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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

눈물의 생일파티 (사연)

작성자어린아이|작성시간13.07.23|조회수14 목록 댓글 1

 

눈물의 생일파티  



새벽 3시, 적막을 깨고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 홍콩에서 온 전화인데… 도련님이 의식불명이라 올케가 중국 심천으로 간대….”

평소 건강은 자신 있다고 큰소리치던 동생이라 곧 깨어나겠지 싶었다. 그러나 그날 오후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작은 오빠가 중국에서 죽었어….”

홍콩으로 급히 출국한 매제가 동생의 구체적인 사고 내용을 전했다. 저녁을 먹다가 가슴이 아프다며 먹은 음식을 다 토해 낸 동생은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주검으로 나오고 말았다. 군 제대 뒤 회사에 들어가 홍콩지사로 파견되어 중국시장을 개척한 동생. 유골이 한국에 도착한 날은 바람이 거세게 불고 하늘마저 우중충했다. 

동생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한 날은 83세를 맞는 어머니 생신이기도 했다. 암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가 계신 병원에 갈 때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 저녁이었다. 어머니 생신을 축하 드리며 생일 케이크를 자르는데, 눈물이 자꾸 나오려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귀여운 손자들에게서 선물을 받는 어머니 얼굴이 매우 밝았다. 

어떻게 몸까지 아픈 어머니께 동생의 슬픈 소식을 전하랴. 우리는 결코 즐거워하기 어려운 날 즐거워해야 했고, 난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어머니 뒤에 서 있었다. 어머니는 왜 중국에 있는 동생이 전화 한 통 없느냐며 섭섭해 하셨다. 어머니는 아들 목소리가 듣고 싶다며 전화번호 알려 달라는 걸 난 동생이 중국 과학자들과 오지에 있기 때문에 당분간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동생아, 어머니 돌아가시면 “엄니, 먼저 하늘나라 와서 죄송합니다”라고 큰절 드리고 하늘로 가는 길 안내하렴. 어머니가 초행길에 얼마나 불안하시겠니. 이 형은 네가 어머니 손 꼭 잡고 함께 가는 뒷모습을 상상하니 조금 위안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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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카페도헤이 | 작성시간 13.07.24 아흐.... 죽은 우리 형이 생각나는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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