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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게시판

정리

작성자9|작성시간08.05.09|조회수455 목록 댓글 2
긴 글을 여러 번 썼다가 지우고 다시 씁니다.
그냥 물러날까 생각도 했지만 제가 내뱉은 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에 또 씁니다.

무슨 일을 하든 본질을 파악하고 의심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결과를 생각하고 궁극적인 목표를 그리며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 권력은 달콤하지만 그것 역시 권력입니다.
언제나 선의를 위해 쓰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청계천이 복원되기 전까지 청계고가 주변에는 온갖 잡동사니를 팔아 근근히 살아가던 많은 영세 상인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들 대신에 나들이를 나온 가족과 연인들이 줄을 짓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쉽게 판단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적어도 나들이를 못 한다고 해서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나들이 좀 하겠다고 힘 없는 소수자들을 사지로 내몰았습니다.

당신들의 촛불이 그때 켜졌더라면 나는 결코 분노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나 또한 촛불을 들고 달려 나갔겠지요.
그렇게나 많은 촛불이 언제 가난하고 약한 소수자들의 권리를 위해 켜진 적이 있습니까?
오히려 우리는 신자유주의 리더의 표상으로서 이명박을 찬양하다가는 결국 대통령으로 만들어 놓기까지 했습니다.

FTA 협상 때는 켜지지 않던 촛불이 이제서야 켜진 이유는 뭡니까? - 단순히 늦게 깨달았다고 얘기할 수 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농민들은 죽어도 상관 없지만 나는 죽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 아닌가요?
태안의 어민들을 위해 촛불이 켜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왜 분노하지 않습니까? 명백한 책임 출처가 있는 데에도 적절한 보상절차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아무리 가서 봉사활동을 해도 그것만으로 어민들의 생존권까지 보장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밑빠진 독에 물을 붓다가 금새 지쳐버리기 보다는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함께 높여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이 순간에도 광우병 사태는 잠잠해지고 있습니다. 청문회를 해도 달라질 것은 없고 설령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된다고 해도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병폐까지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쇠고기 하나로 대번에 달아오르기 보다는 조용하고 미약하더라도 보다 원대한 것을 위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무작정 촛불을 켜지 마세요.
그리고 한 번 켜신 촛불은 쉽게 꺼버리지 마세요.

그냥 제 생각과 바램일 뿐입니다.
그렇게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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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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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NaBi | 작성시간 08.05.09 저는 먹고사는데 급급한 전형적인 속물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라 촛불집회고 뭐고 나갈 의향도 없고 관심도 없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촛불집회 안나가도 됩니다. 그렇다고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느냐.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 입니다.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사람들.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싫어도 관심 갖게되는게 당연한 겁니다. 저 또한 그랬구요. 9가 위에서 줄줄이 뭐 합니까? 아닙니까? 하고 따져 물어온다면야 정말 할 말 없습니다. 사실 누구에게 화를 내고 따지는 건지도 잘 모르겠네요. 다들 개인 나름의 희생을 치르고 집회도 나가고 하는 것입니다. 언제부터 관심 갖고 안갖고를 중요한게 아니라
  • 작성자NaBi | 작성시간 08.05.09 최근에 촛불집회에 처음 나가보고 사회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을 싸잡아서 그런식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정말 맘에 안들고 애석하기 그지 없습니다. 요즘 학생들과 직장인들 얼마나 바쁩니까. 저는 그냥 어찌되었든 저보단 낫고 대단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저의 생각은 집회를 나가든 안나가든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사회문제에 관심을 안갖는 사람은 없다는 겁니다.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다 각자의 자유이고 개인차가 존재하지요...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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