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쉼표/ 안봉화
봄
산벚꽃 한 송이 물가에 내려앉아
연둣빛 편지 한 장 띄우고
햇살 한 줌 맞장구 치며
산그늘 흔들어 깨운다
여름
짙어진 물빛 깊이 더하고
나뭇잎 사이 바람은 풍경 소리처럼 계곡을 흐르며
세월의 발자국 씻는다
가을
심장은 더 뜨겁게 타오르고
숲은 등불 밝혀 노을의 긴 이야기 풀어 놓는다
겨울
산마루 덮은 눈
타지에서 닳아온 구두 한 켤레 걸음 늦추고
바위 곁 맑은 물 눈꽃 피우고
가지에 매달린 바람의 숨결 메섭다
두타연은 말없이 귀향한 시간의 외투를 벗겨주고
골짜기 깊은 곳
하얀 쉼표 하나 제자리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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