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가는 유배의 땅; 전라도를 가고 싶었습니다! 예전에 남원,전주는 가 보았지만 두루두루 가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달리고 달려 땅끝까지 가고 싶었습니다! 경상도 창원에서 전라도 강진으로 들어서니 또 다른 강산이었습니다. 산과 강은 호남출신의 화가들이 그린 수묵화와 신기하게도 똑 같았습니다.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을 보면 그 사람을 알듯이... 땅끝을 가다보니 강진 <정약용 선생의 다산 초당>이란 팻말이 보였습니다. 평소에 다산의 생애를 존경도 하고,연민도 가졌던 나는 차를 그곳으로 돌렸습니다. 이미 해는 서산을 넘고,어스름한 저녁에 초당입구에 들어 섰습니다. 기념관쪽에 주차하여,다산초당 가는 길은 생각보다는 멀었습니다. 초당 올라가는 길은 나뭇뿌리와 돌길이라 미끄러웠습니다. 너무 늦어 사방은 컴컴하고 적막하였습니다. 숲에 싸인 초당은 풍수지리로 보니 흉가터였습니다. 낮에는 바다가 보인다지만,옛날에는 과연 귀향살이할 만한 쓸쓸한 곳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소리가 요란하여 죽은 땅을 살려내는 기가 남아 있어서, 아주 쓸쓸한 귀양살이는 아닐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초당에서 그 지역의 젊은이들을 가르쳤다는 안내판을 보고 다산은 미래를 내다 볼 줄 아는 선구안을 가진 분이란 걸 느꼈습니다. 아니면...너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아 일을 갖기 위한 것일 수도... 난 이곳에서 다산의 신산한 삶을 느꼈습니다! 또한 희망의 삶도 느꼈습니다! 그러나...죽어서 위인이 된다면...선택하고 싶지않은 삶입니다. 위대한 과학자이며 사상가요, 실용주의자인 그를 관광지에서 만난다는 것은... 그리 즐거운 만남은 아니기에... 그러나,다시 밝은 날,찾아가고 싶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밝은 낮에도 쓸쓸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인가...궁금하여... *반역의 땅; 진도로 차를 돌렸습니다. 진도 가는 길도 생각보단 꽤 멀고 멀었습니다. 고려시대,이곳에서 최후를 마쳤던 삼별초의 군인들... 외세에 맞서 싸우고,왕에게 반기를 들었던 반역의 땅! 바닷길이 열리는 곳에 가 보았습니다. 파란물에 둥실 떠다니는 선남선녀들은 그 당시의 비극을 모를겁니다. 여기저기서 즐거이 하하호호 웃는 소리들... 분명히 이곳에서도 전투는 일어났을 겁니다. 파란물을 피로 붉게 물들인 최후의 전사들도 한때는 파란물에 몸을 담그고 즐거이 물장난을 쳤을 겁니다. 밀려오는 적군들...막다른 바닷가...열리지 않는 바닷길... 그때를 생각하니...숨이 막혀 왔습니다. 죽음의 바닷길이 지금은 축제의 바닷길이 되었습니다. 길가에는 온통 무궁화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호국의 섬을 나타내기 위함인가? 이곳의 잠자리는 차를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달리는 차를 향해 부딪히는 그들이 마치 삼별초와 같았습니다. 섬을 나가는 길에 특산주 <홍주>를 샀습니다. 양주나 고량주만큼 센 술이었습니다. 막걸리는 농민들에게 밥도 되고 음료수도 되는 순한 술인데 홍주는 뱃사람들의 삶이 고된지,무지 독한 술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이 술이 있었다면, 두려움과 절망에 빠진채 삼별초 군인들은 마셨을까요? 아니면 독한 술을 마심으로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욱 가졌을까요? *되돌아 온 땅끝; 땅끝마을로 갔습니다. 갔다 온 사람들은 <볼 게 없다>고 말하지만 가보고 싶었습니다. 옆에는 바다...새파란 바다... 그곳은 서해의 왜목마을 바다완 달랐습니다. 그곳은 서해 장봉도의 바다완 달랐습니다. 그 바다는 희망의 바다요 절망의 바다였습니다. 왜목마을의 바다는 꿈과 추억의 바다였습니다. 장봉도의 바다는 슬픔과 죽음의 바다였습니다. 땅끝은 마지막 기대를 가지러 가는 희망의 바다요, 땅끝은 갈때까지 간 절망의 바다입니다. 난 그곳을 8킬로 남겨놓고 되돌아 나왔습니다. 희망과 절망으로 가는 인간들이 너무 많기에... 난 희망을 가져왔을까요? 절망을 버리고 왔을까요?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시인이 말한...그뜻을 몰랐는데... 금강 하구언,철새 도래지를 갔습니다. 11층 조망대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내려다 봤습니다. 이상하게 새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내가 온다고 하니 모두들 도망을 갔나? 난 망원경으로 샅샅히 이 강에서 저 강까지 훑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개미 새끼, 아니 새 한마리도 보질 못했습니다. 강 건너 모텔들만 싫컷 보았습니다. 모텔 한마리.모텔 두마리,모텔 세마리,모텔 네마리... 새는 모텔이 되었습니다. 난 이때까지도 새들이 세상을 뜨는 걸 몰랐습니다. 조망대를 내려 와 일층 전시장에 들어서니... 수많은 새들이 박제가 되어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살아 있는 듯 한 새들... 어떤 놈이 제일 예쁜가? <멋쟁이 새>란 이름을 가진 놈이 제일 예뻤습니다. 그때까진 정말 즐겁게,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살아있는 놈들을 보듯... 그런데 갑자기 슬퍼졌습니다. 공동묘지에서 죽은 자들의 묘비명을 보는듯한... 모르는 사람들의 묘비에 새긴 사진과 이름을 슬픈 마음도 없이 지나가면서 보았던 내가 생각이 난 것입니다. 아! 새들도 세상을 뜬 다는 걸 황지우 시인은 언제 알았을까?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향하였습니다. 오면서 보니...당진,송악이 보였습니다. 그래도 왜목마을을 갔다고...반가운 지명이었습니다. 세월 지나...언젠가...생각나는 곳이 있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나처럼 슬퍼할까요? 아니면 기뻐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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