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교문학》 제13호 원고 청탁서/시/물푸레나무 외 2편/임화선
약력/曳林 임화선
2001년❮해동문학❯가을 통권 35호 신인 발굴 추천 작품 詩 부문/2025년《청안문인협회》여름 통권 8호 時調 부문/영남여성문학회 회원, 부산여류시인협회 회원, 청도문인협회 회원, 부산수영구문화예술회문인회 이사, 청안문인협회 부회장/영남여성문학회 회장 역임, 부산여류시인협회 회장 역임, 청안문인협회 사무총장. 편집주간 역임/저서: 임화선 첫시집 『어머니의 강』(2025년)
물푸레나무
임화선
물푸레나무가 이른 새벽에 초인종을 누른다 물푸레나무 껍질의 성질은 차다 그 맛
은 쓰다 물푸레 가지는 에스큘린이라는 성분이 파란색을 띄기에 수청목이라고 부르
기도 한다 그 가지는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된 클레드 모네의 ‘칠면조’의 목과 같다
인상파의 빛 효과로 자유롭게 구사한 칠면조와 어우러져 물푸레가 웅덩이에 매달려
있다 물푸레가 두레질을 한다 물푸레는 책 속에 서 있다 물푸레는 민얼굴로 줄을 긋
는다 보기 드물게 물푸레가 모자를 쓰고 있다
입추를 지나는 풍경 따라
임화선
비 오는 날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먹던
늙은 호박전
뻐끔뻐끔 뚫린 입 사이로
가난한 이웃들과 나눠 먹던 다정한 먹거리
낡아빠져 갈라진 흙담 벽 사이로
수북하게 쌓여있는 풀더미가 쌓여있는
그 길에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버지를 따라
아이도 헬멧을 쓰고
자전거로 따라간다
입추를 지나는 풍경 따라 가는 길에는
저만치서 맥문동이 보랏빛 손짓을 한다
재두루미
임화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외발로 서 있다
너무나 생소하여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
홍천강이 겸연쩍어
꼬치꼬치 캐묻기도 싫고
돌팔매질만 한다
쏟아놓은 붉은 그리움에 우거진 풀들이
낫질하다 역류하는 붉은 강
강을 흘러가는 강의 역사 그 보따리 풀기에는
왠지 서먹하다 무더위로 익어서 강물은
뜨겁기만 하구나
늠름한 재두루미는 넋을 잃고
강으로 흐르는 물살
한바탕 소동이라도 벌어질 것 같다
뿔뿔이도 흩어진 저 강물 이젠 꼭 돌아올 것만 같은
생각에, 재두루미는 그저 강을 지키나 보다
강물은 얕아도
물살이 붉은 강물만 물끄러미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