대부분의 정당의 정책과 정체성은 항상 모든 국민들을 향하지 않습니다. 어떤 정당은 환경문제를 핵심으로 하고, 어떤 정당은 특정 인구집단(예를 들면 여성, 청년, 노동자 계층 등)이 핵심 지지층이며 타겟이고, 어떤 정당은 특정 지역기반이고, 어떤 정당은 사상적으로 사회민주주의나 심지어는 공산주의(일본공산당이 있죠 물론 예전의 공산주의를 내건 국가들 같은 정도로 본격적이지는 않지만)를 기치로 내겁니다. 여당이 되는 순간, 물론 여러 정책이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하고 책임성이 달라지는 것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여당이라고 해서 당의 정체성과 당의 핵심 당원층을 포기하며 전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재구성되어야 하는 게 아닙니다. 집권여당은, 여당이 되기 전의 가치와 방향성에 더 많은 유권자가 동의하였기 때문에 집권하게 된 것이고, 핵심 지지층을 잃지 않되 비지지층도 흡수할 수 있으면 ‘더 좋을’ 뿐입니다. 어디까지나 정당은 핵심 지지층이 원하는 정책을 중심으로 가는 것이 ‘옳은’ 일이며 현실적이기도 하고, 지지자를 배신하지 않음으로써 차기 권력까지도 노려볼 수 있게 되는 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여당은 ‘정부 그 자체’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렇게 포용이 중요한데 민주진영의 큰 인물들을 조롱하고 비난하고 모욕하는 것들을 오히려 끼고 가겠다?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
앞으로 남은 시간 4년이나 있고, 그 기간동안 한국의 여러 면이 크게 발전하겠지만, 동시에 이재명의 지금 행보, 언행들이 한국 민주정치에 해가 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그의 언행이 민주당에 얼마나 해가 되고 있는지를 보면 참 답답하네요. 민주당이 한국 민주정치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역할이 있는데, 지금 이런 걱정을 대통령이 더 깊어지게 하고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