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야기
벌써 3년째다. 6년 동안 치매로 고생하던 어머니는 3년 전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병원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 집으로 모셔 와서 아내와 내가 교대로 24시간 간병을 하고 있다.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서 2시간마다 몸의 자세를 바꾸고 기저귀도 갈아 드린다. 아내는 알람시계를 늘 머리맡에 두고 거실에서 새우잠을 잔다.
15년 전 어느 봄날, 내 나이 41살에 32살의 아내를 만났다. 7남매의 맏이에 운전을 하는 내게 시집을 오겠다는 그녀가 한없이 고마웠다. 그런데 만날 때마다 으슬으슬 춥고 한기가 든다고 하더니 결국 신장 결석 수술까지 받았다. 어머니는 아내가 병이 있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고 노골적으로 아내를 구박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됐다. 그러나 몇 년 동안 태기가 없었고 결혼 4년 만에 임신을 했지만 자궁외 임신이라 산모가 위험해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1년 뒤에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그렇게 아기에 대한 미련을 버렸는데 아이 자랑 하는 부부들을 보면 한없이 부러웠다. 내가 시험관 아기를 제안했고 아내는 그저 묵묵히 따랐다. 그런데 시험관 아기 시술 준비에 들어가면 아내의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어머니를 당분간 둘째 남동생이 모시기로 했다.
두 번이나 임신에 실패하고, 세 번째 시술을 준비하는데 동생 부부가 6개월 만에 더 이상 어머니를 못 모시겠다고 했다. 다른 동생들은 어머니를 요양기관에 맡기자고 했다. 하지만 자식이 일곱인데 어머니를 요양기관에 보낼 수는 없었다. 결국 자식은 후일로 미루고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아내는 먼저 시작하자더니 먼저 포기한다고 나를 원망했다. 나는 그저 자신을 예뻐하지도 않은 어머니라도 최선을 다해 간병하는 아내가 고마울 따름이다. 내년에 꿈에 그리던 개인택시를 받으면 꼭 아내를 태워 짧은 여행이라도 떠나야겠다.
김상철 님 / 경남 김해시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