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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설악산 비너스길 등반 보고서

작성자김창곤|작성시간26.06.16|조회수70 목록 댓글 1

설악산 비너스길

한국산악회 산악기술위원회에서 갔다.

토요일에 농대 친구들과 은벽길을 가고 한얼이집에서 두어시간 자고 밤 12시에 한얼이집에서 나왔다.
12시반 쌍문역 집합..폭력적이다 🫠 당일 설악은 출발 시간이 너무 빨라서 늘 쉽지 않다.

아인, 인천 형과 만나서 설악으로 이동.
졸업하고 뭐할 건지 이것저것 이야기했다. 생각해보니 형님이랑 이렇게 오래 차 탄 건 처음인 거 같다. 등산허가제에 대한 해결책도 좀 더 자세히 알게 됐다.

3시에 기술위 다른 분들과 합류. 근데 원래는 11명이서 문리대길/비너스길 나눠서 가려했는데 어쩌다보니 총 9명이 비너스길을 가게 됐다.

어프로치는 약 1시간반 정도 걸렸다. 도착하니 이제서야 날이 밝고 있었다. 정말 일찍이다.


나는 라스트여서 아주아주 오래오래 대기했다. 등반이 아니라 대기하다 진이 다 빠졌다. 구름진 날이라서 살았다.

1피치


동판이 있는 바위 넘는 게 조금 까리하다. 발재밍을 조금 높게하고 위쪽 홀드잡고 영차하면 된다. 이후엔 직상 또는 사선으로 가면 되는데 우리 팀은 사선으로 갔다. 레이백이 어렵진 않은데 힘들고 까리하다. 선등이라면 무서웠을 거 같다.



2피치
사선 벙어리크랙 3m 후 직상크랙. 점점 각이 세진다. 이젠 재밍기술과 근력이 없으면 못 올라가는 곳이라는 게 인지된다.

3피치
어려워지는 피치, 근데 아래도 쉽지 않아서 각오는 했다. 스태밍? 침니? 처럼 오르다가 좁은 침니에 들어서야한다. 침니가 끝나고 오버행을 넘어가는 게 어렵다. 진짜 요상하게 다리를 찢고 한 손으로 왼쪽 크랙에 재밍을 하고 나머지 손으로 캠을 쳐야할 듯하다. 후등이라서 괜찮았지만, 선등이라면 꽤나 공포스러울 거 같다.
오버행에서 오른쪽 크랙으로 넘어간다. 여기도 어렵다. 이 뒤에도 크랙이 애매하게 넓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확보점 직전 동작도 까다롭다. 살짝 멘틀링 동작이 필요하다.

선등이라면? 이라고 생각하면서 올랐는데, 어렵지만 가능할 것 같다. 난이도는 뒷부분이 더 어려웠지만, 위험한 건 침니 끝나고 오버행이기에 그냥 전체적으로 참 힘들 거 같다.

4피치


인공구간, 슬링과 자동확보줄이 다수 필요하다.

5피치


옆팀이 찍어주셨다. 비너스길 진짜 멋지다.
비너스길 하이라이트 피치, 정말 악명높다고 들었는데 가히 그랬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등반루트 중 가장 어려웠다. 대기하면서 볼 때는 흠...될 거 같은데? 라고 생각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여기하고나서 아 아직 비너스 선등할 실력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초반 2번째 볼트까지는 레이백으로 괜찮게 갔다. 오 나 좀 치는데? 생각. 그러다 중반부터 힘도 빠지고 그냥 모르겠었다. 중반부터는 계속해서 텐션받으면서 갔고, 라스트여서 내가 느려진다고 해서 팀 전체 속도에는 영향을 안 미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었기에 최대한 자유등반으로 가려고 했다. 그래도 아리송한 부분이 많아서 퀵도 여러번 잡았다. 레이백을 해도 이게 몇 번하면 쉬는 구간이 필요한데 그런 곳이 없는 구간이 많았다. 엄청난 완력과 지구력이 필요했다.
중간에 5호캠이 오버캠되어 있어서 그걸 빼는데 10~20분정도 걸린 듯하다. 매우 바깥쪽에 끼어있었는데, 너무 새거라서 두고갈 수가 없었다. 조금씩은 움직였기에, 살짝씩 움직이면서 돌을 좀 깎은 듯하다. 한 쪽 축을 자유롭게 하니 다행히 빠졌다.
캠 빼는데 진을 빼기도 했고 뒤쪽이 더 어려웠어서 여기서 부터는 좀 더 퀵을 자주 잡고 캠도 간혹 잡았던 거 같다. 기억이 잘 안난다 흑흑.

어려운 이유 1: 각도가 세다. 거의 90도에 가까운 듯하고, 묘하게 오른쪽으로 기울여져있고 레이백을 하니 몸이 오버행인 것처럼 쏠린다.
이유 2: 오른쪽 벽에 발 디딜 곳이 거의 없다. 보통은 조금이라도 디딜만한 돌기가 있고 각도가 약한 부분이 있는데, 거의 없고 발을 밀기가 까다롭게 각도가 나있다.
이유 3: 크랙이 넓다. 중반부부터는 크랙이 오프위드 사이즈여서 손, 발 재밍이 안 된다. 특히나 선등하려면 오프위드 기술과 지구력이 필수적일 듯하다.
레이백이 그나마 가장 쉬운 해결책이라 생각하긴하지만, 선등이면 그러기 어려울 듯하다.

6피치
무난했다. 중간에 슬랩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힘들어서 퀵 잡고 갔다.

7피치
비너스상 모양의 바위가 있다. 근데 겁나게 어렵게 생겼다. 다들 진이 빠져서 다 캠 잡고 갔다. 나도 그랬다. 근데 한 번 잡기 시작하니 더 힘들었다. 거기다 라스트라서 회수까지 해야해서...도착한 다음 왼쪽으로 걸어가면 정상(?)같은 곳에 하강포인트가 있다.

하강
우리에겐 80m 더블로프 2동과 70m더블로프 1동이 있었다. 첫 하강을 희엽이형이 했고 비너스길 5피치 끝나는 점에서 끝났다. 5피치가 30~35m라서 4피치 시작점까지는 줄이 짧았다. 더블로프 하강은 처음 해보는데, 난 당연히 외줄하강하려했는데 더블은 줄이 너무 얇아서 그러면 위험하다고 하셨다. 새로운 걸 배웠다. 그래서 두줄 하강했다. 그래도 마찰력이 그렇게 세지 않고 일반 싱글로프 외줄하강이랑 비슷했다. 정상쪽에서 하강하다가 각도가 급격하게 90도로 꺾이는데 꽤나 공포스럽다. 하강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매우 무서워할 거 같다. 나도 고소공포를 잘 못느끼는 편인데, 여긴 좀 무서웠다.

다음 하강을 어떻게 할까 희엽이형이랑 고민하다가 아까 다른 팀이 4피치 시작점에서 70m 로 한 번에 하강한 걸 봐서 4피치 시작점까지 내가 가방에 넣어둔 70m 자일을 쓰자고 제안드렸다. 그래서 그걸로 중간자를 찾아서 반으로 내려가려했다. 근데 중간자가 아무리 찾아도 없다. 그래서 대강 눈대중으로 하고 먼저 조심히 내려갔다.
근데 이때 너무 빨리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 같다. 일단 앞서 두줄하강이라서 코드슬링을 안 했고, 이번에도 안 했다. 근데 이 자일은 아까보다 더 마찰력이 적어서 손힘 조정이 어려웠다. 그리고 끝에 스토퍼도 안 해서 더 불안했다. 그리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신중히 판단해야하는데 내가 올라온 길이라고 너무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서 좀 빠르게 내려갔는데 끝에 보니 4피치 시작점까지는 줄이 짧았다. 그때서야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거의 수평인 곳에 5피치 시작점 쌍볼트가 2m 옆에 있었다. 조금만 더 내려갔으면 자칫 트랙션으로 다시 올라갈 판이었다. 약간 섬칫한 기분이 들었었다. 역시 하강은 겸손, 또 겸손해야한다.

5피치 시작점이라 80m면 어디까지 닿을지가 애매했다. 뭔가 땅까지 될 것도 같은데 내려가봐야알았다. 이때 80m 자일을 수거하다가 자칫 줄을 놓칠 뻔했다. 다행히 어딘가 매듭이 있었고 한 손으로는 희엽이형이 잡고 있었기에 괜찮았지만, 또 아찔했다. 겸손, 또 겸손..
무사히 자일 설치를 하고 첫 하강으로 내려갔다. 바닥쪽에서 위쪽에는 넉넉하게 닿았고, 우리가 짐을 데포한 곳에는 정말 딱 맞게 자일 길이가 됐다. 3피치까지 하고 내려간 아인이가 오랜 시간 대기해서 미안했고 반가웠다. 하산할 때쯤 6~7시였고, 하산을 완료하니 8시였다. 이렇게 고생고생하며 하루종일 등반하니 참 같이하신 분들과 유대감도 쌓이고 감사했다. 특히 희엽이형 감사합니다...서울로 올라가는 차에서 잠이 너무 와서 앞자리에 앉았는데 졸았다. 🥲

-> 시스템적으로 새로운 분들이랑 할 때, 그리고 새로운 장비로 할 때는 더욱 조심하고 겸손해야함을 하강하면서 느꼈다. 그리고 웬만하면 코드슬링해야겠다...

매우 피곤했지만, 오랜만에 처절하고 어려운 등반이었다. 다시 신입생이 된 기분이었다. 여러모로 나에게 자극이 되고, 도전의식이 생긴 루트였다. 올해 첫 설악산이었는데 그 경치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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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희엽 | 작성시간 26.06.16 아주 세세하게 잘썼네~~ ㅎ
    고생많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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