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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할머니 욕은 입에서 나오는 눈물 사연

작성자어린아이|작성시간13.07.17|조회수11 목록 댓글 1

 

 

할머니 욕은 입에서 나오는 눈물 


우리 할머니는 내가 방을 어질러 놓거나 늦게 들어올 때, 밥 안 먹을 때 늘 욕을 하신다. 

“망할 년! 치우는 사람 따로 있고, 어지는 년 따로 있냐?”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늦게 댕기면 잡아간다, 이년아.”


올 6월, 이렇게 정정하게 큰소리를 치시던 할머니가 갑자기 말도 못하고 기억도 잃으셨다. 내가 누구인지는 아는 듯한데 내 이름은 모르셨다. 시계 보는 것, 글씨 쓰는 것, 전화 거는 것까지. 아침 식사 뒤에 늘 커피를 마시던 일까지 까맣게 잊어버리셨다. 
그런데 여전히 막내 손녀인 내가 밖에 나갈 때면 “일찍 들어와라” 하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밥 먹어라” 소리치시는 것도 그대로다. 

자신에게 중요한 건 다 잊어버리셨는데 손녀 걱정하는 것은 기억하고 계신다. 아마도 나에 대한 사랑과 걱정들을 머리 제일 안쪽에 깊이 넣어두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굉장히 못된 손녀다. 밥 먹으라고 하시면, “밥 안 먹어” 하고, 일찍 오냐고 물어보시면 “나가 봐야 알지!” 하고 톡 쏘곤 한다. 

잘 해드려야지 생각하면서도, 막상 표현하기가 힘들다. 이렇게 글 쓰면서 할머니를 걱정하지만 곧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짜증내는 말투로 말할 것 같다. 할머니가 기억을 잃기 이전처럼. 

내일 아침이면 할머니는 밖에 나가는 내 등에 대고 “이찌 드…드어 오이라~” 하시겠지. 그러면 “할머니 일찍 들어올게~” 하고 밝게 웃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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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프리즘 | 작성시간 13.0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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