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음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4월이면 개나리와 벚꽃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을 계절이죠. 2002년 4월, 첫 교사 발령을 앞두고 저는 첫사랑, 첫 직장, 첫 봉급 등 ‘첫’이라는 글자가 붙는 낱말들로 설레는 겨울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저의 제자가 될 아이들의 얼굴도 이름도 몰랐지만 그저 마음만으로 그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리워했습니다.
교생실습 때였습니다. 저희 반에 장난이 심한 아이가 한 명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아이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인사만 나누는 어색한 사이였지요. 그러다 그 아이의 일기장에서 맞벌이 부모님 때문에 학원에서 저녁때까지 지내다 혼자 밥 먹고 자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뒤 저는 그 아이의 일기장에 짧은 답을 달아 주며 작은 점도 칭찬해 주었습니다. 2주 뒤, 그 아이는 평소 공책의 반도 못 채우던 일기를 3장씩 써 왔습니다.
밤새 준비한 수업안과 자료를 가지고서도 아이들 앞에 서면 떠듬떠듬, 쑥스러워하며 40분을 정신없이 보냈던 교생 선생님. 그렇게 서툰 선생님에게도 아이들은 급식시간마다 수저를 챙겨 주고, 작은 열쇠고리에 십자수를 놓아 주며 떠나는 저를 보고 눈물 지었습니다.
정식으로 교사가 된 지 어느덧 3년. 또다시 봄이 오면 35여 명의 아이들을 제자로 삼고, 70명의 학부모님들과도 인연의 끈을 맺겠지요. 저에게 사랑스러운 자녀들을 맡겨 주실 학부모님들께도 봄이 되어 제 소개를 담은 편지로 마음의 인사를 드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1년 동안 아이들과 다툼이나 속상한 일이 있어도 처음의 그 약속과 마음을 읽어 보며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김미숙 님 / 부산시 금정구 구서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