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좋은 콧노래도 한두 번인데 또 ‘구름’ 이야기다.
그 까닭인 즉, 내가 이 생에서 구름 같은 자유를 간절히 바라는 누구나의 생래적 바람과, 한편 이 생의 덧없음과 유한함에 무한 절망하는 인식 사이의 길항관계에서 오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1) 내지는, 접근-회피 갈등(Approach-Avoidance)의 불편함을 얼렁뚱땅 깔아뭉개고 싶어 하는 무의식 탓은 아닐까?라고 변명해 본다.
내 변명을 편 먹어 줄 일빠따(첫번째)는 누가 뭐래도 독일 문학가 헤르만 헤세다. 그분의 구름 사랑이 유별났던 것은 온 동네에 소문이 짜아하니 난 지 오래. 구름 짝사랑이 유독 그분 하고 나하고만 그런 건지, 혹시나 해서 그 잘난 ChatGPT에게 물어봤다.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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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은 질문이십니다. ☁️
구름은 시대와 장르를 넘어 많은 예술가들에게 자유·변화·무상·명상의 상징이었습니다. 아래는 구름을 특히 사랑하거나 자주 그린(또는 노래한) 대표적인 시인·화가·소설가·예술인들입니다.
🖋 시인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 「구름」, 「산 위의 노래」 등에서 구름을 인간 감정과 자연의 호흡으로 표현.
셸리 (Percy B. Shelley) – 「The Cloud(구름)」에서 구름을 자유롭고 불멸의 존재로 노래.
윤동주 – 「별 헤는 밤」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 말하며, 하늘과 구름은 순수와 양심의 상징.
김소월 – 「산유화」, 「먼 후일」 등에서 흐르는 구름을 인연과 이별의 정서로 자주 사용.
랭보 (Arthur Rimbaud) – 구름을 청춘의 방황과 예언적 상징으로 묘사.
천상병 – 그의 시 「귀천」과 여러 산문에서 구름은 영혼의 본향으로 표현됨.
🎨 화가
터너 (J.M.W. Turner) – ‘빛의 화가’. 구름과 안개로 세계를 표현한 낭만주의 대가.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 인상파의 거장으로, 구름의 색과 빛 변화를 집요하게 탐구.
르누아르, 세잔 – 하늘과 구름을 감정의 흐름처럼 다룸.
이중섭 – 구름을 가족에 대한 그리움, 자유의 상징으로 자주 그림에 담음.
박수근 – 하늘과 구름을 배경으로 ‘소박한 인간의 삶’을 부드럽게 표현.
📚 소설가 / 사상가
헤르만 헤세 – 구름을 영혼의 자유와 방랑의 상징으로 자주 언급.
무라카미 하루키 – 작품 곳곳에서 구름이 ‘불확실한 현실’과 ‘감정의 흐름’을 비유.
앙드레 지드 – “구름처럼 떠도는 인생”이라는 표현으로 개인의 자유를 강조.
파울로 코엘료 – 「연금술사」 등에서 구름은 우주의 징표, 신의 메시지를 상징.
🎶 기타 예술인
클로드 드뷔시 (Claude Debussy) – 관현악곡 《구름( Nuages )》 작곡, 흐르는 듯한 하모니로 표현.
이매진 드래곤스 (Imagine Dragons) – 노래 *“Clouds”*에서 구름을 꿈과 희망의 은유로 사용.
김광석 – 「하늘 아래 구름 하나 없이」 등에서 구름은 덧없음과 자유의 상징.
🎶 한국 가수 중 ‘구름’을 노래한 사람들
이문세 – 〈푸른 하늘 은하수 (구름과 나)〉
감성적인 보컬로 하늘과 구름 사이의 평화를 노래. 구름은 ‘그리움’과 ‘추억’의 상징으로 등장.
장필순 –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직접적으로 ‘구름’이라는 단어가 반복되지는 않지만, 하늘과 바람, 구름 같은 ‘자연 속 고독’을 노래함.
조용필 – 〈바람의 노래〉
가사 중 “구름이 흘러가는 곳에 나도 가고 싶네” → 구름은 방랑과 자유의 은유.
김광석 – 〈저 구름 흘러가는 곳으로〉대표적인 구름 노래. “저 구름 흘러가는 곳으로 나도 가고 싶어라.” → 떠남, 자유, 슬픔이 동시에 느껴지는 명곡.
아이유 – 〈구름 (Clouds)〉앨범 ‘Chat-Shire’ 수록곡. 맑고 투명한 보컬로 ‘구름처럼 자유롭고 싶은 마음’을 표현.
정미조 – 〈개여울〉*“흘러가는 구름 따라가며”*라는 가사로 떠나간 사람을 향한 그리움을 구름에 빗댐.
박정현 – 〈Dream〉“하얀 구름 사이로 날아올라”
🌍 해외 가수 중 ‘Cloud’를 노래한 사람들
Joni Mitchell – 〈Both Sides Now〉
구름을 인생의 양면성으로 비유한 명곡. “I've looked at clouds from both sides now.”
→ 가장 유명한 ‘구름 노래’ 중 하나.
Simon & Garfunkel – 〈Cloudy〉인생의 덧없음과 변화를 구름에 빗대어 표현.
Kanye West – 〈Touch the Sky〉
“I’m reaching for the clouds” – 구름은 성공과 상승의 상징.
Imagine Dragons – 〈Clouds〉내면의 혼돈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나아가는 내용.
BTS (방탄소년단) – 〈Clouds (미발매 트랙)〉 / 〈Blue & Grey〉
구름은 불안과 슬픔, 또 회복의 상징으로 사용됨.
(ChatGPT의 대답은 한도 끝도 없었다. 여기서 허리를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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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니, 나의 구름에 대한 과잉 애착 내지는 편집증이 비단 내 개인의 질병 차원이 아님을 알겠다. 큰 위안이다. 나는 이렇게 즉물적이고 단세포적이고 단순무식하다. 그래서 쥐꼬리 연금에 단 칸 누옥에 살아도 신간이 편안하고, 가녀린 풀꽃마다 고와 보이고, 어젯밤처럼 밤하늘 그믐달을 바라보면 미당 서정주 님의 시 <동천>이 떠오르며, 젊은 날 인연, 눈썹이 그믐달처럼 고왔던 그녀, 양쪽 입꼬리가 올라가며 보일 듯 말 듯 미소짓던 그녀 모습이 지금도 눈에 아련하다.
| <동천(冬天)>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이 글을 쓰는 한밤중,
외롭지는 않고, 다만 견딜 수 있을 만큼 살짝 고독할 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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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언]
헤르만 헤세의 구름 관련 언사 몇 가지:
“구름은 항상 지나간다. 그러나 그 지나감 속에서 우리는 하늘의 푸르름을 다시 본다.”
“인생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같다. 한순간도 같은 모양이 없다.”
“나의 영혼은 바람 속의 구름처럼 떠돌며, 자유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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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1957년에 제안한 개념으로,
사람이 자신의 생각·믿음·태도·행동 사이에 서로 모순이나 불일치가 있을 때 느끼는 불편함이나 긴장 상태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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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다가올 겨울. 계절은 계절에 연하여 끝이 없으니, 마음 준비 하는 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