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오겠지요
아버지의 잦은 사업실패로 저희 가족은 많은 부채를 졌습니다. 공사판, 도로 손보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다니신 아버지는 최근에 젊을 때부터 손에 밴 바닷가 일을 다시 맡으셨습니다. 짜고 매운 바닷바람을 잔뜩 맞을 아버지 모습에 안타깝지만 익숙한 일이니 지난번처럼 다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분식집, 곱창 집을 돌며 설거지에 궂은일 하시던 어머니는 요즘 방앗간에서 일하시느라 온몸에 참기름 냄새를 풍기며 남은 떡을 싸 들고 오십니다. 매운 고춧가루에 코끝이 빨개져 돌아오신 어머니가 어린 동생의 손에 흰 떡을 쥐어 주시면 저는 먹고 싶은 걸 꾹 참고 “얼른 가서 씻어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해 버립니다. 워낙 무뚝뚝한 성격이라 따뜻한 말 한마디 드리지 못하고 항상 같은 말뿐입니다.
집안이 어렵지만 공부를 잘해 교육대를 목표로 공부하는 언니는 아버지 지인의 도움으로 도서관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요즘은 방학이라 제가 집안일과 동생을 돌보고 있지요. 그래도 주말 저녁에는 저희 다섯 식구가 함께 모여 삼겹살을 구워 먹습니다. 작게 솔기가 터진 동생의 내복 바지를 보며 웃고, 언니와 저의 재롱에 부모님이 웃고, 아버지어머니의 사랑 싸움에 웃는 저희 가족, 행복합니다.
부모님 두 분께서 열심히 일하셔도 갚기에 벅찬 부채지만, 조금씩 성실히 갚아 가면 빚 없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저와, 언니 그리고 동생이 쑥쑥 잘 자라고 있으니까요. 아직 어려 집안사정을 잘 모르는 채로 만화를 보며 깔깔거리는 동생이 저와 언니 나이만큼 자랐을 때는 달라져 있겠지요. 아니, 지금처럼 한 가족이 모여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함께 식사할 수 있다면 계속 행복할 것이라 믿습니다.
이번 주말에도 저녁 밥상에서 버릇처럼 생각할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기 전에 꼭 부모님 고생하신 것 갚아 드리겠다고. 집에 자주 들르지 못하는 언니도, 지금 제 옆에서 콜콜 잘 자고 있는 동생도 모두 같은 마음이겠지요. 우리 다섯 식구 향기 나게 살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이를 꽉 물어야겠습니다.
차정은 님 / 전남 고흥군 월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