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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교육론

하버마스의 담론윤리

작성자권수진|작성시간10.05.11|조회수4,874 목록 댓글 0

 

하버마스의 담론윤리



1. 의사소통 행위와 합리성


  도덕교육은 도덕적으로 교육받은 사람이 지니고 있기를 기대하는 어떤 자질 내지 능력을 목표로 전개된다. 이를 우리는 보통 도덕성 내지는 인격이라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 도덕과 교육이 공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도덕성 내지 인격의 개념은 지 ‧ 정 ‧ 의 세 측면으로 구성된다고 보면서 이의 조화와 통합을 통해 도덕적 인격이 형성 발달되어 간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도덕성 내지 인격에 관해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또 다른 한 가지 관점을 논의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도덕적 자질 ‧ 품성 ‧ 능력 등에 관한 의사소통 및 담론 윤리적 이해가 그것이다.

  이에 따라 여기서는 하버마스의 이론에 의거하여 도덕성 발달과 도덕교육에 관한 의사소통 ‧ 담론 윤리적 이해와 접근을 숙고해 보고자 한다. 하버마스가 추구하고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사회적 삶의 합리성에 관한 의사소통적 이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합리성은 도구적 또는 전략적 의미의 합리성이 아니라 타당한 도덕규범을 중심으로 하는 의사소통적 합리성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그리하여 여기서는 주로 하버마스의 이론에 근거하여 의사소통 행위와 그 합리성 문제, 도덕성 발달에 관한 의사소통적 이해의 문제, 그리고 담론의 윤리와 이에 바탕을 둔 도덕교육의 실행문제 등을 중심으로 논의해 보고자 한다.


  (1) 의사소통적 이해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이론은 현대 사회의 중심 가치에 대한 깊은 회의로부터 시작되었다. 하버마스에 있어 현대 사회의 문제점은 소위 그 합리성의 발전이 일면적이고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일면성과 왜곡성은 인간 이성의 도구화 ‧ 기능화와 판단의 주관성에서 비롯된다. 이성의 도구화 ‧ 기능화란 이성의 중심 역할인 선에 대한 비판적 추구가 무시되고 단지 설정된 목표의 효율적 성취를 위해 이성이 동원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 이성은 추구하는 가치의 정당성을 따져보는 가치합리성보다는 설정된 가치가 무엇이든 그것의 완벽한 성취만을 추구하는 목적합리성만을 골몰하고 있다. 또한 판단의 주관성은 보편적 가치의 추구에서 벗어나 내가 좋으면 좋은 것이요, 우리가 옳으면 무조건 옳다는 식의 상대주의를 뜻한다. 이러한 가치판단의 주관주의는 현대 사회에서 타인과 더불어 자유로운 윤리적 삶을 영위할 가능성을 부정하는 문제를 야기하였다.

  하버마스에게 있어 사회는 규범과 가치에 의해 구조화된 인간 행위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사회적 삶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그러한 규범과 가치의 발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규범과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바로 현대사회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이 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규범과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의사소통적 메커니즘을 통해 확보된다는 점이다. 의사소통적 메커니즘은 이성의 비판적 기능과 규범의 보편화를 지향한다. 따라서 새로운 규범과 가치를 형성함에 있어 발생되는 욕구의 불일치 내지 갈등의 문제들에 대해서 폭력이나 강제가 아닌 지속적인 언어적 상호작용 활동 또는 의사소통 행위에 함축되어 있는 상호주관성이라는 메커니즘에 바탕을 둔 규범의 보편화 가능성에 대한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하버마스의 기본입장이었던 것이다.


  (2) 목적론적, 규범적, 연극적 행위

  하버마스에 있어 의사소통 행위는 관심과 욕구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협동적 상호작용으로서 사람들 상호간의 언어적 이해와 관련된 행위다. 이런 행위는 어떤 특정한 목적의 실현을 목표로 삼고 있는 목적론적 행위나 사회적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여겨지는 규범을 따르는 규범적 행위 그리고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를 표현하는 연극적 행위 등과는 구분된다.1)

  목적론적 행위는 개인의 의도적 행위이자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동이다. 따라서 타인이나 객관적 대상들조차 조작 가능한 수단으로 인식된다. 목적론적 행위를 하는 행위자는 사물의 상태를 조작함에 있어 이를 그 성공 또는 실패와의 관련 속에서만 고려하게 된다. 현대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은 인간의 실천이성이 전략적 이성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인데 바로 목적론적 행위가 이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

  규범적 행위는 개관적 세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세계와도 관계를 맺는다. 여기서 사회적 세계란 인간 사회의 인간 사회의 규범이 적용되는 맥락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 규범적 맥락에서 어떤 행위의 당위적 속성이 부여되게 되고 인간 상호작용이 정당화된다. 이 같은 사회적 세계에 관련되는 행위는 이른바 규범적 정당성에 속할 때 그 사회의 상호주관적으로 타당한 역할 또는 규범에 잘 일치할 때 합리성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규범적 행위는 상황적 합리성이 적용됨을 볼 수 있다. 상황주의적 합리성의 본질은 목적행위에서와 같이 한 공동체에서 기대되는 시민역할에 일치하는 행위, 그리고 그럼으로써 그 공동체가 기초하고 있는 공유된 가치를 수용하는 행위를 사회적으로 적절한 것으로 보는데 있다. 그러므로 상황주의에서의 행위의 의미와 합리성은 그 행위가 이루어지는 사회의 지배적인 규범, 신념 그리고 삶의 양식과 관련된 행위자의 역할에 대한 이해로부터 나오게 된다.

  연극적 행위는 자신의 주관적 세계와 관련된다. 주관적 세계란 개별 행위자 그 자신만이 접근하여 얻은 주관적 경험의 총체를 말하는 것으로서 선별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욕구, 느낌, 희망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여기서 행위는 행위자의 주관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취급된다. 개인은 청중이나 타인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의 주관적 세계를 표현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이러한 세 가지 행위는 그것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가 각각 객관적, 사회적, 주관적 세계로서 일면적이고 편협 되어 있다. 이 경우 언어를 통한 사람들 사이의 상호이해는 다른 목적이나 기능에 비추어 부차적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언어적 상호이해 없이 언어는 다른 기능들 예를 들어 어떤 목표의 달성, 도덕적 설득, 반가워하는 마음의 표현 등을 수행할 수 없다. 반면 의사소통 행위는 객관적, 사회적, 주관적 세계와 모두 관련되면서 동시에 상호이해의 윤리 위에서 인륜성과 도덕성 그리고 인간중심주의의 특성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행위자는 그들이 부딪히는 실제 상황에서 합의와 조화적 행위를 하게 된다. 즉 다른 행위들은 의사소통행위의 다양한 계기들의 한 측면만을 극단적으로 부각시킨 행위인 반면 의사소통행위는 우리 인간의 삶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행위들의 포괄적 기초라고 할 수 있다.


  (3) 의사소통적 합리성의 특성

  의사소통 행위는 앞에서 살펴본 세 가지 모델이 가정하는 세계와 성찰적으로 관계한다. 그것은 행위자가 주어진 상황을 해석하고 그에 대한 공통의 의미 규정에 합의하기 위하여 위의 세 가지 세계와의 관련 양태를 구별하고 또 선별해 내고자 한다. 의사소통 행위는 언어를 매개로 하는 행위로서 통상의 언어 속에 내재해 있는 상호주관적 합리성의 힘을 동원하는 것이다. 목적론적, 규범적, 연극적 행위는 모두 언어적 합리성의 힘을 부분적 ‧ 일면적으로만 사용한다. 그러나 의사소통 행위는 언어의 모든 기능을 고르게 사용한다. 따라서 오직 의사소통 행위만이 언어를 제약되지 않는 상호작용의 매개체로 간주하며 대화에의 참여자들로 하여금 객관적, 사회적, 주관적 세계의 대상 모두를 동시에 취급하게 함으로써 상황에 대한 공통의 이해에 도달하게 해주는 것이다.

  의사소통 행위는 ‘이해’라는 관념과 ‘합리적으로 동기화된 합의’를 지향한다. 이때 전자는 후자의 전제가 되는데 이는 이해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해에는 해석적 관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간의 행위에는 그 이면에 이유와 의도 목적들이 내재해 있기 때문에 단순한 관찰이나 피상적인 기술만으로 진정한 이해에 도달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의사소통은 자신과 상대방의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해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구성적 의미화(constitutive meaning)의 관점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구성적 의미화는 인간의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욕구와 목적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진정한 대화를 필요로 한다.

  의사소통 합리성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중요한 한 부분으로는 언어에 의해 매개된 협동적 해석의 과정에 기초한 상호이해의 도달이다. 오늘날 만연하는 도구적 행위와 전략적 행위 및 그로부터 유추된 합리성 개념은 사회문화적 삶을 적절히 해명하며 그 방향을 설정해 주는데 실패하고 있으며, 기술적 합리성이 참된 인간 완성에 기여하도록 필요한 이해의 개념 구조와 과정을 제고해 주지 못한 채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전락하였다. 인간에게는 기술적 관심 이외에 인식 구성적 관심, 즉 실천적 관심도 있으니 그것은 객관적 현실의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해라는 상호주관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결국 의사소통 행위는 인간의 갈등과 관심의 표출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해석은 통상 언어에 의한 구조화된 행동과 그러한 처리에 의해 해결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의사소통 행위와 그 합리성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규범적 합리성이 있다. 하버마스는 규범적 합리성과 관련하여 칸트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타당한 규범은 공정성 또는 공평무사한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속성은 보편화 원리에 의해 표현되는 바 이 원리도 또한 합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사소통 합리성의 규범적 핵심은 결국 그것이 합리성 윤리에 대한 보편주의적 관점을 위하고 있다는 점으로 요약될 수 있다. 보편주의는 어떤 규범에 일치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나타나길 기대하는 결과나 그 부수적인 효과가 모든 이들에게 강제 없이 받아들여 질 때 그 규범이 정당화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히 칸트의 정언명법을 따르는 것이다. 하버마스가 합리성과 규범에 대해 보편주의적 관점을 취하는 이유는 현대 사회에 들어오면서 인간과 사회가 규범에 대해 주관주의적 관점을 취함으로써 지식과 행동에 있어 높은 성취를 이루기는 하였으나 타인과 더불어 자유로운 윤리적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불가피하게 침식되었다는 통찰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소통 행위가 갖는 합리성의 또 다른 특성은 그것이 유아론적 엘리트주의를 넘어서 사회적 협동 속에서 규범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려 한다는 점에 있다. 이는 합리적 행동을 추상적이고 고립된 인간의 주관적 의식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사회적 행동이 발생하는 바로 그 구체적인 현실, 인간이 발을 딛고 서 있는 사회라는 장(場)으로부터 이해하려는 것이다. 의사소통 행위는 칸트의 보편화 원리를 추상적 개인의 주관적 의식에서보다는 상호주관적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확보하려 한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그것은 정언명법의 필요성을 배태시켰던 바로 그 사회적 맥락 위에서 추상적 보편화 원리를 사실적 보편화 원리, 즉 사회적으로 매개된 원리로 위치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사소통 행위는 사회적 맥락 위에서 관심과 욕구의 갈등을 담론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회적 협동의 과정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4) 의견 합치를 위한 기준

  의사소통 행위는 사회적 협동의 과정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이해와 타당한 규범에의 합의를 지향하는 상호 작용인 것이다. 이 상호작용은 심각한 논증과 탐구의 과정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그러한 논증과 탐구의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사람들 사이의 언어적 상호이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하버마스는 그러한 논증과 탐구의 기준으로 이해 가능성, 진리성, 정당성, 성실성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이해 가능성이란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을 때 그 언명이 뜻하는 바를 서로간의 합의에 의해 정확히 규정함으로써 성공적인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말하며, 진리성이란 서로 말하는 바를 이해는 하지만 그 내용이 참인지 거짓인지 확신이 어려울 때 그 언명의 진리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당성이란 서로의 언명 속에 규범적인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성실성이란 대화자의 태도와 의도가 진지함으로써 그것이 받아들일 만한 것이 되어야 함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자가 청자로 하여금 그의 주장이 합리적인 것이고, 인식할 가치가 있는 것임을 확신시킬 수 있을 때 합리적으로 동기화된 합의 또는 앞으로의 행위를 조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발전시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자는 위의 4가지 타당성 주장의 기준에 합당한 언어 행위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타당성 주장에 비판을 허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사소통 합리성이 성립될 수 있다. 특히 하버마스는 진리성 주장과 정당성 주장을 강조하였는데 전자에 대해서는 그것이 비판을 받을 때 적절한 증거를 제시하여 그 주장의 근거를 확립할 수 있어야 하고, 후자에 대한 비판을 받을 때에는 주어진 상황에서 그의 주장을 타당한 기대에 비추어 해명함으로써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어야 각각 합리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3. 의사소통 행위와 도덕성의 발달


  (1) 도덕성의 구조적 ‧ 발달적 관점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이론은 인간의 보편적 도덕 판단 능력의 발달이 인지와 언어 그리고 상호작용이 서로 관련되어 보다 넓은 조망 위에서 이해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도덕성이 구조를 이루고 있고, 또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인지발달과 함께 발전해 간다는 도덕성에 관한 구조적 ‧ 발달적 견해에 동의하면서도 여기에 의사소통적 측면이 중요하게 결부되어 있음을 해명함으로써 우리의 이해를 넓히고자 한다.

  도덕성의 구조적 · 발달적 관점의 핵심은 도덕 판단 능력이 낮은 단계로부터 높은 단계에 이르기까지 서로 질적으로 상이한 여러 단계로 구조화되어 있는 바, 그것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연령의 증가와 함께 순차적으로 발전해 간다는 것이며, 이러한 점은 시대와 문화 그리고 지역 차이에 관계없이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 단계마다 그에 상응하는 도덕 판단의 인지 구조가 있으며 단계가 상향 발전할 때마다 아래의 낮은 단계보다 새롭고 질적으로 우수한 인지적 도덕 판단 능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도덕 판단 발달의 메커니즘은 인지적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상태에서 이를 극복하는 가운데 보다 높은 단계로 발전해 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달 과정을 콜버그는 분화와 통합으로 설명하는데 분화란 단계가 상승하면서 점점 더 일반적 가치판단으로부터 특정 도덕 판단을 분리해내는 사고능력이 형성됨을 의미하며, 통합이란 보다 높은 단계에 이를수록 도덕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도덕적 관점의 범위나 능력이 그보다 낮은 단계를 흡수하면서 확대됨을 가리키는 것이다.

  콜버그의 도덕 판단 발달이론은 피아제의 인지이론과 롤스의 정의론에 기초하고 있는 바, 피아제로부터 인지적 ‧ 가역적 사고와 상호성(reciprocity)을, 그리고 롤스로부터는 정의의 관념을 받아들이고 있다. 롤스는 바로 이러한 가역성의 관념에 기초하여 민주사회의 합리적인 구성원들의 정의 실현의 계약 상태에 들어갈 수 있음을 가정하고 있는데 콜버그는 이러한 가역적 사고와 상호성이 점차적으로 발달하면서 보다 원숙한 정의를 지향하는 도덕 파단능력을 발달시킨다고 보았던 것이다.


  (2) 의사소통 행위와 지적 도덕성의 발달

  하버마스는 피아제로부터 인지 개념을 그리고 콜버그로부터 도덕 판단의 개념을 받아들여 도덕성에 관한 구조적 관점과 인간능력의 발달에 관한 신념을 수용하고 있다. 또한 구조적 ‧ 발달적 도덕성의 핵심 내용을 이루고 있는 정의와 그 기초로서의 상호성의 역할 또한 중시한다. 그러나 하버마스는 도덕성의 구조적 ‧ 발달적 이론이 도덕성의 사회적 맥락을 간과한 점을 비판하면서 여기에 그의 의사소통 이론으로부터 도출되는 사회적 관점의 분화와 통합의 관념이 내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도덕적 사고는 진공 속이나 고립된 개인의 의식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현실의 인간 상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사회적 관점을 함유한 도덕성 발달과 의사소통 행위는 중요한 관계를 가진다. 말하자면 담론 상황에서의 진정한 의사소통적 경험을 통해 행위자는 협동적 ‧ 상호 유대적 관계 속에서 화자의 관점을 충분히 아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적 세계, 사회적 세계, 주관적 세계로 이루어진 모든 관점을 성숙시켜 나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이 곧 탈중심적 세계 이해에 이르는 심리적 과정이다.

  도덕 교육에서 의사소통 이론이 부각되어야 할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사회적 관점의 형성과 발달은 의사소통의 참여와 그 속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점을 포함한 도덕성 발달이 의사소통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그 상호작용 유형 역시 단계적으로 진보한다는 통찰이 가능해진다. 그리하여 하버마스는 자신의 의사소통적 이론에 기초하여 발달적 ‧ 이론적으로 질서화된 상호작용의 유형구조를 구성한다. 즉 사회적 관점의 구조와 상호작용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또 그것이 진보적으로 발달한다는 것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사회적 관점이 부분적으로만 발달해 있는 아동들은 외적 제재에 의해 지도되는 단순한 유형의 상호작용에만 참여하게 되는데, 이후 사회적 관점이 점차 성숙되면서 보다 복합적인 상호작용1) 속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 지적 속성이 획득된다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이러한 사회적 관점이 가장 성숙할 때 담론적 이상 형태의 상호작용과 그에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이 갖추어지는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인지발달론적 접근의 도덕교육은 상호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상호성은 하나의 규범이라기보다는 인간 상호작용의 일반적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상호성은 모든 능력 있는 행위자에게 가능한 것이며 도덕적 갈등을 해결함에 있어 공정성의 기초를 구성하는 것이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행위이론은 이러한 상호성을 도덕의식의 자연적 핵심으로 보면서 그것이 점점 복합적인 상호작용 양식에 참여함으로써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통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3) 의사소통 행위와 도덕적 정서의 발달

  도덕적 정서는 심리학적 차원에서 볼 때 어떤 대상이나 사태에 대한 쾌 ‧ 불쾌의 감정이나 느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어떤 대상이나 사태에 대한 긍정적 ‧ 부정적 느낌의 연속선상에서 행위자의 정서 반응에 따라 도덕 판단이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도덕적 정서의 문제와 관련하여 볼 때 이성과 정의를 중시하는 의사소통 행위이론은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게 된다. 이는 칸트류의 전통을 따르는 피아제, 롤스, 콜버그, 하버마스의 이론 등에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그러면 책임과 온정, 인간관계의 상호의존과 상호연관성, 상황에의 감수성, 감정이입 등을 포함하는 도덕적 정서의 문제와 관련하여 의사소통 행위를 통해 도덕적 발달에 점근하고자 하는 하버마스의 이론은 어떻게 관련되고 또 어떤 공헌을 하고 있는가? 하버마스는 도덕적 정서의 요소와 관련하여 자신이 그리는 도덕 판단의 발달 양식이 길리건(Carol Gillgan)2)의 주장과 양립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의사소통에 진정으로 참여한다고 하면 어떤 규범을 채택할 때 타인의 욕구나 관심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해가 되지 않을까 고려하는 그러한 정서적 조건들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는 도덕적 발견 양식으로서 논리적 연역보다는 대화를 중시하고, 의사소통 과정을 타인과의 입장과 인간의 상호의존성을 파악하는 과정의 절차적 핵심으로 보고 있는 길리건의 관점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그리고 의사소통 행위의 상황은 주어진 갈등사태에 추상적 ‧ 일반적 기준들을 관련시키는데 필요한 해석학적 감수성 즉 상황에의 통찰과 도덕적 미감성의 능력을 필수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현대의 합리화된 사회에서 도덕적 문제는 일차적으로 정의의 문제로 간주되지만 이것 하나만으로는 구체적 문제 상황에서 도덕문제를 해결하는데 미흡하다. 거기에는 이해의 도달을 지향하는 해석학적 감수성이 요구된다. 의사소통이라는 대화적 상황이 공헌하는 바가 여기에 있다. 말하자면 의사소통 행위는 도덕 판단에 있어 인식활동과 감성적 활동 모두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3. 담론윤리의 특성 및 조건


  (1) 담론과 이상적 담론 상황

  의사소통 행위이론의 중심 주제는 합리적인 사회,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건설에 있으며 이를 위해 의사소통의 합리성에 기초한 보편주의적 윤리를 회복해 나가는 사회 구성원들의 능력을 중시한다. 의사소통 행위와 그 합리성에 기초하여 도덕교육을 실행하고자 할 때 우리에게 핵심이 되는 것은 곧 담론의 윤리(ethics of discourse)이다. 담론의 윤리 또는 의사소통의 윤리는 인간의 의사소통적 이성을 윤리적 차원에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담론의 윤리를 논의하기에 앞서 먼저 담론(discourse)이 무엇인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담론이란 규범적 합리성을 실현하기 위해 언어적 상호작용 속에서 규범적 논증을 실행하는 대화를 말한다. 그러므로 담론은 의사소통 참여자가 내놓은 타당성 주장이 논증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를 규명하는 성찰적 대화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담론이 진리성 주장에 대한 검증을 목적으로 시도될 때 이를 이론적 담론이라 하며, 행위의 규범에 대한 무사 공평한 정당화를 시도하는 경우 이를 실천적 담론이라 한다.

  담론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매개체인 바 이를 통해 행위의 협동적 조화를 지향하는 참여자들은 통상의 언어 속에 내재해 있는 합리성의 잠재 가능성을 동원하게 된다. 이러한 합리성의 힘을 동원함에는 그것을 허용하는 상황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 상황을 이상적 담론 상황이라 한다. 이상적 담론 상황의 조건은 ①참여자와 협조자들은 문제의 타당성을 논증하는 목표 외에 어느 것으로부터도 제한받지 아니하여야 하며, ②보다 나은 주장 외에 어떤 것도 여기에 힘을 미치지 못하며, ③진리 발견을 위한 협동적 노력 외에 어떤 동기도 배제될 것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이상적 담론 상황에서 대화자들은 공평한 토론과 참여의 기회가 보장되며 자유롭게 증거를 제시하고 주장들을 검토하게 된다. 하버마스는 이 담론 상황에서 상이한 주장들을 검사하고 성공 지향적 행위와 이해 지향적 행위를 식별하는 능력은 의사소통능력을 가진 대화 행위자들에게 직관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았다.


  (2) 담론의 윤리와 그 특성

  의사소통의 합리성은 규범적 합리성을 그 중요한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이 규범적 합리성은 규범의 보편주의를 확보함으로써 성립된다. 그런데 이러한 의사소통 합리성을 윤리 차원에 적용하는데 담론 윤리의 특성이 있게 된다. 담론의 윤리 역시 규범의 보편화 원리를 그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칸트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한 행동은 그 기초가 되는 규범이 일반화 가능할 때, 즉 문제 행위에 관련되어 있거나 그것에 영향 받을 모든 사람들에게 수용될 수 있을 때 도덕적인 것이 된다.

  그러나 담론의 윤리가 가지는 또 다른 특성은 규범의 보편화 원리가 담론이라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확보되어야 함을 강조하는데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하버마스의 담론윤리는 이성의 의사소통적 측면을 발견함으로써 칸트를 극복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칸트의 보편주의 원리는 유아론적이며 합리적 존재의 개별적 숙고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담론의 윤리는 칸트의 보편적 원리를 추상의 수준이 아니라 도덕적 문제에 대한 정당화가 최초로 발생하는 사회적 맥락 위에서 해결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담론의 윤리는 그 규범의 보편화 가능성의 검사를 분리되고 고립된 개인의 성찰적 도덕의식의 지평 위에서 실행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규범의 영향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모두의 실제적 담론 속에서 그 수용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즉 그것은 사회적 보편화 원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담론의 윤리는 또한 규범의 보편화 가능성을 사람들의 관심과 욕구의 성취를 통해 이루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버마스에 있어 규범이란 욕구만족을 위한 정당화의 기회를 규율하는 것이며 규범적 주장이란 욕구와 관심의 처리를 위해 인간 상호관계에 있어 어떤 질서가 수립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주장으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규범의 보편화와 그 정당성은 욕구와 이익의 일반화 가능성을 내포하지 않으며 안 되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요구의 해석이 필연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제안된 규범에 의해 영향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과 상대방의 욕구를 진정으로 논의해 보는 담론이라는 실질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통해서 이루어질 것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규범적 주장 속에 내포되어 있는 욕구의 해석은 그것이 담론적 검사에 견뎌낼 수 있고 그럼으로써 모든 참여자들에게 수용 가능한 것, 즉 보편화되고 의사소통적으로 공유된 것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3) 담론 윤리의 조건

  담론 윤리는 사회적으로 매개된 보편주의적 논리를 성취하기 위해 관심과 욕구의 일반화 가능성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화 가능성은 그것이 저절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담론적 의지와 그것에 기초한 담론 행동이 일련의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으로 상정된다. 이러한 조건에 해당하는 것이 담론 행위의 내재적 의무와 담론의 규칙이다. 이런 의미에서 담론의 윤리는 형식주의적이며 절차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담론 행위의 내재적 의무란 담론에 참여하는 행위자들은 상대방의 요청이 있으면 그 담론적 상호작용 속에서 그가 제시한 주장들을 정당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당화 제시의 의무는 담론행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최소한의 또는 제1차적인 수준의 보편화 요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당화 제시의 의무는 문제 해결에 있어 이성을 순전히 도구적 ‧ 전략적 측면에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며 독단적 신념에 기초하여 윤리체계를 구성하려는 독선주의를 배격하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당화 제시의 의무는 도덕적 행위자라면 반드시 자신에게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규범적 구속성을 갖는 것이며 자신이 제시하는 규범을 자신에게도 적용함은 물론 인간 상호관계에서도 서로 역할을 바꿔 놓았을 때도 똑같이 적용하고자 하는 보편화 원리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하버마스가 의사소통 방식에 의해 재구성하는 윤리는 상호책임성을 전제로 하는 것인바 이러한 책임성이란 제안된 주장들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면 언제나 그 정당화를 제시할 의무로 나타나며 이러한 의무는 모든 행위자들을 제한하는 보편적 구속성을 띤다는 것이다.

  한편 규범의 보편화를 위해서는 규범의 정당화 제시 의무 이외에 담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회피할 수 없는 것으로서의 담론의 규칙이 있다. 담론의 규칙들은 이익과 욕구의 갈등 해결이 물리적 힘이나 기만, 위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보다 나은 주장의 힘에 의해서 해결되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갈등 해결의 합리성에 관한 우리의 직관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하버마스는 ①담론 참여에의 허용, ②주장에 대한 의문제기의허용, 담론에 있어 주장 제기의 허용, 자신의 태도, 바람, 욕구 표현의 허용, ③앞의 ①,②의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 내외적 강제의 배제라는 세 가지 담론의 규칙을 제시한다. 여기서 처음의 두 규칙은 공정한 담론을 보장하기 위한 규칙이며, 세 번째 규칙은 기만, 권력,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제거하기 위한 보다 발전된 규칙이다. 이러한 담론의 규칙들은 담론에의 참여자들이 동등하게 타당성 주장을 내세울 수 있고 또 그에 대한 정당화를 시도할 수 있는 자발적 존재임을 상호 인식하는 것으로서 현대 사회의 규범적 핵심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4. 의사소통과 담론윤리에 기초한 도덕교육 방안


  도덕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규범을 습득, 내면화하고 이를 실행하게 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변화하는 사회적 상황과 삶의 조건에서 새로운 규범을 판단, 선택 내지 창출하는 능력을 기르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의사소통을 중심으로 하는 도덕교육 역시 이러한 두 가지 관점의 통합을 내포하고 있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의사소통의 중심 매개체인 언어의 습득은 기존 도덕의 습득을 필연적으로 함유하고 있으며 인지와 경험의 발달과 함께 찾아오는 언어의 비판적 사용은 또한 도덕의 비판적 검토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1) 도덕적 갈등의 해결을 위한 의사소통적 상호작용

  도덕 교육은 부분적으로는 도덕적 갈등의 해결을 위해 의사소통적 상호작용을 통해 타당한 규범을 도출해 내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접근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갈등의 문제 사태에서 상호 이해를 지향하는 의사소통 행위를 통해 일반화 가능한 규범 또는 도덕적 원리를 합의해 냄으로써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도덕교육은 도덕성 내지 인격을 구성하는 인지적, 정의적, 행동적 요소들을 바람직하게 육성하는 교육으로 인식되고 논의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어왔다. 물론 이 요소들을 중시하고 또 그것들을 기르기 위한 도덕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러한 도덕적 요소들이 무엇 때문에 그리고 어떻게 길러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이해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도덕적 갈등의 해결을 통해 행위의 조화를 기하기 위해서 그리고 의사소통을 통해서라고 대답할 수 있다. 도덕적 사고력은 도덕원리나 규범의 의미와 근거를 이해하고 그 원리나 규범들이 서로 부딪힐 때 어떤 것이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판단, 선택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도덕교육이 진정 지향하는 것은 도덕적 사고력 그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며 그것을 위해 도덕적 사고력이 요청되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하버마스는 도덕의식을 가리켜 도덕적으로 관련된 행위의 갈등을 의식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상호작용의 능력으로 보았던 것이다.


  (2) 의사소통을 통해 규범의 창출 능력을 기르는 도덕교육

  도덕 교육을 도덕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한 것으로 인식하느냐, 갈등해결을 위한 것으로 인식하느냐 하는 문제는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와 중요하게 연결된다. 즉 이중에서 도덕 교육을 갈등 해결을 위한 것으로 본다면 갈등의 상대방과 어떻게 논의 또는 상호작용을 하고 그를 어떻게 이해하며 각각의 주장의 타당성이 무엇인지 등에 관심을 먼저 집중하게 된다. 이른바 의사소통의 문제가 먼저 대두되게 되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의사소통행위를 관심과 욕구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협동적 상호작용으로서 이해에의 도달을 지향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그 합리성을 궁극적으로 정당한 규범에의 합의에서 찾고 있음을 보았다.

  도덕교육에 관한 의사소통적 이해를 이와 같이 했을 때 우리는 갈등해결을 위하여 의사소통을 통해 규범의 창출능력을 기르는 도덕교육의 한 접근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도덕 교육은 부분적으로는 이렇듯 개인적, 사회적 갈등을 이해에의 도달을 지향하는 협동적 상호작용을 통해 즉 의사소통 행위 내지 담론을 통해 타당한 규범을 도출해냄으로써 해결하는 그러한 능력을 기르는 교육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3) 도덕교육의 소재 선택에 있어 학생의 발달단계를 고려

  도덕 교육의 소재에 있어 갈등을 경험하고 그 해결을 진지하게 모색해 보도록 하는 형태를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때 그러한 소재는 학생의 주변에서 실제로 부딪히는 문제, 익숙한 문제일수록 좋을 것이며 소재의 선택에는 학생의 지적 ‧ 도덕적 발달단계를 고려하는 일이 필요하다. 예컨대 물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합성세제를 사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말을 힘주어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싸고 편리한 합성세제를 쓸 때 비용을 절역하고 편리할 수 있다는 나의 이익과 그러한 나의 이익 추구로 인해 우리 주변의 물이 오염됨으로써 타인이 받게 될 해악 사이에서 진정한 갈등과 그 해결의 학습경험을 해보도록 하는 것이 그 한 예가 된다.


  (4) 담론 형태의 도덕수업

  도덕수업은 담론의 형태를 취할 필요가 있다. 담론은 흔히 수업현장에서 볼 수 있는 발표나 의견의 교류와는 구별된다. 그것은 타당성 주장을 논증을 통해 규명하는 성찰적 대화인 것이다. 이 때, 자신의 주장에 대해 정당화의 근거를 제시하는 담론 내재적 의무와 담론의 규칙들이 준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진리발견을 위한 협동적 노력과 보다 나은 주장들이 제한 없이 받아들여지도록 격려되고 품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담론 형태의 수업은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의 지적 수준이 높을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또한 담론의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과 타인의 진정한 관심과 욕구가 무엇인지를 깊이 이해하도록 권장되어야 한다. 관심과 욕구의 깊은 이해는 합리적으로 동기화된 합의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보편적 규범의 설정을 통해 이루어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담론 윤리는 규범의 보편성과 행위 주체의 자율성을 동시에 보장하고자 하는 도덕적 기반 위에 서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5) 발달의 도덕 심리학적 이해 위에서 전개

  담론을 통한 도덕교육은 도덕발달의 의사소통적 측면에 관한 도덕 심리학적 이해 위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도덕성은 단계를 이루어 발전하며 각 단계는 그에 맞는 도덕 판단의 인지구조와 사회적 관점이 형성된다. 그러므로 도덕 교육은 도덕 판단 구조와 사회적 관점이 낮은 단계로부터 점차 높은 단계로 발전하여 궁극적으로는 탈자기 중심적 세계 이해에 도달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의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도덕교육은 학생의 발달단계를 고려하는 동시에 도덕적 ‧ 합리적 해결을 도모하는 도덕수업을 통해 상호성과 온정적 기호, 감정이입, 인간관계의 상호 존재성과 연관성 등이 누적적으로 경험되는 그러한 과정으로 운영되는 일이 필요하다.



 


1) 이 3가지 행위는 모두 언어적 합리성의 힘을 부분적, 일면적으로만 취하고 있다. 목적론적 행위는 언어를 자신의 성공과 이익의 증진을 위해 사용하고, 규범적 행위는 기존 사회규범에의 일치를 전제로 언어에 의해 매개되며, 연극적 행위는 언어를 자기 주관의 표현을 위해 사용한다.


1)복합적인 상호작용의 구체적인 예로는 역할 행동, 담론 행동 등이 있다.


2) 배려윤리의 창시자인 길리건은 기존의 이성 형식 중심의 도덕 발달 이론이 남성 위주의 편협된 시각에 기초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여성들의 도덕적 속성인 책임과 따뜻한 배려를 고려할 것을 강조하였다.

 

 

 

 

<참고문헌>


1. 위르겐 하버마스 지음, 장춘익 옮김,《의사소통행위이론1,2》, 나남출판, 2006.

2. 한전숙 ‧ 차인석 저,《현대의 철학1》, 서울대학교출판부, 1993.

3. 남경태 저,《한눈에 읽는 현대철학》, 광개토, 2001.

4. 리처드 커니 저,《현대유럽철학의 흐름》, 한울, 2002.

5. 유병렬 저,《도덕교육론》, 양서원,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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