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딩스의 배려윤리
1. 들어가기
인지발달이론과 인격교육론 간의 지속적인 이론적 대립과 더불어 배려의 윤리학이 도덕교육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등장하고 있다. 배려윤리는 인간 사이의 상호 의존성과 연결, 관계성 등을 중시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따뜻하게 보살피며 책임 있게 반응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이러한 배려윤리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만연되어 서로의 이익과 권리만을 주장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진정한 도덕적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자 하는데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딩스(Nel Noddings)이다. 나딩스의 배려윤리는 전통적으로 남성에 편향된 정의의 윤리에 대항하여 길리건에 의하여 제기된 따뜻한 배려의 윤리를 더욱 명료화하여 배려의 윤리를 발달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도덕교육의 방법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길리건은 배려윤리를 현대적으로 촉발하고 배려의 도덕 및 그 도덕성 발달에 관한 심리학적 해명에는 크게 공헌하였으나 도덕철학적 정당화와 도덕교육 실행에 관해서는 기여한 바가 그리 많지 않다. 나딩스 이론의 중요한 의의는 바로 이러한 길리건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는 점인데 말하자면 그녀는 배려에 대해 윤리학적 토대를 놓으면서 이를 도덕교육적으로 실행하는데 필요한 이론과 실제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2. 배려윤리의 이론적 특징
(1) 여성주의적 관점
나딩스는 기존의 도덕철학이 무의식적으로 남성적 관점에 기초하여 기술되어져 왔음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자신의 배려윤리가 페미니즘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윤리학에 대한 페미니즘의 접근법은 전통적인 윤리학과는 달리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에서는 전통적으로 여성과 연관되어 왔던 양육, 동정심, 배려와 같은 여성적 특성과 여성적 경험을 강조한다. 즉 가부장적 세계에서 무시되어 왔던 연민, 공감, 동정, 양육과 같은 여성적인 가치들의 회복을 강조한다. 따라서 배려윤리는 여성주의적 관점으로부터 비롯되는 어머니의 윤리라고 할 수 있으며 수용성(receptivity), 관계성(relatedness), 반응성(responsiveness)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나딩스는 배려가 여성에 의해서만 견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성과 여성 모두 여성적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려를 하는 것은 지배적으로 여성이며, 그 이유는 여성이 남성에 비하여 배려 방식에서 더욱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나딩스는 생물학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의 결합에 의하여 여성은 그들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기 위한 적절한 수단으로서 배려를 선택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생물학 요인이란 출산과 수유를 하게 되어 있는 여성은 자연적으로 유아를 기르는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심리적 요인이란 소녀들에게 있어서 어머니가 되기를 바라는 경향성은 어머니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 설정되어 있는 심층적인 심리적 과정의 결과라는 말이다.
(2) 추상적 원리와 정당화의 거부
배려윤리는 근본적으로 관계에 뿌리를 둔 것이기 때문에, 나딩스는 관련된 개인과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적용되는 추상적인 진리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나딩스는 원리가 모호하고 불안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하나의 원리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예외가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배려는 관계의 맥락에 의존해 있기 때문에 배려자는 추상적 원리에 의해 구속되지 않으며, 그러한 관계 밖의 어떤 사람에 대한 자신의 행위를 억지로 정당화할 필요도 없게 된다.
나딩스는 원리, 이성보다는 감정을 선호하고 있다. 그녀는 감정의 지배를 받는 것이 결코 무원칙적인 것이 아님을 말한다. 오히려 나딩스는 배려에 근거한 도덕적 삶이 조리가 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전통적인 가치와 원리들이 배려자의 윤리적 고려에서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딜레마의 고려에 있어서 일차적인 지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배려자는 남을 죽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배려자의 고통이 객관적으로 절망적인 것이라면, 배려자는 살인을 금하는 것보다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이 더욱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배려자는 결코 사람보다도 원리를 우위에 두지 않는다.
(3) 연결과 관계 중심적 윤리
나딩스는 배려의 윤리가 덕 윤리적인 전통과 중요한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결코 덕 윤리학의 한 형태는 아니라고 단언하고 있다. 배려윤리는 행위자 중심이라기보다는 관계 중심적이며, 덕으로서의 배려보다는 배려하는 관계 자체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다. 왜냐하면, 주어진 상황 속에서 배려를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덕을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그들이 배려를 통해 그 나름의 인격과 덕에만 집중한다면 배려의 수혜자들(피배려자들)은 소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2. 배려윤리의 기본적 구도
(1) 배려의 의미
배려(care)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나 사람 등의 대상에 대해 걱정하고 염려하며 주의를 기울이는 정신의 상태, 그러한 대상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보살피고자 하는 성향, 그러한 대상들을 보호하고 그 복지를 증진 내지 유지하기 위해 책임을 느끼고 실행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나딩스는 여기에 메이어옵(M. Mayeroff)이 말하는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것은 그가 성장하고 자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는 견해를 받아들여 배려에 대한 자신의 독특한 관점을 제시하였다.
배려는 자기 자신의 준거 체제로부터 나와 다른 사람의 그것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배려를 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관점과 그의 객관적 필요와 그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다. 배려하는 사람으로서의 우리의 주의력과 정신적 전념은 우리 자신에게가 아니라 배려받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배려의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배려받는 자를 보호하거나 그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배려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배려자는 배려받는 자의 복지를 욕구하며 그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행동한다.
(2) 배려자와 피배려자
배려윤리는 관계의 윤리이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서의 배려관계는 배려자와 피배려자라는 두 인간의 만남이다. 그러한 관계가 배려라고 적절하게 명명되기 위해서는 양자가 모두 특정한 방식에서 배려에 기여해야만 한다.
나딩스는 배려 관계에서 배려자의 의식 상태를 전념(engrossment)과 동기적 전치라(motivational displacement)는 용어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1) 전념은 피배려자에 대한 개방되고 비선택적인 수용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타인의 요구를 주의 깊게 듣고, 그 사람이 수용하고 인정하는 방식에서 반응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즉 어떤 사람을 배려한다고 할 때, 그 사람이 전하고자 하는 것을 진심으로 보고, 듣고, 느끼려는 의식의 상태가 바로 전념인 것이다. 이처럼 배려자는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주의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배려자는 도움이 필요한 그 사람을 도와주려는 열망을 느껴야만 하는데 이것이 바로 동기적 전치이다. 즉 동기적 전치란 배려자의 동기적 에너지가 배려 받는 자에게로 흘러가는 것, 배려자의 동기가 배려 받는 사람과 함께 공유되는 것을 말한다.
한편 피배려자의 의식 상태는 수용(reception), 인정(recognition), 반응(response)2)이다. 피배려자는 배려자의 배려를 수용하고, 배려가 자신에게 수용되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배려는 모든 배려관계에서 배려받는 자의 배려에 대한 인정을 통해 배려가 완성된다. 피배려자의 배려에 대한 여러 반응이 배려자의 배려 행위가 보람 있는 경험으로 만들어준다.
(3) 자연적 배려와 윤리적 배려
나딩스는 배려가 두 개의 감정(feeling), 즉 자연적 배려와 윤리적 배려의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이 두 감정 가운데 자연적 배려의 감정이 더 근원적인 것이며, 윤리적 배려의 감정은 자연적 배려의 감정에 기초해서 나오게 된다.
우선 자연적 배려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에 의거하여 배려하는 경우로서 단지 자연스럽게 배려할 뿐, 어떠한 윤리적인 노력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러한 자연적 배려는 의무감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자 하는 자연적인 성향으로부터 동기화된 것이다. 나딩스는 모성적인 배려의 행위를 자연적 배려의 전형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윤리적 배려는 자연적 배려와는 다르게 다른 사람에 대해서 느끼는 의무감에 대한 응답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윤리적 배려는 배려를 해주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는 경우에 배려를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깨닫게 될 때 자연적 배려의 감정으로부터 생겨난다. 이러한 윤리적 배려의 감정은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배려해주고 다른 사람에게 배려 받았던 최상의 기억들에 의해 촉진되며, 이러한 기억은 바로 어머니로부터 배려를 받고 어머니를 배려해주었던 경험이다.
(4) 윤리적 자아와 윤리적 이상
배려윤리란 자아와 이상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는 윤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배려윤리에서는 윤리적 자아(ethical self)와 윤리적 이상(ethical ideal)이 중요한 위치를 지니게 된다. 여기서 윤리적 자아는 나의 실제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 사이의 능동적 관계로 규정된다. 그것은 관계성에 대한 근본적 인식으로부터 태어나는 것이며 나를 다른 사람과 자연적으로 연결해주며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나 자신에게 재연결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윤리적 자아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실패할 때 나를 지탱해주는 것이며 나의 실제로 배려하지 않는 자아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넘어가게 해주는 것이다.
윤리적 이상은 최선의 자아에 대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도덕적인 그 무엇을 해야 할 경우 이에 복종하고 그것에 헌신할 때 우리는 윤리적 이상의 안내에 따르는 자신을 보게 된다. 따라서 윤리적 이상은 배려하고 배려받는 우리들 자신의 최선의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딩스는 이러한 윤리적 이상이 우리가 갖고 있는 두 가지 감정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본다. 즉 인간 존재가 서로에 대해 갖는 공감적 동정심과 배려와 부드러움을 유지하고 고양하려는 열망이 그것이다. 윤리적 이상은 배려하는 자로서의 우리 자신의 현실적 모습을 나타내는 것으로 배려 그 자체와 그것을 유지하거나 고양하려고 애쓴다. 즉 윤리적 이상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만나고자 애쓸 때 이를 안내하는 바, 우리는 우리들의 행동을 지도하는 절대적 원리들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것은 이러한 윤리적 이상의 본질과 힘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딩스는 이러한 윤리적 이상을 증진하는 것이 도덕교육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고 말하였다.
(5) 선과 악에 대한 새로운 인식
나딩스는 남성과 여성이 선악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남성적 관점에서 잘못 규정되어진 선악관이 수정되어야 하고 그것이 도덕교육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남성들에 의해 규정되는 선악관을 전사의 모델(warrior model)이라고 이름 짓고 이러한 전사의 모델에 의한 남성 위주의 선악관이 여성적 관점을 억압하고 진정한 의미의 선악 관념까지도 왜곡시켜 왔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예컨대 친절함의 덕은 그것이 가정과 친밀한 사람들의 공동체에 국한되는 한 덕스러운 것으로 평가되지만 적군에게 edna을 주거나 위안을 주는 경우와 같이 전사의 모델에 배치될 경우에는 악으로 간주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관점과 경험에서 그리고 전사의 모델에 의해 규정된 왜곡된 선악에 대한 관념을 여성의 경험과 관점, 즉 어머니 모델(mother model)에 의해 새로이 검토하고 다시 해석하여 바로 세우고 이를 교육에까지 반영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녀는 악에 대한 분석에 있어 여성들이 특별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남성들이 악에 대해 추상적인 반면에 여성들의 악에 대한 이해는 매우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나딩스에 따르면 악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질병의 고통과 죽음은 자연적 악이다. 둘째 빈곤, 인종차별주의, 전쟁은 문화적 악이다. 셋째 정신적 ‧ 육체적 해로움을 의도적으로 가하는 것은 도덕적 악이다. 나딩스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훨씬 더 악에 잘 저항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모든 악들과 싸우기 위해 배려를 제시하고 있다.
(6) 배려의 범위3)
나딩스는 배려의 대상을 사람에게만 국한시키지 않고 그 외의 존재까지 확대시켜 논의한다. 우선 나딩스는 사람의 배려를 말한다. 이는 자기 자신의 배려로부터 출발한다. 즉 자기 자신의 육체적 ‧ 정신적 ‧ 직업적 ‧ 여가적 삶에 대한 배려가 도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친밀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거쳐 낯선 사람들과 멀리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로 확대된다. 여기서 친밀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평등관계와 불평등 관계로 다시 나뉘는데 전자의 배려에는 배우자와 연인, 친구와 동료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후자에는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배려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낯선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잘 모르는 타 지역 또는 타 국가 사람들, 어려움에 처해 있거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포함된다.
한편 사람 이외의 대상에 대한 배려는 우선 동식물과 환경에 대한 배려가 제시된다. 동물과 식물에 대한 배려는 그것이 우리들의 삶과 상호의존적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인간의 삶의 질이 다른 생명체를 양육하는 조건과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점에서 특히 요청되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배려는 흙에 대한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연환경 전체에 대한 배려로까지 확대되는데 나딩스는 이와 관련하여 절제, 민감성, 책임 있는 삶의 자세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사람 이외의 대상에 대한 배려는 또한 인간이 만든 세상에 대한 배려를 포함한다. 이는 문화와 문명의 발달 속에 만들어 낸 주위 물건, 사물, 대상, 도구들을 두루 내포하는 것이다. 나딩스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배려는 우리의 도덕적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는 바 이들의 가치를 잘 인식하고 잘 다루는 일, 유지하고 보존하는 일, 만들고 보수하는일 등과 관련하여 바람직한 태도를 갖도록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나딩스는 아이디어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지식, 사상, 문학 등 인간의 사유와 지적 산물들에 대한 배려가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배려가 사람에 대한 배려와 많은 공통점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특히 이들에 대한 교육을 수행함에 있어 그것이 학습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존중하고 교육의 본질과 목적에 맞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3. 배려윤리 교육의 방법
도덕교육의 방법과 관련하여 그녀는 따뜻한 배려의 공동체(a caring community)를 강조하고 있다. 배려윤리의 관점에서 학교를 따뜻한 배려의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도덕교육은 4가지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를 고양시켜야만 한다. 그것은 바로 모델링(modeling), 대화(dialogue), 실천(practice), 확증(confirmation)이다.
(1) 모델링(modeling)
모델링은 대부분의 도덕교육에서 중요하지만 특히 배려에 있어서 지극히 중요한 것이다. 배려자로서의 교사는 피배려자인 학생들과의 관계 속에서 단지 배려하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배려하는 방법을 보여주어야 한다. 배려자자로서의 교사는 학생들에게 배려의 본보기가 되어주는 것이다.
또한 배려할 수 있는 능력은 배려를 받아본 적절한 경험에 달려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배려를 시범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배려자가 되기에는 아직 어린 어린아이조차도 반응적인 피배려자가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학생들의 요구사항에 우리가 배려자로서 반응해야할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의 도덕적 정향(moral orientation)이 그러한 반응을 촉구하기 때문이다.
(2) 도덕적 대화(dialogue)
도덕적 대화는 나딩스 도덕교육 방법에 관한 논의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다. 그녀는 내용과 형식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대화의 본질을 규명하고 있다. ① 형식적인 측면에서 볼 때, 도덕적 대화는 교환(exchange)보다는 대화의 상대자(the partner)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대화의 상대자들은 서로 격려해 주고, 도와주며, 인도해 주고, 추종하게 된다. 대화의 상대자와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이러한 깊은 관심을 나타내는 대화가 바로 도덕적 대화의 형식적인 특징이다. ② 내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 도덕적 대화는 도덕적 문제들을 아주 개방적인 방식에서 토의하는 것이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개방적인 방식이라는 점이다. 그는 신(神), 성(性), 살인, 사랑, 두려움, 희망, 증오 등 모든 주제들이 개방적인 방식에서 논의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도덕적 대화에서는 대인 관계적 추론(inter personal reasoning)4)이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대인 관계적 추론은 대화의 상대자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어떤 고정된 하나의 목표를 지니고 있지 않다.(분석적 추론과의 차이점) 또한 토론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만족을 줄 수 있는 방식에서 주어진 문제를 통해 함께 활동한다는 사실 자체를 중요시 여긴다.(대립토의와의 차이점) 도덕적 대화는 서로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결론에 이르기 위하여 대화의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따뜻한 배려를 해줌과 동시에 그들 사이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게 된다.
(3) 실천기회의 부여(practice)
실천 기회의 부여를 위해서 그녀가 제기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바로 다양한 봉사활동 기회의 제공이다. 이를 위해 그녀는 학교가 정규 봉사활동 교육과정을 채택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봉사활동의 영역과 관련하여 그녀는 직접적인 활동 기회와 간접적인 활동 기회를 모두를 통하여 따뜻한 배려를 위한 실천 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면 병원엣 환자를 돌보아 주는 것은 직접적인 기회이고, 화단을 가꾸는 것과 같은 것은 간접적인 기회이다.
(4) 확증(confirmation)
확증이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것으로 아동의 가장 좋은 점을 확인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다. 교사는 학생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최상의 동기들을 강화시켜 주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그녀는 학생의 평가방식에 있어 종래의 남성 중심적인 사고방식인 객관성의 평가방식 대신에 학생 상호 간의 평가 그리고 교사에 의한 주관적 평가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학생들이 행한 행동이나 그들의 학업 성적을 평가함에 있어서 학생들을 그들이 지닌 최상의 동기로 귀인 시켜 주는 확증 활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예를 들어 부정행위를 하고 있는 학생에 대해서 “네가 시험공부를 하는데 무척 힘이 들었나 보구나. 높은 점수를 받아서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정직하게 시험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와 같은 방식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4. 학교 제도와 구조의 개선
나딩스는 배려윤리에 기초한 도덕교육이 전통적인 학교 교육의 맥락에서는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말하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의 제도와 구조 및 관행 등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우선 학교 교육은 도덕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이는 배려를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은 학생들이 진정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것을 배우고 성취하도록 허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녀는 듀이가 말한 학생들의 경험과 흥미에 바탕을 둔 학습, 배우는 것과 실제적 경험 사이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학습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학교의 구조와 개선에 관한 그의 첫 번째 제안은 탈전문화(deprofessionalism)이다. 탈전문화는 교사들로 하여금 지역 사회의 또 다른 교육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부모들로부터 단절되게 만들고 있는 특수한 언어를 제거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탈전문화를 통하여 교사들은 개별 학생들과 더욱 잦은 접촉 기회를 갖게 되고, 마치 어머니와 같은 태도를 갖고 학생들을 대함으로써 진정한 배려의 제공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일정 학생들로 하여금 한 교사의 지도아래 3년 동안 배우게 하기를 주장한다. 이렇게 3년 동안 수업을 한 중견 교사는 1년 동안 수업활동에서 벗어나 교육과정 계획, 규율과 관련된 카운슬링, 장학사나 개별적인 학교 행정업무에 종사하게 하여 교수와 관리 사이의 벽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또한 학교에서의 규칙들은 단순히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과 벌칙으로 사용하는 기존의 방식을 개선하여 일종의 안내 지침서로 활용하기를 주장한다. 어떤 학생이 계속 지각을 할 경우, 처벌하기 이전에 먼저 지각을 하게 된 이유를 상세히 알아보고, 그 학생을 도와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경쟁적인 등급화를 줄이고 학생들의 책임 있는 자기평가를 독려하는 일, 일상생활의 일부를 배려의 주제를 공부하는데 활용하도록 하는 일, 모든 영역에서의 배려는 능력과 책임을 의미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일, 교사와 학생들의 협동적인 노력을 통해 교육과정을 수립하는 일, 배려에 대한 관점과 능력 및 성향을 갖춘 교사를 길러내는 일 등등 배려윤리에 기초한 교육 및 도덕교육의 실행에 필요한 다양한 측면의 개선점들을 제안하고 있다.
5. 나딩스 배려윤리의 시사점
① 그녀는 교사의 역할로서 따뜻한 배려자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그녀는 교사와 학생의 만남이 나와 너의 인격적 만남이 될 것을 강조하였다. 이를 위해 교사는 무엇보다도 학생들에 대한 신뢰감을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교사는 강한 지시적 역할(directive role)을 지녀야 한다. 나딩스는 전통적인 교사의 역할이었던 도덕적 창도자(advocate) 혹은 지도자(leader)로서의 교사의 역할이 지닌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켜 주었다.
② 나딩스는 도덕교육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실천 기회의 부여를 중시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도덕교육은 지나치게 추상화, 언어화되어 가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처럼 우리는 정의로운 행동을 함으로써 정의롭게 된다. 그러므로 교과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일상생활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천해나갈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부여해주는 뒷받침 없이는 도덕과 교육의 실효성을 장담할 수는 없다. 따라서 도덕공동체 속에서 형성된 숙고와 행동으로서 좋은 습관을 지니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행동의 실천 기회들을 다양하게 부여해 주어야 한다.
③ 나딩스는 학교 전체가 하나의 따뜻한 배려의 공동체가 될 것을 강조하였다. 교실과 학교에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도덕교육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학교는 그러한 기본적인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는 사회의 비도덕적 요구들에 당당히 맞섬과 동시에 바람직한 새로운 도덕과 가치 세계를 제시해 줄 수 있도록 규율과 사랑, 예의와 존경, 협동과 경쟁, 우애와 신의 등으로 굳게 뭉친 하나의 응집력 있는 도덕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6. 나딩스 배려윤리의 한계
① 나딩스는 불평등한 관계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배려자와 피배려자의 관계가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 치료자와 환자의 관계로 구체화되면서 피배려자는 배려자의 권위에 복종하게 된다. 이러한 의존관계는 피배려자의 도덕적 삶을 리더가 아닌 추종자로 만들어 놓는다.
② 나딩스의 배려윤리는 낯선 사람들에 대한 의무를 간과하고 있다. 즉 특정한 개인들에 대한 배려에 기반을 두고 있고, 배려한다는 것은 피배려자의 세부 사항들에 친밀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나딩스는 잠재적 관계의 존재, 즉 우리가 새로운 친구로서 찾아야할 낯선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지침도 제공해 주지 못한다.
③ 나딩스는 상호성과 수용성을 혼동하고 있다. 나딩스에게 있어서 상호성은 배려관계를 확고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와 유아의 관계에서 유아가 어머니를 향해 웃을 때, 그러한 행동은 어머니의 배려를 받아들이는 것이지, 어머니의 배려에 보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④ 나딩스의 배려윤리는 배려자 자신에 대한 사랑이나 배려를 경시함으로써, 실질적인 배려 주체인 여성을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배려윤리는 타인 지향적이기 때문에 항상 배려자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윤리는 여성의 희생과 헌신만을 강요하고 정당화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
⑤ 도덕성은 자율성, 관계성, 초월성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광의의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나딩스는 도덕성이라는 개념을 관계성 혹은 반응성과 같은 특성에만 한정시켜 도덕성의 개념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파악하였다.
⑥ 도덕성 및 도덕교육의 개념화에 대한 그녀의 논의는 지나치게 정의적 측면(affective domain)만을 강조함으로써 도덕성의 인지적 측면을 상대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그녀는 배타적으로 정의적 측면만을 강조함으로써 도덕적 행위에 있어 도덕적 판단이나 추론, 정당화와 같은 인지적 영역의 중요성들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중대한 잘못을 범하고 있다.
⑦그녀가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윤리적 이상(ethical ideal)이라는 용어가 지니고 있는 모호성을 지적할 수 있다. 그녀에게 있어서 윤리적 이상은 윤리적 자아가 따뜻한 배려를 해주는 사람과 따뜻한 배려를 받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현실적 자아와 이상적인 자아 사이의 적극적인 관계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윤리적 이상이 배타적으로 관계성에만 집중하는 것이라면 교육의 근본적인 목표로서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1)번역 상의 차이에 따라 ‘몰입’, ‘동기전환’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2)번역상의 차이에 따라 ‘수용’, ‘인지’, ‘감응’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3) 나딩스에 따르면 배려자와 배려받는 자 사이에는 상호성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므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 배려에 대한 응답을 할 수 없는 동식물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배려의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나딩스의 견해이다. 대신 그녀는 배려의 동심원(circle)과 배려의 사슬(chain)이라는 관념을 통해 이러한 난점을 극복하고자 한다. 유병렬, <도덕교육론>p447
4)이는 분석적 추론(analytic reasoning)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간주관적 추론이라고도 한다.
<참고문헌>
1. 추병완 저,《도덕교육의 이해》(개정증보판), 백의, 2004.
2. 추병완, 박병기,《윤리학과 도덕교육 1》, 인간사랑, 2004.
3. 유병렬 저, 《도덕교육론》, 양서원, 2005.
4. 이정훈 편저,《메타 전공 도덕윤리》, 신수서원,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