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자아에 대한 연구
1. 자아의 의미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하기에 앞서 그러한 행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과 자신의 처지를 고려하게 된다. 다분히 자신의 성격이 그런 결정에 상당부분 개입한다. 자신의 행동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며, 우리는 흔히 이를 자아(self)라고 부른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어떤 모습에 관한 많은 연구들은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1) 일반적인 자아 개념
심리학에서 처음으로 자아(self)라는 개념을 사용한 사람은 William James(1890)이다. 그에 따르면, 자아란 “자신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의 총합”을 의미한다. 그는 자아에 대한 두 가지 접근을 시도하였는데, 하나는 자아를 실행적 기능을 가진 인식자(a knower)로 간주하는 입장이며, 또 다른 하나는 자아를 알게 되는 대상(what is known)인 객체로 간주하는 입장이다. 그는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식자로서의 자아는 철학적 영역으로 추방되어야 하고, 대상(객체)으로서의 자아는 개인이 자신에게 속한 것으로서 지각하는 것을 구성요소로 한다고 본다. 그는 자아에 대한 개념을 경험적 차원으로 끌어내렸으며, 자아는 개인과 사회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송인섭, 1990). 따라서 James의 자아이론은 현대 심리학에서 연구하는 자아에 대한 개념의 모든 구성요소를 포함하고 있어서 현대 자아이론의 출발점을 이루고 있다(권석만, 1996, 재인용).
한편, Erikson(1968)은 전 생애에 걸친 심리․사회적인 발달이론을 주장하면서, 청소년 시기의 자아정체감의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정체감의 형성에 실패하고 정체감 혼미상태를 극복할 수 없게 되면 사람들은 부정적인 정체감을 선택함으로써 내적 갈등을 해결하려고 한다. 또한 그의 이론에 따르면, 자아정체감의 형성은 대체로 당사자인 개인이나 그가 속하고 있는 사회에 분명히 의식되지 않은 채 진행되며, 점성적 원리(epigenetic principle)에 따라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진다. 그러나 자아정체감의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는 것은 청소년기인데, 이 시기에는 이전의 어느 단계와는 달리 외현적인 정체감 위기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아정체감이란 성장과정에서 얻어지는 여러 가지 경험과 동일시로서 구성되지만, 청년기에 이르면 이전의 기술이나 동일시들은 그 유용성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 시기에 새로운 양상으로 대두되는 심리적 충동들이 내적 변혁과 자기와 외계를 예리하게 통찰할 수 있는 고도의 인지 능력, 그리고 외부적으로 부과되는 새로운 사회적 역할로 인해서 이전에 가졌던 자아상(self-image), 역할, 대응방식, 능력, 가치 및 이념 등에 대해 심각한 회의와 고민이 일게 된다.
이 때문에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새로운 자기규정 내지는 자기준거화를 위해 다각적으로 자기 탐색을 시도한다. 말하자면, 이 시기는 자기 실험의 시기로서, Erikson은 이를 정체감 확립의 유예기(moratorium)라 불렀는데, 이 유예기를 거쳐야만 비로소 확고한 자아정체감이 형성된다. 그러나 이 시기를 겪지 않음으로 해서 자아정체감의 형성이 어려워지는 경우에는 정체감 확산(identitiy diffusion)을 보이게 된다. 이와 같은 Erikson의 설명에 따르면, 정체감 위기라는 것은 정체감 확산 수준에서부터 정체감 성취 수준에 이르는 연속선상의 특정한 지점, 즉 유예기라는 시점에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자아정체감의 성취와 위기는 단일 차원의 구성체로 개념화할 수 있다(서봉연, 1988).
다른 한편으로는, Marcia는 자아정체감을 구체적인 생활에서 얻는 체험을 통해서 획득되는 것으로 보고, 자아정체감을 “여러 가지 충동, 능력, 신념 및 개인의 생활사 등의 자체 발생적인 내적, 역동적인 체제로 이는 곧 자아구조”라고 정의하였다. Marcia(1980)는 Erikson의 이론에 근거하여, 직업, 이념, 성, 종교, 도덕과 같은 주요한 영역에 있어서 여러 가지 대안들에 대한 탐색과 그것에의 자기 관여를 준거로 하여 4가지 자아정체감 수준, 즉 정체감 확산, 유실상태(foreclosure), 유예기, 정체감 성취의 수준으로 구분하였다. 이 연구에서 보면, 역시 유예기에 정체감 위기를 경험하는 것이 밝혀졌다. 이 Marcia의 연구를 통해 정체감 성취와 위기는 Erikson이 이론화한 것과 같이 단일차원에 있음이 입증된 셈이다.
자아를 발달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Loevinger(1966, 1976)는 자아를 자신에게 의미를 던져주는 자극들을 조직하고 정신기능을 통합하는 심리적 참조체계(frame of reference), 성격 속에 내재하는 조직화 과정, 경험을 지각․동화시키는 지휘체계 등으로 정의하였다. 그녀에 의하면 자아발달은 연속적, 불변적, 위계적 순서를 따르며 각 단계들은 전단계보다 발달된 능력뿐만 아니라 자아구조의 질적 재구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정된다.(이동주, 1993)
(2) 도덕적 자아 개념
자아는 커다란 하나의 체계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서 그러한 자아 조직을 분화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부의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상이한 경험적인 자아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험적인 자아들은 일반적인 자아조직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영향을 받음으로써 독립성을 유지한다. 그래서 일반적 자아의 보다 상위의 수준은 신체적 자아를 높이 인정하고, 추론된 내적 자아를 인정함으로써 성취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개인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 즉 가치로운 인간존재의 문제뿐만 아니라, 자신에 관한 개인의 여러 측면에 대한 평가적 반응을 포함하는 것으로써 그 중요한 영역으로 개인에 대한 자아 평가적 반응인 도덕적 자아를 들 수 있다. 자아평가적인 특성이 많은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전제가 대두되면서, 자아와 도덕을 강력하게 연결시킨 사람은 Blasi이다. 그는 도덕적 자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도덕적 자아는 단지 한 개인의 특성이나 태도, 또는 인식의 집합체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특성들을 조직하는 방식이며, 보다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것으로 이해되는 기능이다(1983). 도덕적이 된다는 것, 도덕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 그리고 공정하고 공평해진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필요 없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핵심적인 자아의 한 부분이다(1984).
Blasi(1980)는 인지발달적 측면에서 도덕적 통합의 일환으로 자아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도덕적 판단과 행동 간의 연구들을 종합해 본 결과 통계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가설에 지지를 보냈지만, 그러한 확신만 있을 뿐 도덕적 사고와 행동 간의 관련성의 정도는 고작해야 공변량으로 보아서 50%를 초과하지 못했다(문용린, 1986). 따라서 최근에 Blasi(1993)는 자신의 자아 모형을 통해 기본적인 도덕 행동 가능성과 도덕성의 일관성과 통일성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궁극적으로 그는 도덕적 판단과 행동의 관련성을 더 잘 설명하기 위해서 자아의 역할 규정이 선행되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2. Blasi의 도덕적 자아모형
Blasi(1991; 1993)의 기본 가정은 Loevinger(1976)의 자아발달 단계와 마찬가지로, 도덕적 자아도 발달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도적적 자아를 5개의 하위영역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으며, 그 각각의 영역은 다시 네 수준으로 나뉜다. 네 수준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도덕적 자아의 4수준
① 1수준: 정체성의 외부성(Social Role Identity) : 외적 환경, 사회․가족관계, 역할에 따른 행동, 사회적인 감정과 특질에 동조하는 것. 내면생활이 자아감과 밀접해지지만 아직 그것이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② 2수준: 정체성의 유지(Identity Observed) : 내적 본질에 준하는 어떤 것을 발견하는 단계. 자신감, 혼란, 자부심, 자아존중감, 자신에 대한 실망 등을 표현. 하지만 결정되고 구성된 무엇이라기보다는 발견되고 관찰된 것으로서 경험된다. 즉, 즉각적이고 일시적이며, 유동적이고 변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③ 3수준: 정체성의 관리(Management of Identity) : 삶의 철학, 자신에 대한 이상, 표준을 가진 내적 감정의 대체. 자신만의 내적 기준이 확실하게 존재한다고 믿음으로써 나름대로의 정체성이 확고하다. 자아성찰을 통해 구성된 정체성으로 인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나 이상이 현실화된다. 단순히 관찰․발견으로 인해 주어진 본체가 아니라 매일 매일의 행동에서 작용하게 되는 그 무엇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의 성취와 자신의 문제해결, 그리고 자기 자신을 개선하는데 강조점을 두게 된다.
④ 4수준: 정체성의 개방성(Identity as Authenticity) : 문화적․사회적 고정관념의 관점에서, 자신의 자율성을 확신. 내적인 갈등과 이항대립의 발견에 의해 특징 지워진다. 자신의 정체성 속에 객관적인 관심사와 일반적인 인간성을 포함하며, 진실과 일상생활 속에서 진실을 왜곡하는 것에 대한 편견에 대해 개방적이다.
(2) 도덕적 자아의 5개 하위영역
① 자아 실재성(The Real me) : 정체성의 의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아 실재성은 사람이 스스로 자기 자신에 관한 어떤 견해를 변별할 수 있는 지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중요하며, 자신이 기본이 되고 실재적인 존재라고 자신을 인식하는 정도를 알아보는 것이다. 또한 어떤 의미에서 자신이 특별히 실재적이고 진실한 존재로 고려되는 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1수준: 진정한 자아는 외재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요하며, 빈번하게 일어나는 활동들이나 또는 다른 사람을 모방하지 않은 유형화된 행동을 구성하는 것으로 주로 간주된다. 그리고 진정한 자아는 신체적인 특징이나 환경에 의해 설명된다.
2수준: 내적인 감정과 즉각적이고 주관적인 반응들에 그 강조점을 둔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마음속으로부터 자신의 것으로서 경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자아는 식별할 수 있는 심리적인 특질이나 개인적인 감정이나 생각 또는 사회적 역할이나 명성과 관련하여 그 질의 정도에 따라 이해된다.
3수준: 단지 “보다 깊은” 감정들이 진정한 자아를 구성한다. 그 감정들은 특별히 사람들이 동일시하게 되는 자아감에 중요하며, 다른 감정과 반응들의 기원이 된다.
4수준: 개성과 개인생활이 여전히 강조되면서, 한 사람의 삶의 방향과 연속성을 제공해 주는데 그 초점을 맞춘다. 그 초점은 변함없는 수행과 책임을 통해 분명해진다. 주관적인 자아정의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없는 자율성이 강조된다.
② 자아 진실성(Sincerity) :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내적 자아의 의미에 접근하는 것으로, 진실(Sincerity)과 거짓(Phoniness)을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진실성의 정도가 결정된다. 진실과 거짓에 대한 갈등의 정도와 강도에 따라 그 수준을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진실성이란 거짓되거나 꾸밈이 없이 솔직한 것을 의미하며, 다시 말해 속과 겉이 일관됨을 뜻한다.
1수준: 속인다는 의미는 인간에게 전형적이고 자연스러운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즉, 거짓말이나 낮은 점수와 같은 부정적인 행동들과 혼재되어 사용된다. 여기서는 “나쁜”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불쾌한 결과라고 간주된다. 그리고 주로 사회적인 압력에 순응하는 것이다.
2수준: 내적인 감정과 외적인 행동 사이의 조화의 부족을 강조한다. 여기에서 사적으로 가장한다는 생각은 기대치 않은 사회적 결과의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강력한 자기 비난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거짓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거나 일반적이거나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하게 되는 행동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은 사회적 관계의 손실로 인한 결과에 기인한다.
3수준: 거짓은 한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가치 또는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 일치하지 않는 자신의 이미지를 계획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짓은 한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감정을 그런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고, ‘두 얼굴을 가진’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런 거짓에 대한 비난은 사회적인 거부와 관련이 있고, 때때로 이러한 특성을 그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정당화된다. 그것이 보다 불변하는 상태로 간주되면, 거짓은 강한 자기 비난을 불러일으킨다.
4수준: 거짓된 생각에 덧붙여, 그 관심은 실제로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으로 옮아간다. 따라서 거짓에 대한 강한 정서적 비난이 있고, 그런 비난은 자아 불일치에 대한 도덕적 의미를 함축한다. 진실과 일상생활 속에서 진실을 왜곡하는 것에 대한 편견에 대해서 개방적이다.
③ 자아 불일치성(Self-Betrayal) : 무의식중에 자신의 본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자아 진실성과 차이가 있지만, 자신의 어떤 외부적인 목적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자아 진실성이 진실과 거짓에 대한 인식이라면 자아 불일치성은 행동 가능성을 의미한다. 자아 불일치성은 마치 게임을 하고 있을 때 사람의 성격이 확실히 드러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즉, 인식과 행동이 다르게 느껴질 때를 말한다.
1수준: 자아 불일치는 주로 순응으로부터 나온 특징이 없는 행동과 관련이 있다. 즉, 어떤 행동이 습관이 되어 자신이 의식하지 않는데도 나타나는 경우이다. 한 사람의 외재적인 목표나 그 사람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2수준: 자아 불일치는 자아감에 중요한 그러한 영속적인 신념과 일치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을 포함한다. 하지만 그 사람의 개인적인 성장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3수준: 자아 불일치는 한 사람의 대체로 핵심적인 자아에 반하는 것 또는 한 사람이 수행해야 하는 삶의 방향에 대한 장기적인 모순으로 간주된다.
4수준: 본성은 본성으로 인정하되, 자신으로부터 보다 자유롭고 개방적이 되려고 한다.
④ 자아 책임성(Responsibility for the Real Me) : 자아 책임성은 자아에 대한 수동적이고 객관적인 접근에서 주체적으로 정체성을 구성하는 접근을 구분해주는 특징이 있다.
1수준: 진정한 자아는 단지 주어진 경향성의 의미로 이해된다. 선택이나 책임은 특별한 행동이나 외재적인 목표에 의해 한정된다.
2수준: 심지어 어떤 한 사람이 진정한 자아가 되는 내적인 감정에 대해 어떠한 통제를 받지 않을지라도, 그것에 대해 강한 소유욕을 보이고, 외적으로 그것들을 표현한다는 의미에서, 그 사람은 자아에 책임이 있다.
3수준: 한 사람의 진정한 자아의 핵심은 변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서, 신념, 가치의 다양성에 대한 몇 가지 제한점과 책임을 경험한다.
4수준: 비록 변할 수 없는 유사-형이상학적인 진정한 자아가 여전히 주장되어질지라도, 한 사람의 내면 생활에 대한 거의 끝없는 책임과 그 사람의 가치와 수행에 대한 방향은 인식된다.
⑤ 자아 수행성(Commitment to Ideals for Self) : 사람이 자신이 선택한 이상에 대해서 강한 수행을 주장할 때를 말한다. 여기서의 수행성(commitment)이란 선택한 대안을 수행하기 위해 개인이 심리적․행동적으로 투자하는 정도를 뜻한다.
1수준: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이상에 대해서 어떤 정서적인 특성을 행동으로 나타내지 않으며, 단지 외재적인 일과 관련하여 도구적인 가치로 간주한다.
2수준: 선택된 이상은 그것이 나타내 보이는 정서와 이러한 정서들이 자아감에서 가지게 되는 역할을 위해서 중요하다. 하지만 이상의 잠재적인 손실은 어떤 사람의 전체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오히려 특별하고 제한된 성격의 변화로 간주된다.
3수준: 선택된 이상에 대한 강한 정서적 애착을 보인다. 이러한 애착은 그 사람의 지속적인 수행과 그 사람의 존재를 위한 토대로 간주된다. 이상의 손실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며, 손실하게 된다면 그 사람의 정체성의 손실로 여겨진다.
4수준: 자신이 선택한 이상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이는 반면 더 나은 이상에 대해서는 개방적인 입장이다.
이상에서 논의한 도덕적 자아의 4수준과 5개 하위영역을 교차시키면, 도덕적 자아의 총체적 모습이 다음의 <표 Ⅱ-1>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표 Ⅱ-1> 도덕적 자아의 하위영역의 수준별 특성(Blasi, 1988; 1993,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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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수준
자아영역 |
1수준: 정체성의 외부성 |
2수준: 정체성의 유지 |
3수준: 정체성의 관리 |
4수준: 정체성의 개방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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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실재성 |
신체적인 특징이나 환경, 빈번하게 일어나는 활동 |
식별이 가능한 심리적인 특질, 즉각적으로 반응되는 감정들 |
즉각적인 감정이나 반응의 기원 |
주관적인 자아정의와 자율성이 강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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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진실성 |
사회적인 압력에 순응 |
내적인 감정과 외적인 행동 사이의 부조화 |
거짓에 대한 강한 자기 비난 |
진실의 왜곡에 대한 편견에 개방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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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불일치성 |
순응으로부터 나온 특징이 없는 행동 |
영속적인 신념과 불일치한 행동 |
수행해야 하는 삶의 방향에 대한 장기적인 모순 |
본성은 본성으로 인정하되 자신으로부터 자유롭고 개방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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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책임성 |
책임은 특별한 행동이나 외재적인 목표에 의해 한정 |
내적인 감정에 대한 강한 소유욕과 외적인 표현 |
자신의 정서, 신념, 가치에 대한 몇 가지 제한점을 인식하고 책임진다 |
내면생활에 대한 끝없는 책임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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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수행성 |
자신의 이상은 외재적인 일과 관련하여 도구적 가치로 간주한다 |
자신이 수행할 이상의 손실은 심각하지 않다 |
수행할 이상의 손실은 전체 정체성의 손실로 간주 |
더 나은 이상의 수행에 대해서 개방적 |
(3)자아와 도덕 판단의 관계
자아와 도덕 판단간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주로 자아를 정체성의 측면으로 보았으며, 그러한 정체성의 상태와 도덕적 사고력 수준과의 긍정적인 관계는 Kohlberg의 면접법을 사용한 연구들에서 확인되었다(Podd, 1972; Poppen, 1974; Rowe & Marcia, 1980). 이러한 연구들에 따르면, 정체성의 성취는 인습이후의 도덕 판단 단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이에 비해 정체성 확산은 인습이전 수준과 인습수준 단계와 유의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정체성과 인지적 사고를 비교한 연구들(Kohlberg & Gilligan, 1971; Berzonsky, 1975)이 있으나 일관된 것이 없고, 거의 대개가 부정적인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연구 맥락에서 Hart(1995)는 자아와 도덕 판단, 그리고 친사회적 행동간의 관련성을 연구하였다. 배려 지향적인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나눠서 연구한 결과, 배려 지향적인 집단이 그들의 도덕적 성격 특성을 강하게 나타낸 반면, 두 집단 간에 도덕 판단 발달 단계에는 차이가 없었다.
한편, 도덕적 자아와 도덕 판단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주로 도덕성의 인지적인 측면과 정의적인 측면을 통합하려는 시도로서 행해지고 있다. Feather(1988)가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Rest(1979)의 DIT(Defining Issues Test)로 잰 도덕 판단력과 자아의 완전함으로 대표되는 가치인 ‘내적 조화’의 중요성간에 강한 관련이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또한 Arnold(1993)의 연구에 따르면, 도덕적 자아와 도덕 판단 간에 매우 밀접한 관련을 보고하고 있다(r=.69, p=.0001).
Blasi 역시 도덕추론의 안내에 따라 구성된 자아는 그 자체로 구체적인 도덕 판단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가정하면서 연속적인 두 개의 연구에 참여하였다(1991, 1993). 연구 결과, 그는 도덕적 관심에 기초하여 자신의 자아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도덕적 통합을 그들이 경험하는 도덕적 자아의 양상에 의존하기 때문에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들을 정리해 보면, 도덕적 자아와 도덕 판단간의 관계는 최근의 보다 정밀한 연구 설계에 의해서 그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4)자아와 도덕 행동의 관계
도덕성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도덕적 행동의 설명에로 귀착한다. Blasi(1980)의 말대로 한다면, 「도덕성 발달 연구의 성공과 실패는 결국 도덕 행동에 대한 설명력」 여하에 달려 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75개 연구 중에서 57개의 연구가 도덕적 사고(판단)와 행동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Blasi의 낙관은 둘 간의 관련성에 대한 확신은 주지만, 그 관련의 정도는 매우 미비한 것이다. 따라서 도덕적 사고와 행동은 보다 다른 시각에서 모형화될 필요가 있었다(문용린, 1986).
여러 가지 새로운 모형 중에 Blasi의 자아 모형이 그 하나인데, 이는 사고와 행동의 단순한 관련성을 반성하고, 그 양자 사이에 몇 가지 과정변인을 삽입하여 도덕적 사고의 행동에 대한 예언력을 증진시키려는 시도이다. 그는 책임 판단을 보다 자아 개념적 동기에 의존하는 것으로 본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일련의 도덕적 사고는 한 개인의 자아 체계 내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자아 체계는 추상적인 도덕적 이슈를 한 개인의 실제적인 행동으로 표출시키는 지렛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자아 체계를 한 사람의 도덕 행동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문용린, 1986).
최근에 Arnold(1993), Blasi(1993), 그리고 Higgins(1995) 등은 도덕 판단과 도덕행동 간의 다리 역할로서 도덕적 자아의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Power, 1997). Arnold(1993)의 연구에 따르면, 도덕적 자아와 도덕 행동 간에 유의미한 상관이 있으며(r=.23, p=.034), 자아의 한 측면으로서의 도덕적 동기와 도덕 행동 간에도 매우 유의미한 상관이 있었다(r=.60, p=.001).
한편, Blasi(1993)는 도덕 행동 가능성을 측정하기에 앞서 그 매개로서 청소년기의 도덕적 자아를 측정한 결과, 발달 경향을 보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Higgins(1995)는 도덕적 자아와 도덕 판단, 그리고 도덕 행동 간의 관계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그리고 Damon 등(1996)은 도덕 행동과 관련하여 한 개인의 다양한 사건과 경험이 개인의 도덕성을 통합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연구 결과를 보고하면서, 그러한 방법으로 보다 심층적인 면접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상에서의 연구들을 정리해 보면, 도덕적 자아는 도덕 행동을 설명하기 위한 필연적인 매개변인이며, 도덕성에 있어서 인지와 정서를 통합하여 고찰하려는 의도가 가속화되어 활기를 띠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Blasi의 모형에 따른 연구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3.데이먼의 도덕적 자아발달 이론
(1)도덕발달과 통합의 과정
데이먼(Damon, 1984)은 청소년기 중반이 될 때까지 도덕성은 자아(self)의 지배적인 특성이 아님을 강조하였다. 아동들은 서로 관련이 없는 두 개의 구분되는 개념 체계로서의 도덕성과 자아를 갖지만, 청소년기 동안 자아를 보다 도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도덕성과 자아의 체계는 점차 통합하게 된다.
<그림> 도덕 발달 및 통합에 관한 데이먼의 이론
데이먼은 위의 그림을 통해 통합의 절대적인 부족, 즉 도덕성과 자아가 평행선을 그릴 경우에는 도덕적-사회적 병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도덕성과 자아가 일관성 있게 수렴되지 않는 부분적인 통합은 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의 도덕적 신념에 따라서, 혹은 그들이 실제로 옳다고 판단한 것에 따라서 언제나 행동하는 것이 아닌지를 설명해 준다. 그러나 위의 그림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면, 위의 그림은 도덕적 자아의 통합을 위한 일반적인 발달적 경로를 제시한 것이며, 이러한 통합은 청소년기에 시작되어 성인기에 언제나 완성됨을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데이먼은 1992년에 콜비(Colby)와 더불어 23명의 도덕적 귀감들(moral exemplars)에게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청소년기가 자아와 도덕성의 통합을 위한 중요한 시기임을 재확인하였고, 완전한 통합은 사실상 성인기에도 달성되기가 쉽지 않으며 지속적인 도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보고했다(Colby & Damon, 1992).
요약하자면, 데이먼의 도덕 발달 및 통합에 관한 이론은 왜 사람들이 그들의 도덕적 신념에 따라서, 혹은 그들이 실제로 옳다고 판단한 것에 따라서 행동하는데 실패하는지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제시해주었다. 그 이유는 이러한 도덕적 신념은 자아와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는 곧 그러한 신념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다.
(2) 도덕교육적 시사점
도덕성을 자신의 정체성의 중심적 부분으로 상정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일상적인 삶을 보다 도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자신의 도덕적 이상 혹은 목표와 부합되는 삶을 추구하며, 도덕적인 판단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강한 책임감을 갖기 때문에 결국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이유에서 도덕적 자아 내지 도덕적 정체성은 1980년대부터 도덕 심리학 영역에서 그 중요성이 날로 증가되고 있다. 이와 같이 최근 도덕성 발달에 관한 연구 분야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도덕적 자아’ 영역은 도덕적 사고와 판단을 도덕적 행동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도덕적 자아 형성에 관한 연구의 결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도덕교육적 시사점은 우리의 초등 도덕과 교육은 무엇보다 아동들이 도덕적인 이해를 구성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하고, 긍정적인 자아감과 도덕적 정체성의 형성을 촉진할 수 있는 상황적 맥락(context)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도덕교육은 긍정적인 도덕적 풍토의 조성, 발달적 규율화의 사용, 자기 평가 및 반성의 기회 확대, 도덕적 혹은 친사회적 행동 등을 통해 도덕적 자아의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적 노력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개인적 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도덕적이고 사회규범적인 이해를 통합시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 시대가 도덕 교육에 요구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 선과 악을 구별하고 이해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도덕적인 인간, 즉 도덕적으로 사고하고 느끼며 행동하는 전인적 인간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여기서 오클라호마에 있는 연방 정부 빌딩에 폭탄 테러를 범한 맥베이(McVeigh)처럼 어긋한 자아의 힘이 아닌 도덕적이고 책임감 있는 자아의 힘은 도덕적인 인간을 완성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심리적 원천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자아는 모호하고 어려운 개념이지만, 그것이 갖고 있는 무한한 힘과 가능성은 앞으로 도덕적 자아에 대한 연구 또한 활발히 이루어 질 것임을 미리 짐작하게 해 준다.
<참고문헌>
1. 김태훈 저, 《도덕성 발달 이론과 교육》, 인간사랑, 2008.
2. 추병완 저, 《도덕교육의 이해》, 백의,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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