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의 또다른 방법.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축복이다. 그런데 그 축복을 위협하는 최대의 복병이 '치매'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 살기를 바라면서도, 치매만은 피하고 싶어 한다. 한국인 사망률 1~3위인 암,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을 잘 피했다고 해도 치매라는 덫에 걸리면 장수가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문제는 '암보다 무섭다'는 치매를 피할 수 있느냐이다. 치매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발병 기전이 다 규명되지 않았다. 발병 원인을 알아야 예방-치료법도 나올 텐데 원인을 잘 모르니 피할 방법도, 고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손 놓고 가만히 있다가 운명처럼 받아들이기에는 치매는 너무나 두렵다. 무엇을 해야 할까?
당장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가 힘들다면 최소 하루에 15~20분은 햇볕을 받고 걷기라도 해야 한다. 그 이유를 뒷받침해주는 신뢰할만한 연구 결과들이 나와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 가족력이 있는 65~89세 남녀 노인 97명을 대상으로 18개월 동안 운동이 뇌의 해마 크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연구했다. 치매의 5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와 내후각뇌피질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운동을 많이 하는 그룹과 적게 하는 그룹, 그리고 알츠하이머 유발 유전자(APOE-엡실론4)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등 총 4개 그룹으로 나눠 연구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서 운동을 적게 하는 그룹의 해마 용적이 약 3% 줄었다. 다른 3개 그룹의 해마는 별 변화가 없었다.
이 연구는 알츠하이머에 취약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해도 운동을 꾸준히 하면 해마의 용적이 줄어들지 않게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알츠하이머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꾸준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햇볕 받으면 체내 합성되는 비타민D도 치매 예방 효과.
어떤 운동이든 기본은 움직이는 것이다. 전문적인 운동도 좋지만,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걷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관절이나 척추 질환으로 걷기에 지장이 있다면 가급적 빨리 치료를 받아 잘 걸을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하루 30분~1시간쯤 걷기가 권장되지만, 이만큼 걷기가 벅찬 사람들은 15~20분쯤만이라도 햇볕을 받으며 걷는 것이 좋다. 햇볕을 받으면 비타민D가 체내에서 합성되기 때문.
최근에는 비타민D 부족도 치매의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엑시터의대 연구팀이 65세 이상 남녀 1600명을 대상으로 6년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비타민D가 '다소 부족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53%, 많이 부족한 사람은 125%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D가 많이 부족한 사람은 정상 수치인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뜻이다.
비타민D는 햇볕을 받을 때 피부를 통해 합성되는데, 우리 몸에서 필요한 비타민D의 약 90%가 이렇게 만들어진다. 이 정도 합성하기 위해서는 하루 15~20분쯤 햇볕을 쬐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15~20분 동안 햇볕 속에서 가만히 서 있기는 힘들다. 햇볕을 쬐면서 산책하거나 활발하게 걷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운동도 되고, 비타민D도 합성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걷기 등 운동은 치매는 물론 노인 건강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골다공증의 원인은 운동부족, 비타민D 결핍 등이 꼽힌다. 굳이 연구결과를 인용하지 않아도 햇볕을 받으면서 걷기 등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에 얼마나 좋은가는 경험으로도 알 수 있다. 치매 예방효과까지 있는 만큼 걷기 등 운동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자외선에 지나치게 노출되는 것은 피부노화, 백내장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야외활동을 할 때는 선글라스를 끼고, 20분 이상 햇볕 속에 머물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서동원: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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