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우리들의 이야기

♣거창 통신 16호♣ ‘은토마’ 구입 후 우리 집을 중심으로 보름동안 개발한, 나의 전용 자전거 코스 여섯 길 명명:

작성자배미|작성시간16.06.02|조회수107 목록 댓글 1

 ♣거창 통신 16호♣


제목: ‘은토마’ 구입 후 우리 집을 중심으로 보름동안 개발한,
        나의 전용 자전거 코스 여섯 길 명명:



[‘달마중길’ 코스. 짐제네가 출퇴근하는 길. 위 지도의 하변 강변 마을이 우리 동네, 노란색으로 보이는 길, 강을 따라 오른 쪽으로 가다 급좌회전 흐릿한 소로로 들어서서(대야리 어름) ‘청옥동’(가천천)따라 꼬불꼬불 북향, 윗 지도의 하단 중간쯤 길로 연결, 아랫 사진 상단 오른쪽에 보이는 석강농공단지까지]


▣ Course 'A' ▣
- 이름: “FLAME GRASS"(억새풀길)
- 구간/길이: 우리 집 바로 아래 국도에서 바로 앞 들판으로 연결되는, 합천으로 가던 옛날 길/왕복 3km
- 경관/분위기: 일부는 낡은 아스팔트길, 일부는 흙길. 길 따라 양쪽으로 사람 키를 넘기는 억새가 무성하게 자란다. 옆으로 황강이 따라가고 반짝이는 물비늘을 억새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볼 수 있다. 물소리도 들린다. 억새꽃이 환히 피어나 역광에 비쳐, 빛나는 부드러운 은빛으로 타오르는 시절, 이번 가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3, 4년 만마다 합천호가 만수가 되어 우리 집 앞 한들판까지 기어올라 한바다가 되는 때는, 이 길은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 Course 'B' ▣
- 이름: “SUNRISE"(해맞이길)
- 구간/길이: 집 앞의 국도가 동쪽 방향으로는 합천, 서쪽 방향으로는 거창읍을 지나 함양 쪽으로 이어진다. 이 길 동쪽으로 합천호를 거쳐 합천읍, 합천 영상영화 테마파크,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황매산까지 이를 수 있다. 약 45km.
- 경관/분위기: 길옆으로 계속 합천호로 흘러드는 황강을 끼고 간다. 호수로 황강의 강물이 유입되는 지점으로 접근할수록 강폭은 넓어지고 수량은 점점 불어난다. 낚시꾼들이 여기저기 길 옆에 차를 대어놓고 제갈량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은 모습이 간간히 눈에 뜨인다. 참 고마운 것이, 여기서부터 15분 거리에 있는 합천호, 황강, 내가 사는 대야 마을 거쳐 거창읍까지, 고도 차이가 거의 없어(그러니까 호수에 물만 찼다하면 거창 읍내 앞까지 황강을 30여 km 거슬러 올라 만수가 되지), 의당 그 황강 따라 가는 국도도 내리막/까풀막이 적어 자전거 타기에 딱이라. 길옆 군데군데, 자전거를 멈추고 황강을 굽어볼 수 있는 정자들... 

 

▣ Course 'C' ▣
- 이름: “SUNSET"(해넘이길)
- 구간: 우리 마을에서 국도 따라 서쪽으로 읍내(학교)로 가는 길 10km(차로 8분, 자전거로 30분.) 길 중간에 ‘무릉(武陵)’이란 마을이 있다. (가구 수 고작 2,30여 호, 마을 앞 길가 식당이름은 ‘무릉식당, 그 옆에 문을 닫고 간판만 남은 타방의 이름은 ’도원(桃源)타방‘이라, 적어도 마을 이름을 ’무릉‘으로 명명했으면 어떤 연유가 있었을까? 예부터 그 마을을 둘러싼 뒷산과 앞산과 강과 들판의 풍경이, 이 세상 것이 아닌, 복사꽃잎 자욱이 피어 날리는 도화원경, 별유천지와 어금버금하지 않았을까? 종착점은 우리 학교 앞, 메타세콰이어가 양 옆으로 늘어서서 나의 출근을 반기는 ’거창대학로‘ 400m 끝 우리대학 주차장.
- 경관/분위기: ‘해맞이길’ 경관과 이하동문.


▣ Course 'D' ▣
- 이름: "MOON-MEETING"(달마중길)
- 구간: 내 사는 마을에서 짐제네가 밥벌이터(거창 가조면 석강농공단지: ‘달마중길’ 종료점)로 출퇴근하는 길(20여분 소요)을 따라 합천 쪽으로 황강 따라 국도를 타고 5분 여 가다가 ‘가천교’라는 다리 앞에서 급 좌회전(‘달마중길’ 시작점), 다시 황강의 지류인 ‘가천천’을 따라 굽이굽이 15여 분 지방도.



[달마중길, 좌우 풍경]


이 길 명명이 ‘달마중길’인 사연은, (말하기 전부터 여기저기 닭살이 돋는다)
짐제네가 퇴근할 저녁 무렵, 집에서 차에 자전거를 싣고 출발하여 그 지방도로 접어들어 적당한 지점에 차를 갓길에 세우고 자전거를 차에서 내려 타고 가천천을 따라, 그 계곡길을 따라 페달을 내디디며 퇴근하는 짐제네의 연노랑 쏘울차가 맞은편에서 나타나 조우하기를 기다리는 길이고, 제네는 여성(Moon)이자나(닭살에 소름까지!).
- 경관/분위기: 가천천은, 북덕유산에서 시작하여 150여 km를 흘러내려 황강과 합수하는 지점까지를 이르는 이름으로 경관이 압권이다. 야트막한 계곡 양쪽을 따라가는 주위 산과, 강바닥 여기저기 의젓하고 호젓하게 자리한 바위를 타넘고 돌아 흐르는 계곡 은빛 물결, 돌돌돌 물소리....어제 저녁 달맞이주행에 이어 오늘 새벽에도 또 그 코스를 갔다. 새벽 시간이라 오가는 행인, 차량, 하나도 없이 오로지 내 독차지인 그 계곡, 강물을 따라가며, 자전거 안장에 앉아 차르르, 차르르, 은토마 바퀴소리, 촬촬촬, 골골골, 시냇물 소리, 이 산, 저 골짜기의 명랑 산새 소리뿐인 적막강산을 내달리며, 더할 가(加), 내 천(川), ‘가천천‘이란 이름은 너무 무심하고 가당찮은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아, ’개울‘ 이름 ’가천천‘은 그대로 두고, 내가 이렇게 사무치도록 아름다운 ’계곡‘의 이름을 새로 명명하자, 으뜨케? 오호라, 계곡 따라 부는 바람 시원하고(자전거를 내달리니), 맑은 계곡물 몸을 낮춰 어여삐 흐르니, 그래, 청풍 소슬, 옥수 철철하니, 이름을 ’청풍소슬옥수철철동(洞)‘으로 하자, 이름이 너무 기나? 그럼 약자로 ’청슬옥철동‘? 그도 번다하면 ’청옥동(靑玉洞)‘?, 되었다, 오늘 시간 내어 거창군청에 들러 담당자를 만나, ‘그 고운 계곡을 따로 별칭하는 이름이 없는데 제가 직접 작명을 했소.’ 하고 청와대, 국토교통부, 지적공사, 도로공사, 무시기무시기 기관의 절차를 거쳐 네이버 지도상에 그 이름이 터윽하니 기명이 되도록 조치를 해야것다,


’청옥동(靑玉洞)‘


▣ Course 'E' ▣
- 이름: “CHERRY BLOSSOM SHADE"(벛꽃그늘길)
- 구간/길이: 합천호 일주 구간/40km. 집에서 15여 분 소요.
- 경관/분위기: 합천군청 강강까(관광과)에서 십 수 년 전부터 호수 주위에 벚꽃나무 수 천 그루를 심어 <벚꽃 백리길>을 조성하였다. 봄, 행락철이면 인간들이 떼거리로 몰려온다. 그 수 억만 송이의 꽃그늘 아래로 페달을 밟자.


▣ Course 'F' ▣
- 이름: “IRIS SCENT"(창포꽃향기길)
- 구간/거리: 우리 집에서 ‘해넘이길’ 따라 5분 쯤 간 곳에 지금 거창군이, 강강(관광)객 끌어들여 15%도 채 안 되는 재정자립도를 개선해 볼끼라꼬, 땡빚을 내어 11만 여 평 ‘창포꽃(꽃말: ’기쁜 소식‘)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다. 포크레인, 트랙트가 요란히 왔다갔다하고 건물을 세우고 다리 놓고 분주하다, 연못에, 화원에, 온실에, 학습장에, 방문자센터에,.....내년 여름 개장, 이 또한 나의 집 앞뜰 정원이 아니겠는가? 
- 경관/분위기: 상상에 맡김. 꽃향기도.



-----------------------------------------------------------------------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강물이 생사가 명멸하는 시간 속을 흐르면서 낡은 시간의 흔적을 물위에 남기지 않듯이, 자전거를 저어갈 때 25,000분의 1 지도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 우마차로, 소로, 임도, 등산로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나간다. 흘러오고 흘러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구르는 바퀴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생사가 명멸하는 현재의 몸이다. 이끄는 몸과 이끌리는 몸이 현재의 몸속에 합쳐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고, 가려는 몸과 가지 못하는 몸이 화해하는 저녁 무렵의 산속 오르막길 위에서 자전거는 멈춘다. 그 나아감과 멈춤이 한 몸의 일이어서, 자전거는 땅위의 일엽편주처럼 외롭고 새롭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 나간다. 구르는 바퀴위에서 몸과 길은 순결한 아나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바퀴를 굴리는 몸은 체인이 매개하는 구동축을 따라서 길 위로 퍼져 나간다. 몸 앞의 길이 몸 안의 길로 흘러들어 왔다가 몸 뒤의 길로 빠져 나갈 때,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은 몸이 곧 길임을 안다. 길은 저무는 산맥의 어둠속으로 풀려서 사라지고, 기진한 몸을 길 위에 누일 때, 몸은 억압 없고 적의 없는 순결한 몸이다. 그 몸이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처럼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길 앞에서 곤히 잠든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오르막을 오를 때 기아를 낮추면 다리에 걸리는 힘은 잘게 쪼개져서 분산된다. 자전거는 힘을 집중시켜서 힘든 고개를 넘어가지 않고, 힘을 쪼개가면서 힘든 고개를 넘어 간다. 집중된 힘을 폭발시켜 가면서 고개를 넘지 못하고 분산된 힘을 겨우겨우 잇대어가면서 고개를 넘는다.


1단 기어는 고개의 가파름을 잘게 부수어 사람의 몸속으로 밀어 넣고,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의 몸이 그 쪼개진 힘들을 일련의 흐름으로 연결해서 길 위로 흘려보낸다. 1단 기어의 힘은 어린애 팔목처럼 부드럽고 연약해서 바퀴를 굴리는 다리는 헛발질하는 것처럼 안쓰럽고, 동력은 풍문처럼 아득히 멀어져서 목마른 바퀴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데, 가장 완강한 가파름을 가장 연약한 힘으로 쓰다듬어가며 자전거는 굽이굽이 산맥 속을 돌아서 마루턱에 닿는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를 때, 길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올 뿐 아니라 기어의 톱니까지도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내 몸이 나의 기어인 것이다. 오르막에서, 땀에 젖은 등판과 터질 듯한 심장과 허파는 바퀴와 길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땅에 들러붙어서, 그것들은 함께 가거나, 함께 쓰러진다.


‘신비’란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속에도 신비는 있다. 오르막길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뒷바퀴 구동축 베어링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서 흐르고 구른다. 땅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김 훈 에세이’ <자전거 여행> 프롤로그 전문 인용‘
-----------------------------------------------------------------------


https://www.youtube.com/watch?v=5ZIQ2pHaJ1I
Vocalise ( Rachmaninov) : Natalie Dessay.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배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6.02 지금 밤 11:30분,
    최초의 야간 주행을 위해 '달마중길'초립에 와있다,

    천지신명이시여,
    저를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