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 땐 서로 도와야지요
며칠 동안만 반짝 세일을 한다고 해서 점심을 먹고 부지런히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이번 주말에 시골집에 내려가는데 때는 이르지만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수박을 살 생각이었습니다. 다행히 수박도 세일을 하더군요. 점심 먹고 나갔기에 늦어서 다 팔렸으면 어쩌나 했는데 남은 게 있어서 냉큼 두 덩이를 사서 차에 실었습니다.
막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습니다. 맞은편 차로에서 ‘공장 폐업 이불정리’라고 써 붙인 용달차에서 장사하는 아저씨는 미처 비를 피하지 못하고 이불들을 챙기느라 혼자 애쓰고 계셨습니다. 바람까지 심하게 부는 터라 아저씨 혼자 이불을 정리하기에는 너무 버거워보였지요.
아직 사무실 점심시간이 좀 남아서 저는 서둘러서 아저씨 곁으로 뛰어갔습니다. 아저씨는 이불을 사러 온 줄 알고 “비가 와서 이불 팔기가 힘든데…. 그래도 싸요, 한 번 골라 보세요~” 라고 말했습니다. 도와주려고 갔던 저는 순간 할말을 잃었지요. 그래도 냉큼 이불을 차 안으로 밀어 넣으면서 말했습니다.
“비가 와서 아저씨 도우려고 온 거예요.”
아저씨는 괜찮다고 말리셨지만 그래도 제 마음이 그냥 가기엔 망설여져서 그렇게 십 분여를 아저씨와 함께 이불 정리를 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차로 돌아가려는데 아저씨가 얇은 홑이불 한 개를 내미셨습니다.
“이건 팔아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이니 부담 갖지 말고 가져가세요.”
저는 이불 한 장 못 사 드린 것이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아저씨는 제 작은 도움에 대한 보답으로 이불을 주셨습니다. 그게 아저씨의 생계와 관련된 일인데 말이지요. 저는 몇 번을 거절하다가 아저씨가 여러 번 권하기에 이불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예쁜 홑이불 한 장을 얻어왔습니다. 수박 사러 갔던 길에 사람도 돕고 이불도 얻으니 점심시간이 무척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